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말,말,말!
서운함을 털어버리라!
M.미카엘라
2000. 8. 30. 12:22
"벌써 자?"
밤 아홉 시가 조금 넘었는데 소미 재운다고 방으로 들어갔던 남편이 채 5분도 되지
않아서 나왔다. 남편은 너무 기특하고 우습다는 얼굴로 거실 의자에 앉았다.
"아니. 아직 안 자. 근데 소미가 뭐라고 그러는지 알아? '아빠 저 혼자 잘 테니까
가서 뉴스나 보세요'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나왔지."
남편과 내가 낄낄대며 웃으니까 베란다에 있던 소은이가 뒤뚱거리며 걸어 들어와
영문도 모르면서 '히-'하고 따라 웃었다.
"소미가 다 큰 거야. 이제 혼자 잠들 수 있을 정도로. 누가 옆에서 재워준다고
이러구저러구 하는 게 방해되고 시끄러운 거야. 아이고! 이제 더 크면 아빠가 뽀뽀
하는 것도 마다하겠지? 에휴!"
남편은 조금 서운하단 투였다.
나는 소미와 소은이를 기르면서 그냥 뒹굴뒹굴 놀다가 그 자리에서 소리도 없이
잠드는 아이를 둔 부모를 가장 부러워했다. 잠투정 없이 잠드는 아기를 보면
신기하고 너무 예쁠 정도로 나는 두 딸의 잠투정 때문에 펑펑 울기도 했을 정도다.
소미만 해도 10분 자고 일어날 거면서 한 시간씩 잠투정을 해대는데, 도무지 나는
언제 쉽게 잠드는 아이를 길러보나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소은이마저 나의
기대를 무참히 저버리고 제 언니보다 한술 더 떠 만만찮은 잠투정 실력(?)을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다. 제 아빠를 그렇게도 좋아하면서 정작 잠을 자려고 할
때는 내 몸에 붙어 있으려고 했다.
그래도 소미는 꽤 아기 때부터 아빠 품에서 잠드는 일이 많았다. 안고서 왔다갔다
하며 노래를 불러주고 흔들의자에서 배에 올려놓고 흔들거리다가 함께 잠든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혼자서 잘 자지만 가끔 아빠가
재워달라고 할 때가 있다. 뭐 이야기도 해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하면서 재우는
것 같았다.
그런데 두 돌이 채 되지 않았을 때부터 업어서 재워주려고 할 때면 "엄마, 나 내려서
잘래" 하는 소리를 잘했다. 그냥 요나 침대 위에서 쭉 뻗고 자겠다는 뜻이었는데,
나는 그때 '아, 이제 큰 거구나. 엄마의 등도 불편할 정도로 큰 거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남편도 그런 기분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 우리도 애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도 서운해하면 안 돼. 뭐 언제까지나
우리 소미, 소은이가 아빠 엄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우리가 먼저 버려야 된다구.
그게 다 집착이고 애들한테 부담이야. 그래도 소미는 늘 자기는 '아빠 딸'이고
'아빠 찐드기'라고 하잖아. 자긴 좋겠다."
나는 정작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쪼끔만 하고는 그가 서운해하는 마음을 달래
주었다. 나는 속으로 자주 '애들이 진정으로 내 품에 있는 시간이란 길어야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다'라고 아주 마음을 먹고 있는 터다. 그런데 남편이 벌써부터 애들
쑥쑥 크는 모습을 보고 대견해하는 한편, 자꾸 서운해하고 섭섭해하는데 은근히
걱정이 된다. 그래서 내가 마음먹은 바를 자주 일깨워준다. 나도 장담할 순
없지만 그래도 마음속에다가 자기최면이라는 걸 자주 걸어두면 그 섭섭함이나
충격이 좀 덜하지 않을까 한다.
내가 그런 마음을 먹게 된 배경에는 까닭이 있다. 소미, 소은이가 너무 잠투정이
심하고 낯가림이 심한 것을 힘겨워하다가 "에휴, 언제나 뚝뚝 떨어져서 놀다가
잠들고 그러나"하면서 한숨을 쉬었더니, 우리 애들 크는 모습을 잘 보아오셨던
어른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소미 엄마, 금방이야. 외출했다가 밤늦게 들어올 것 같아서 아예 데리고 가려고
해도 안 따라 나서는 때가 금방 온다구. 그때 서운해하지 말고 지금이 행복한 거다
그렇게 생각해. 지금 엄마 없으면 지들이 죽는 것 같이 느끼는 이때가 나도
돌아보면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
소은이의 통통한 다리를 탐스럽다는 듯이 잡았다가 쓰다듬으셨다가 하시면서 이런
말로 나를 크게 위로해 주시기도 했다.
"그래도 소미, 소은이 참 순한 거야. 정말 엄마 힘들게 하는 애들을 소미 엄마가
못 봐서 그래. 애한테 들볶여서 꼬치꼬치 마른 엄마도 봤어. 애가 낮이고 밤이고
도무지 잠이 없이 예민하면서 늘 칭얼대는 거야. 그 애기 엄마가 너무 가엾어서,
낮에 잠 좀 자라고 내가 봐주고 싶어도 애가 엄마 떨어지면 또 죽는 줄 아는
걸. 그런 애들이 요즘 의외로 많아. 에구, 이 딸들 얼마나 순해? 엄마가 별소리를
다 한다 소은아 그치?"
소미는 이제 어른처럼 깊은 잠을 잔다. 시끄러워도 잘 잔다. 어제만 해도 평소 제
언니에게 감정있던(?) 소은이가 낮잠 자는 소미 몸을 타넘고, 귀구멍에다 침 묻힌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뺐다하고, 등을 팡팡 때리고, 뽀뽀한답시고 볼에다가
침을 잔뜩 바르고 해도 잘도 잤다. 빨래를 개는 내 옆에서 제 아빠 양말이며
팬티를 잔뜩 소미 몸에 덮어주듯 올려놓아도 땀만 뻘뻘 흘릴 뿐 꿈쩍도 않고
세 시간을 달게 잤다.
몸뿐이 아니라 속내가 쑥쑥 크는 것이 눈에 보인다. 아빠를 뉴스나 보라고 하며
내보내놓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떤 생각을 하다가 잠들었을까가 문득 궁금해졌다.
방에 들어가보니 침대와 벽 사이의 틈(어른 발이 빠질 정도의) 사이에 몸이
옆으로 반쯤 낀 채 잠이 들었다. 소미는 거의 밑으로 빠질 것 같이 하고 이렇게
자는 걸 아주 편안해한다.
밤 아홉 시가 조금 넘었는데 소미 재운다고 방으로 들어갔던 남편이 채 5분도 되지
않아서 나왔다. 남편은 너무 기특하고 우습다는 얼굴로 거실 의자에 앉았다.
"아니. 아직 안 자. 근데 소미가 뭐라고 그러는지 알아? '아빠 저 혼자 잘 테니까
가서 뉴스나 보세요'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나왔지."
남편과 내가 낄낄대며 웃으니까 베란다에 있던 소은이가 뒤뚱거리며 걸어 들어와
영문도 모르면서 '히-'하고 따라 웃었다.
"소미가 다 큰 거야. 이제 혼자 잠들 수 있을 정도로. 누가 옆에서 재워준다고
이러구저러구 하는 게 방해되고 시끄러운 거야. 아이고! 이제 더 크면 아빠가 뽀뽀
하는 것도 마다하겠지? 에휴!"
남편은 조금 서운하단 투였다.
나는 소미와 소은이를 기르면서 그냥 뒹굴뒹굴 놀다가 그 자리에서 소리도 없이
잠드는 아이를 둔 부모를 가장 부러워했다. 잠투정 없이 잠드는 아기를 보면
신기하고 너무 예쁠 정도로 나는 두 딸의 잠투정 때문에 펑펑 울기도 했을 정도다.
소미만 해도 10분 자고 일어날 거면서 한 시간씩 잠투정을 해대는데, 도무지 나는
언제 쉽게 잠드는 아이를 길러보나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소은이마저 나의
기대를 무참히 저버리고 제 언니보다 한술 더 떠 만만찮은 잠투정 실력(?)을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다. 제 아빠를 그렇게도 좋아하면서 정작 잠을 자려고 할
때는 내 몸에 붙어 있으려고 했다.
그래도 소미는 꽤 아기 때부터 아빠 품에서 잠드는 일이 많았다. 안고서 왔다갔다
하며 노래를 불러주고 흔들의자에서 배에 올려놓고 흔들거리다가 함께 잠든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혼자서 잘 자지만 가끔 아빠가
재워달라고 할 때가 있다. 뭐 이야기도 해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하면서 재우는
것 같았다.
그런데 두 돌이 채 되지 않았을 때부터 업어서 재워주려고 할 때면 "엄마, 나 내려서
잘래" 하는 소리를 잘했다. 그냥 요나 침대 위에서 쭉 뻗고 자겠다는 뜻이었는데,
나는 그때 '아, 이제 큰 거구나. 엄마의 등도 불편할 정도로 큰 거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남편도 그런 기분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 우리도 애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도 서운해하면 안 돼. 뭐 언제까지나
우리 소미, 소은이가 아빠 엄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우리가 먼저 버려야 된다구.
그게 다 집착이고 애들한테 부담이야. 그래도 소미는 늘 자기는 '아빠 딸'이고
'아빠 찐드기'라고 하잖아. 자긴 좋겠다."
나는 정작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쪼끔만 하고는 그가 서운해하는 마음을 달래
주었다. 나는 속으로 자주 '애들이 진정으로 내 품에 있는 시간이란 길어야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다'라고 아주 마음을 먹고 있는 터다. 그런데 남편이 벌써부터 애들
쑥쑥 크는 모습을 보고 대견해하는 한편, 자꾸 서운해하고 섭섭해하는데 은근히
걱정이 된다. 그래서 내가 마음먹은 바를 자주 일깨워준다. 나도 장담할 순
없지만 그래도 마음속에다가 자기최면이라는 걸 자주 걸어두면 그 섭섭함이나
충격이 좀 덜하지 않을까 한다.
내가 그런 마음을 먹게 된 배경에는 까닭이 있다. 소미, 소은이가 너무 잠투정이
심하고 낯가림이 심한 것을 힘겨워하다가 "에휴, 언제나 뚝뚝 떨어져서 놀다가
잠들고 그러나"하면서 한숨을 쉬었더니, 우리 애들 크는 모습을 잘 보아오셨던
어른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소미 엄마, 금방이야. 외출했다가 밤늦게 들어올 것 같아서 아예 데리고 가려고
해도 안 따라 나서는 때가 금방 온다구. 그때 서운해하지 말고 지금이 행복한 거다
그렇게 생각해. 지금 엄마 없으면 지들이 죽는 것 같이 느끼는 이때가 나도
돌아보면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
소은이의 통통한 다리를 탐스럽다는 듯이 잡았다가 쓰다듬으셨다가 하시면서 이런
말로 나를 크게 위로해 주시기도 했다.
"그래도 소미, 소은이 참 순한 거야. 정말 엄마 힘들게 하는 애들을 소미 엄마가
못 봐서 그래. 애한테 들볶여서 꼬치꼬치 마른 엄마도 봤어. 애가 낮이고 밤이고
도무지 잠이 없이 예민하면서 늘 칭얼대는 거야. 그 애기 엄마가 너무 가엾어서,
낮에 잠 좀 자라고 내가 봐주고 싶어도 애가 엄마 떨어지면 또 죽는 줄 아는
걸. 그런 애들이 요즘 의외로 많아. 에구, 이 딸들 얼마나 순해? 엄마가 별소리를
다 한다 소은아 그치?"
소미는 이제 어른처럼 깊은 잠을 잔다. 시끄러워도 잘 잔다. 어제만 해도 평소 제
언니에게 감정있던(?) 소은이가 낮잠 자는 소미 몸을 타넘고, 귀구멍에다 침 묻힌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뺐다하고, 등을 팡팡 때리고, 뽀뽀한답시고 볼에다가
침을 잔뜩 바르고 해도 잘도 잤다. 빨래를 개는 내 옆에서 제 아빠 양말이며
팬티를 잔뜩 소미 몸에 덮어주듯 올려놓아도 땀만 뻘뻘 흘릴 뿐 꿈쩍도 않고
세 시간을 달게 잤다.
몸뿐이 아니라 속내가 쑥쑥 크는 것이 눈에 보인다. 아빠를 뉴스나 보라고 하며
내보내놓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떤 생각을 하다가 잠들었을까가 문득 궁금해졌다.
방에 들어가보니 침대와 벽 사이의 틈(어른 발이 빠질 정도의) 사이에 몸이
옆으로 반쯤 낀 채 잠이 들었다. 소미는 거의 밑으로 빠질 것 같이 하고 이렇게
자는 걸 아주 편안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