이 노래에 푹 빠져있어요!
지난 주 대구로 집안 결혼식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염불보다 젯밥에 관심이 더 많다고
우리가 또 그 먼 길을 떠나면서 결혼식만 보고 올 수 있나.
이쪽 중부권 가족 대표로 언니랑 나, 그리고 솜손이 길을 떠났는데
아침 일곱 시에 떠나 2시 결혼식 이전에 한 군데 들렀다.
왜관의 가실성당이다.
가실성당은 1923년에 지어진(우리나라에서 11번째 성당)
유서 깊은 성당으로 이미 유명하지만
2004년 개봉한 영화 <신부수업>의 촬영지로 한층 더 많이 알려졌다.
아담하고 고색창연한 성당과 뜰이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권상우가 검은 색 수단(신부님들이 입는 검은색 긴 원피스 스타일의 옷)을 입고
가톨릭 신학생으로 출연해 화제를 일으킨 맑은 영화 <신부수업>의
장면장면이 되살아났다.
나는 여행지마다 의도하지 않아도 거의 사찰이 빠지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내고
최근엔 유서 깊은 성당을 중심으로 여행지를 잡아볼까 하고 있다.
가을이나 겨울엔 아산 공세리 성당에 가려고 한다.
참,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성 베네딕도 왜관 수도원에도 잠시 들렀다.
일반인은 통제할 거란 예상을 하고 갔는데
정문과 가까이 있는 성당과 뜰은 개방해서 한가롭게 거닐다가 돌아왔다.
결혼식까지 보고 집에 돌아와서 솜손에게
비로소 영화 <신부수업>을 보여주었는데
“엄마, 이 영화 미리 좀 보여주시지… 아깝다.
보고 갔으면 더욱 좋았을 것을.
그럼 우리가 여기서는 배우들이 어떻게 했고
저기서는 이렇게 했구나 하면서 더 재밌게 둘러봤을 텐데…”하며 아쉬워한다.
그래서 요즘 솜손이 푹 빠진 노래가 있다.
'여자를 내려주세요'
성당 결혼식에서 신학생들이 결혼식 축가를 부르는 대목인데 아주 흥겹고 즐겁다.
이 노래 진짜 결혼식 축가로 불러도 잔치 분위기 나겠다.
그런데 가사가 참 재밌다.
결혼을 하지 않는 가톨릭 사제가 될 신학생들 입장에서 쓴 내용인데
나는 그제서야 알고 한참 웃었다.
우~ 이렇게 고요한 밤이면 두 손을 모아 기도해
오~ 거룩한 밤 애태우던 그 모습
은총을 기다린 듯 해 그에게 단비처럼
여자를 내려주세요
정말로 손목 한번도 잡아본 일이 없는 거죠
순진한 눈망울을 봐요
여자를 내려주세요
쳐다보기만 하여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죠
알고 보면은 부드러운 남자예요
아름다운 저 커플은 무엇이 그리 기쁜 걸까
아 부럽기만 한 저들에게 워우 워어~
사랑만을 내려주세요 질투가 나긴 하지만
그대들은 하나 됐죠
너무나 아껴주잖아요(나도 사랑해줘~)
사랑만을 내려주세요
세상이 어느 때보다 아름다워 (닭살이죠~)
우리는 꿈도 못 꾸잖아 (나는 꿀 거예요)
그러면 큰 일 나는 거죠 (비밀로 해요)
그대들 우릴 봐서라도 서로가 둘이서 영원히 함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