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충전소

진정한 어른이 되는 때

M.미카엘라 2002. 9. 2. 16:26
참 오랫동안 망설이고 고민하고 진지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분연히 일어서긴 했다. 육아일기 하나 끄적이며 무얼 그리 많이 생각할 필요가 있겠느냐 하지만, 일단 내 글은 어떤 꼴을 갖추었든 내 얼굴이고 내 몸이다. 누군가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보일 글을 쓴다는 것은 커다란 설레임인 동시에 두려움이다.

이제 내가 사랑하는 두 딸을 의지하면서 아직도 미성숙한 이 어미가 힘을 내보려고 한다. 성인식을 치룬다고 어른이 되는가. 결혼을 한다고 모두 어른이 되는가. 사람마다 마음의 키가 훌쩍 크는 때는 제각기 다르지만, 자식을 기르며 비로소 어른이 되는 자신을 발견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으리라 생각한다. 나의 육아전쟁기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자식을 키우는 것보다 내가 더 성숙해지는 현장, 그 현장을 잡아서 기록하고 싶었다.

첫아이가 올해 네 살이 되는 이때 육아일기를 생각해낸 것은 조금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에야 아이 기르기가 나를 기르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으니, 제대로 된 육아는 이제 시작이다.

좀 차가운 눈을 갖고서 글을 쓰려고 한다. 제 자식 잘났다고 생각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나 역시 히히덕거리며 내 자식 자랑에 입에 침이나 마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되도록 그런 군살 같은 글은 빼련다.

내 글을 애정어리게 보아주실 분들이 계시다면 늘 회초리도 몇 개 옆에 가지런히 두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