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소녀
요즘 과일가게에 가면 제일 먹고 싶은 것이 자두와 살구다.
제 철 아니면 먹기 힘든 이 과일들은 신맛이 아니라도 참 군침 돌게 하는데
좀 넉넉하게 사서 푸지게 먹고 싶어도 생각만큼 값이 편안하지 않다.
그런데 요즘 우리 집엔 소미가 살구를 댄다.
슬그머니 없어졌다가 어디서 살구를 그렇게 가져온다.
처음엔 한두 개 주워오는 눈치더니
며칠 전엔 그릇을 가지고 가서 저렇게 따왔다.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먹을 만하다.
“언니랑 같이 안 와? 오늘 피아노 레슨 같이 안 했어?”
“올 거예요. 같이 오다가 없어졌는데 살구나무에 갔을 거예요.”
“언니 어디 갔니?”
“또 살구 따러 갔겠죠 뭐.”
엊그제는 수영장에 데려다주려고 하는데 집에서 나오니 소은이만 있다.
“언니는? 언닌 어디 갔어?”
“몰라요. 저도 언니 찾고 있는데 못 찾겠어요. 살구 따러 갔나?”
“살구나무가 어디 있는데?”
“저도 그걸 몰라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디선가 짠~ 하고 나타난 솜솜.
역시나 손엔 살구가 세 개 들려있다.
“너 어디서 그렇게 살구를 가져오니? 그렇게 막 따먹어도 되는 거야?”
“주인이 없는 살구나무예요. 막 자란. 사람들이 모르나 봐요. 나만 아는 거 같애요. 히히.”
히죽 웃는 소미는 나나 소은이에게도 가르쳐줄 생각이 없다.
아파트 단지 안에 숲이 우거진 것도 아니고
찾으려면 왜 금방 못 찾을까만, 그냥 내버려둔다.
소미는 늘 아파트 살지 말고 그냥 마당 있는 집에 살았으면 좋겠고
집 주변에 앵두나무 벚나무 살구나무 그런 거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아파트 단지 한쪽에 생각지도 않게 숨어있는 살구나무 한 그루 만나
아주 행복한 모양이다.
‘좋겠다 솜솜! 그래 까짓, 그 살구나무 네 꺼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