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말,말,말!

엽기적인 그녀들의 말! 말! 말! (4)

M.미카엘라 2003. 4. 9. 08:52
<집>
이사 오기 얼마 전 철원에서 살 때 일이다. 소미와 소은이랑 점심을 먹는데 창 밖에서
요란한 기계음이 시끄러웠다. 사다리차 소리인 줄 알고 "누가 이사를 오나?" 이러면서
밖을 내다보는데 소미가 옆에 와서 거들었다.
"정말 누가 이사오나봐요. 엄마!"
"가만가만, 그게 아니라 저기 저 관사 옆에 있는 컨테이너를 다른 데로 옮기려나보다."
"저거도 집 아니예요?"
아직 들어올리기 직전의 컨테이너는 아이 눈엔 내내 집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아냐, 저건 컨테이너라고 해. 집처럼 두고 쓰는 사람도 있긴 한데 정확히 말하면
집은 아니야."
그 순간 큰 기계가 컨테이너를 잠깐 땅에서 들어올렸다. 그걸 본 순간 소미는 깨달았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하! 알았다! 맞아. 정말 집은 땅에 꽂혀있지! 저건 집이 아니야."

<이유>
"엄마, 전화코드는 절대로 물 묻은 손으로 만지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왜에?"
사실 전화선은 통신선이니까 전기선처럼 물 묻는 거와는 별개 문제지만, 어쨌든 감전의
위험에 대해 알고 있나보다 내심 생각하고 반문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답.
"그럼 클나요. 왜냐면요, 그러면 전화기가 고장나거든요."
에구구!

<엄마의 포옹>
나는 가끔씩 아이들이 신음소리를 낼 정도로 힘껏 꽉 껴안아주길 잘한다. 그 날도 내 옆을
지나는 소은이를 기습적으로 끌어당겨 꽉 안아줬다. 역시 신음소리. 내 품에서 빠져나온
소은이가 하는 말.
"엄마, 엄마는 왜 나 똥 나오게 안아줘요?"

<전화놀이>
소미가 장난감 핸드폰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이 사람 저 사람과 통화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참 가관이다. 내가 전화하는 스타일로 똑같이 말하거나 말도 안 되게 내용을 지어서 말하는
품이 절로 웃음을 나오게 한다. 그런데 그 날은 엄마놀이 중이었는지 자기 남편에게 통화를
한다. 다음은 입으로 소미가 하는 소리 전부를 옮겼다.
"따르릉 따르릉! (핸드폰 창을 보는 시늉을 하며) 어! 여보네!…… 여보세요? 어, 여보
그런데 지금 어디 지키고 있어?"
으잉? 어디를 지키냐니? 아하! 소미의 남편도 내 남편처럼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구나!

<대포소리>
아파트 옆에 있는 부대에서 아주 큰 대포소리가 하루 종일 창문이 흔들리고 밖에서 놀던
어린아이가 놀라서 울 정도로 여러 차례 났다. 처음엔 너무 놀라서 난 이거 무슨 난리가
난 건가 했는데, 알고보니 다음 날 대통령까지 오는 아주 큰 행사가 있어서 예포발사
예행연습 중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소은이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눈치였다.
"소은아, 놀라지 마! 옆에 부대에 내일 무슨 일이 있어서 대포 소리 연습 중이래!"
"후유! 깜짝이야. 그런데 엄마, 새들이 깜짝 놀라겠다. 새들이 깜짝 놀라서 남에 집에
놀러가야겠다. 그치?"

<전파견문록>
소미와 나는 자주 스무고개나 스피드 퀴즈처럼 문제를 내고 맞추는 놀이를 한다. 며칠 전
소미가 내게 문제를 냈다.
"엄마, 이건 소매를 걷을 수 없는 옷이예요! 무엇일까요?"
"몰라"
"조끼잖아요! 조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