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정원

올해로 14살

M.미카엘라 2008. 11. 21. 16:19

 

 

 

지난 19일 수요일.

우리 부부 결혼 나이가 14살이 되었다.

그날 아침 6시 출근하려는 남편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는데

잠자고 있는 줄 알았던 아이들이

스르륵 귀신처럼 소리도 없이 나와서 놀랐다. 

졸린 눈을 비비며 축하한다며 카드를 내민다.

아침잠 많은데 이렇게 하려고 꽤 신경 쓰며 잤을 거라 생각하니 기특하고 고맙다.

 

 

 

남편은 다음날 부대에 큰 일이 있어서 일찍 못 들어온다 해서

저녁도 같이 먹기 틀렸구나 하는데 케이크를 사서 들고 8시쯤 돌아왔다.

애들 자기 전에 같이 촛불 끈다고 그래도 일찍 왔다.

오후 간식을 거하게 먹어서 그날따라 늦은 저녁식사를 차리던 중인데

케이크 초를 켜고 두 딸이 박수 차며 노래를 부르고 나서

조용하게 클래식 연주실황 DVD를 켜두어서 음악 분위기까지 괜찮았다.

근데 식탁 분위기는 요상하다.

앉은뱅이 밥상에 보글보글 끓은 닭도리탕.

거기다 와인잔 놓고 건배! ㅎㅎ

 

근데 아이들 왈.

“어, 엄마. 근데 이 공연 아빠 엄마 결혼한 해에 연주한 거네. 이거 봐요 1994년.”

“오호~ 오늘의 음악으로는 우연하지만 제대로다. 그치?”

 

 

뭐 서로 주고받은 선물은 따로 없고 내가 아주 오래된 이불을 바꿨다.

결혼할 때 했던 이불을 14년 만에 바꿨다. (아구, 지겨워)

나뭇잎 패턴이 너무 좋아서 그 당시 돈 좀 주고 사놓고는 너무 좋았다.

근데 최근 낡을 대로 낡은 이불커버가

때맞춰 살짝 미어진 부분에 ‘발꼬락’이 걸리면서 부우~~욱 찢어졌다.

하도 낡아서 얇아졌다 아주.

나 그닥 알뜰검소하지 않은데 이 이불을 좋아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결혼 14년 만에 결혼할 때 산 이불을 새 이불로 바꿔주는 거,

생각해보니 부부에겐 의미있는 선물이겠다.

 

근데 그 이불 덮고 뭐했냐고라?

 

 

 ...........

모하긴요?

자~알 잤죠.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