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언니네 집
정말 놓고 와버릴까 했다.
큰언니네 집에만 가면 여기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두 아이는 이번에도 또 그 타령이었다.
‘아, 난 이모네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군인 아빠를 둔 아이들답지 않게 초등학교 시절을 공교롭게
모두 도시에서 보내게 된 솜손은 시골의 작은 학교에 다녀보는 게 큰 희망사항이다.
한두 학급에 조촐한 반 친구들과 학교 끝나고도 운동장에서 실컷 노는 것.
여행을 다니다가 산골이나 어촌에서 작은 학교를 만나면
아, 저기 학교 다니는 애들은 너무 좋겠다...늘 그 소리다.
그래서 정말 놓고 와버릴까 했다.
큰언니네 이웃동네에 사는 작은 오빠네 집 가까운 앞에
초등학교가 하나 있는데 아주 맞춤이다.
걸어가기에 너무 먼 거리니 맨날 이모부랑 이모가 학교까지
차 태워다주고 태우고 오고 하면 걷기 싫은 우리 소은이는 환상일 거다. ㅎㅎ
언젠가부터 9월 중순이면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린 언니네 집에서 밤 줍기.
이 시기가 다가오면 아이들은 슬슬 보챈다. 이모네 집에 언제 가냐고.
나와 달리 뭐든 ‘오케이’하는 이모에,
이모가 해주는 건 뭐든 맛있는 반찬에,
현관문 열면 바로 땅을 밟을 수 있는 집에,
살짝 언니네 집 풍경과는 언발란스한 공주풍 욕조가 놓인 욕실에,
아이들은 이모네 집이 천국이다.
거기서는 그대로 행복이다.
나도 그런 아이들 보고 있으면 행복하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잘 쉬다 온다.
언니네가 그렇게 오랜 세월 거기 그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큰 힘이자 위안이다.
아직도 한참은 계속 남편 따라 떠돌아야 하는 나에게,
아버지도 엄마도 큰오빠도 모두 세상 떠나시고 나서
이젠 딱히 ‘친정’이라고 하기에 그 밀도가 조금 느슨해진 고향동네가
거기서 가까이 사시는 형부와 큰언니 때문에 그래도 여전히 따뜻하다.
형부와 언니가 거기서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우리 솜손에게도 오래오래 유년의 고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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