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기타와 소니 미첼
중학교 1학년 사춘기 소녀 우리 소미는 딴 건 되게 뜸들일 때가 많은데, 이런 거 한번 만들어서 놀아볼까 하는 생각은 바로 바로 실행에 옮긴다. 만들다 만들다 이제 악기 제작에 들어가셨다. 일요일 날 팽팽 놀면서 베란다에 있는 골판지 잘라서 기타를 만들었다. 방에서 잘 나오지도 않으신다. 바이올린이었으면 스트라디바리우스나 과르네리 같은 명품 제작하는 줄 알겠다.
보니 좀 수준 있다. 고무밴드로 기타줄을 한 게 허접하지만 몸체는 제법 잘 만들었다. 기타 줄이 몸체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안쪽으로 꿰매 집어넣고 겉엔 펜으로 줄을 이어 그렸다. 기타는 6줄인데 소미 것은 5줄이다. 몸체와 긴 목(이거 명칭 맞나? ㅎㅎ)이 아무리 좋은 접착제로 붙여도 연주하는 폼 좀 잡아보려면 ‘똑!’ 떨어진다. 결국 잠든 딸에게 기쁨을 주겠다고 남편이 월요일 새벽 출근 직전에 정성껏 몸체 윗부분에 칼집을 내어 목을 끼워 넣어주면서 완전해졌다.
소미는 머리 부분 줄감개를 아직 완성 못했다지만, 이 종이 기타로 노래를 한 곡 연주해줌으로써 나를 완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고무줄의 팽팽함 정도를 모두 조금씩 다르게 해서 묶은 뒤 어찌어찌 찾아낸 음계! 난 이런 천재적인 딸을 낳았다. 푸하하~ 천재인지 배짱이인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암튼 너무 재미있어서 몇 번씩 들려달라고 조른다. ㅎㅎ
이 기타의 이름은 일명 ‘비행기 전용 기타’다.
셀로판 테이프가 지나간 자리 위로 기타 줄을 그려놓은 관계로 줄이 손에 묻기도 한다는…
다시 유성펜으로 그렸다. ㅋㅋ
와우~ 기타 치는 포스 하나는 완전 조니 미첼 같다. 소니 미첼? ㅋㅋ
연주곡명은 “Flying Flying Plane” (일명 “떴다 떴다 비행기” ㅎㅎㅎ)
볼륨을 크게 하면 들을 만하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