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말,말,말!

엽기적인 그녀들의 말, 말, 말! (11)

M.미카엘라 2005. 11. 7. 22:17
 

<빌려줘!>

소은이 몸무게가 소미와 같아지면서 아직 키는 작지만 옷 품은 같아졌다. 그래서 소은이가 소미 옷 중에 맘에 드는 것을 슬슬 넘보며 한번씩 입어보려고 하는데… 어느 날 아침.

“언니, 나 이거 입는다.”

“안돼! 그거 내가 얼마나 아끼는 티셔츤데…”

“빌려줘~!”

“안돼!”

“빌려줘~. 응?”

“그럼, 한번만이야. 알았지? 딱 한번만.”

“에게… 겨우 한번? 인생이 얼마나 긴데…”



<누구를 위하여 나팔은 울리나>

“소은아, 이제 그만 자.”

소미는 자고 소은이는 계속 방에서 오리고 붙이고 뭘 만든다.

“빨리 자야지. 내일 유치원 갈 걱정도 안돼? 그거 내일하고 그만 잤으면 좋겠다.”

(만들던 거에서 눈도 떼지 않고)

“이런 거 나는 끝까지 하고 자야 돼요. 나, 끈질기잖아요.”

“에구, 자기 자신을 잘 알긴 하네.”

소미 빼고 세 식구가 각자 일로 잠시 조용한 가운데 가까이 소미아빠 부대에서 취침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은은하게 들린다.

“저거 봐 소은아. 군인아저씨들도 잘 시간이라고 알려주잖아. 저거 자라는 소리야. 빨리 자. 응?”

“아빠 빨리 주무세요. 아빠 군인이잖아요.”

그동안 컴퓨터 앞에 잠자코 앉아있기만 하던 남편, 폭소~



<결심>

소은이가 드디어 소미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했다. 처음 이틀 동안 나가서 돌봐주고 잡아주고 했는데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 넘어지고 엉덩방아 찧고 그러는데도 좀체 쉴 생각을 안 했다. 너무 오래 타서 좀 쉬라고 했더니 괜찮다고 했다. 가까운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한창 좋은 날씨에 왁자지껄 신이 났다.

“소은아, 이제 그만 타. 몸살 나겠다. 날마다 조금씩 타면 금방 잘 타게 돼.”

“괜찮아요. 애들이 너 이제 인라인 타냐고 막 그래요.”

“그래도 쉬어가면서 타야지. 그렇게 이리저리 많이 넘어지고 그러다 몸살 나겠다.”

“나도 사실은 저기 놀이터 가서 친구들하고 놀고 싶지만 놀림 당하지 않으려면 연습해야 돼요.”



<게와 개>

영덕 여행 갔다가 좀 비싸도 영덕게 한번 먹어보자 어른들끼리 의기투합했다. 그런데 소미소은이가 영 사진 찍는데 협조를 안 하길래, 그걸 당근으로 쓰려고 했다.

“너희들 그러면 게 안 사준다.”

“정말요? 엄마 그럼 우리 정말 개 사주실 거예요?”

소미가 펄쩍 뛰며 반색을 했다.

“그래. 게 사주려고 하는데 이렇게 사진 한 장도 못 찍게 이러면 안 사줄 거야.”

“정말요? 정말이죠 엄마? 우리 개 사주실 거죠?”

“그래. 말 잘 들으면.”

“네. 잘할게요 엄마. 근데 사주실 거면 요크셔테리어로 사주세요. 네?”



<약수 맛>

달기약수가 철이 많으니 난 그 물이 아무리 좋아도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물맛 때문에 맛도 보고 싶지 않다. 그런데 소은이가 그런 물을 처음 먹어보고 한다는 말.

“아후~ 물맛이 동전 맛이야.”


 


<별 걸 다>

소미가 얼마 전 감기가 와서 소화력이 떨어졌는지 저녁을 겨우 먹고는 속이 답답하다고 했다. 나는 한번도 해보지 않아 사실 떨리면서도 하얗게 되어버린 아이 얼굴을 보고 안쓰러워 과감하게 손을 따주겠다고 했다. 이럴 때 ‘엄마는 용감했다’ 이 말이 딱 맞는다. 소미도 너무 괴로웠는지 순순히 팔을 맡기고 나는 예전에 수녀언니가 식구들에게 해주었던 걸 떠올리며 등도 두드리고 손 쪽으로 피가 모이게 쓸어내리기도 했다. 나도 소미도 바늘로 찌를 손가락은 보지 못하고 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콕! 꺼먼 피가 조금 나왔다. 트림도 하는 듯하고 한결 속이 편해졌다는 소미를 보며 안도했다. 그 모든 과정을 당사자인 소미보다 더 침을 꼴깍이며 보고 있던 소은이 한다는 말.

“나 손 따고 싶어서 내일 밥 우격우격 먹어야지~.”


(쩝! 그런데 소미는 결국 다 토하고 나서야 편안하게 잠들었다.)



<밥 먹다가>

요즘 소미아빠가 고추장 찍어먹으라고 어디서 깨끗한 잔멸치를 한 봉지 얻어와 식사 때마다 아이들에게 인기다. 그런데 어제는 내가 집어든 멸치가 참으로 이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같이 밥 먹던 소은이한테 물었다.

 

 

“손손, 이 멸치 좀 봐. 재밌지? 근데 이 멸치는 왜 이러고 있었던 거 같애?”

“당황했나봐. 갑자기 잡혀서…”


하하, 그때 난 하필 왜 윤도현의 <사랑했나봐> 그 노래가 떠올랐을까? 개사하면 너무 웃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