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울타리

수난시대

M.미카엘라 2006. 5. 15. 10:55
 

소은이가 요즘 어려운 일을 좀 여러 번 당했다.

일기에 구구절절 사연이 많다.


방과 후 특기적성 수업으로 무용을 골라서 배우고 있는데

6월에 시 주최 무슨 대회가 있어서

무용 배우는 아이들이 학교대표로 나간다고 맹연습 중이다.

내가 학교 앞에 일이 있어서 갔다가 

도서실에서 책을 보며 소은이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아이가 눈에 눈물을 펑펑 쏟으며 들어왔다. 그 사연인 즉…

 

 

 

 

 

며칠 전엔 가슴팍 위쪽을 심하게 꼬집혀서 왔다.

짝꿍이 꼬집어서 그랬다는데 얼마나 세게 꼬집었는지

옷 위로 꼬집었다는데도 다음날 작은 딱지가 앉을 정도였다.

“엄마, 재성이가 요즘 이상해요. 3월 달엔 착한 줄 알았는데 요즘엔 달라졌어. 전번에 혜경이를 발로 차서 혜경이 얼마나 울었는데.”

“너도 울었어?”

“아니, 너무 아파서 눈물이 저절로 날려고 그랬는데 꾹 참았어.”

(난 오버하며) “아니, 이누무 짜슥이~ 친구한테 이게 뭔 짓이래?”

“애들이 무슨 기분 나쁜 소리도 한 것도 아닌데 그냥 발로 차고 주먹 휘두르고 그래.”

“그럼 한번 그렇게 말해봐. 재성이 너 착한 사람인 줄 아는데 요즘엔 왜 그러니? 무슨 일 있니? 이렇게…”

그랬더니 소은이는 손을 내저으며 엄만 참 순진한 소리 한다는 투로 어른 같이 이랬다.

“아이구 엄마, 걔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요. 그렇게 좋게 말도 해봤는데, 듣는 척도 안 하고 더 주먹 휘둘러.”

“아이고, 그럼 어쩌냐 이제. 지금 넌 짝꿍인데… 그렇다고 그때마다 엄마가 학교 가서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옆에 지켜 앉아서 재성이 너 우리 소은이한테 그러면 안돼. 아줌마가 혼내줄 거야, 그럴 수도 없고.”

“엄마, 그럼 학교폭력 신고함에 재성이 신고할까?”

에구구, 난 놀랬다. 그건 또 어디서 보고 그렇게 하는 줄은 어떻게 알았을까?

“아냐, 그런 일로 친구를 신고까지 하는 건 너무해. 심해. 그러지 마.”

“할 수 없지 뭐. 그럼 난 그냥 그럴래요. 어떻게 해도 재성이가 폭력을 쓰니까 난 그냥 재성이가 내 옆에 없다 그렇게 생각할 거야. 재성이를 투명인간처럼 생각할 거야. 그래. 그게 제일 좋아.”

 

 

 

 

요즘 한 며칠 잠잠하다. 투명인간 기법이 효과가 있는 건지,

다시 원만하게 잘 지내는 짝꿍이야기가 좀 수그러들었다.

일기의 제목처럼 ‘수난시대’가 ‘화창시대’로 좀 바뀌려나…

그러나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방 '흐림'이 '맑음'으로 바뀌어

생글거리는 우리 손손.

 

오늘은 스승의 날.

어제 담임선생님께 꿍쩍꿍쩍 쓴 편지를 들고 학교에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