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르치는 유아어
새로 생겼다. 집집마다 돌아가며 가정에서 드리게 되는 미사라 넓고 큰 성당에서
드리는 미사와는 아주 다른 분위기가 될 것은 분명했는데, 나도 처음이라 기대가
클 뿐 아는 바는 없었다. 저녁을 먹고 미사가 있는 교우 집으로 갔다.
처음엔 비도 많이 오고 좁은 집에서 분위기 파악 못하는 소미, 소은이를 건사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남편에게 두 아이를 모두 맡겨두고
나만 갔다. 그러나 곧이어
남편과 두 아이도 불려왔다. 아이들이 조금 조용히 있지 못하는 건 괜찮다고 말씀들
하셨다.
생각보다 두 딸은 처음엔 분위기 파악을 잘하는 것 같았다. 소미는 남편 무릎에
앉아있고 소은이는 내 무릎에 앉아서 바로 코앞에 있는
촛불에 온통 관심이 가
있었다. 어른 일곱 명에 초등학생 언니 둘이 모두 조용하고, 신부님이 가까이
미사를 집전하시니 저도 이
분위기가 심상찮다고 느낀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조금 있다가 성가를 부르는데 소은이가 벌떡 일어나 엉덩이를 들썩이며 리듬을
타더니 그때부터 뭐라고 소리를 시작했다. 영화
<시스터 엑트> 쯤으로 아나
싶은 게 웃음을 겨우 참으면서 옆에 앉으신 대모님과 의미 있는 눈짓을 주고받았다.
이때 소미가 복병으로 등장했다. 소은이보다 좀 눈치가 있으려니 했는데 역시 다를
바 없이 나를 좀 당황시키고 만
것이다.
"엄마, 오줌 마려워요."
나는 불에 데인 것처럼 화들짝 놀라 일어나서 번쩍 안아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곧
머리에서 떨어질 것 같은 미사보를 겨우 수습하고 일장 훈시를
늘어놓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도 밖에서 들릴까봐 조그맣게 소곤소곤.
"우리 소미 오늘 이상하네. 미사 중인 걸 알면서도 일부러 큰소리로 말하고 떼부
리려구 그러고 말야. 정말 속상할라 그런다 엄마는.
그리고 이렇게 조용히 해야
할 땐 조그맣게, 지금 엄마처럼 '엄마, 쉬 마려워요' 아니면 '엄마 쉬할래요' 그렇게
말해야지. 아직
어린이잖아 소미는. 오줌 마려워요, 그러지 말고. 알았지?"
대답은 "네"하고 큰 소리로 잘했다. 에휴!
나는 요즘 소은이에게 "우리 밥 먹자" 하지 "우리 맘마 먹자" 잘 안 그런다. 왜 그런지
소미에게도 그리 오랫동안 유아어를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바로 어른들이
쓰는 말을 썼다. 유아어를 어릴 때만 조금 쓰고 되도록(그 시기는 잘 모르지만)
정확한 말을
구사하는 것이 언어습관에 좋다는 것도 얼마 전에야 알았다.
그래서 그런 건지 과학적으론 알 순 없으나 주변에서 하는 말.
"소미는 생긴 건 앙징맞은데 말은 할머니같이 해요."
"어린 딸
둔 엄마 말이 너무 어른 수준이다."
"얘 왜 이렇게 말을 잘해요? 완전 내 수준이야."
특별히 어른처럼 말하라고 지도(?)를 한 적이 더더욱 없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생리적인 배설물에 대해서는 나도 '응아' '쉬'라고
칭했건만 소미는 끈질기게도
정확하고 적나라한 단어로 '똥' '오줌'이라고 했다. 말을 막 배울 때도 두 가지를
하나로 모아
'응아'라고 했지 '쉬'소리도 좀체 안 했다.
사람이 똥싸는 걸 "똥"이라고 말하는 것, 오줌싸는 걸 "오줌"이라고 하는 게 흉될
건 없지만, 그래도 이 소리만은 유아어가 귀엽고
애교 있지 않은가. 어른이 그런다면
닭살이겠지만 아이가 하는 말임에랴. 그래서 요즘 들어 그렇게도 지치지 않고
지도편달을 했건만 저도
'똥' '오줌'으로 길든 세월(?)이 오래라 쉬 고쳐지질
않는 모양이었다.
어떨 땐 이 어미의 의도대로 '응아'라고 했다가 곧이어 "아니 똥 마렵다구요" 이러기도
한다. 그리고는 아예 "난 계속 똥이라구 하구
오줌이라고 할 거예요"하면서
심술궂게 날 놀리기까지 한다. 사실 소미는 쪼끄만 여자 앤데,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한
분위기여야 할 때 큰 소리로 당당하게 그럴 땐 좀 민망하기도 하다.
다시 미사에 참여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소미가 옆방에서 놀다가 내가
더 가까이 앉았는데도 제 아빠를 찾았다. 그러더니
한다는 소리가 "아빠, 또
똥이 마려워요. 급해요 급해"였다. 제 깐엔 소근댄다고 하긴 했는데 우린 다
듣고 말았다.
오! 주여, 이 어린양이 뭘 알리까. 이 어미가 '민망하다'는 말을 어찌 설명하리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