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충전소
황당한 응급환자
M.미카엘라
2001. 9. 1. 12:48
벌써 일 주일이 지난 일이다. 지난 주 토요일은 어머님 생신이라서 시누이
집에서 가족모임이 있었다. 남편은 우리를 데리러 내려왔다가 다시 의정부로
올라갔다. 시누이네 아파트 앞에 도착하니 어느새 시간은 저녁 6시를 넘기고
있었다.
나는 오후 내내 종종걸음 하면서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했을 시누이에게
미안하여 마음이 조급해지는데, 남편은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빵가게에서
케이크나 하나 사자고 했다. 내가 혼자 가서 얼른 하나 사 가지고 나오면 되련만
차에서 내린 남편과 아이들은 같이 가자며 줄래줄래 따라왔다.
큼직한 모카 케이크를 하나 사고 돌아서려는데 딱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손으로 집기 좋은 자리에 형형색색 유혹적인 막대사탕이 풍성하게 진열된
곳에서 두 아이가 날 쳐다보았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면 지나쳤지 이를
두고 그냥 지나칠 아이들이 아니었다. 양손에 하나씩 죄 꺼내 들고는 나를
애원하듯 한번 쳐다보고 제 아빠에게 지원사격 요청하듯 한번 쳐다보고 그러는
게 아닌가. 남편은 아이들 옆에 쪼그리고 앉아 "엄마, 히니가 이 사탕 먹고
싶대요" 이러면서 애들 말투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안 된다고 했다. 고모 집에 들어서자마자 밥 먹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도훈이, 도연이는 어쩌라고. 사 가지고 가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서로 그거 뜯어서 빨아대느라 밥은 멀리 도망가버릴 게 뻔했다. 나는
단호하게 안 된다는 점을 다시 말하고는 졸라대는 아이들을 두고 케이크만
들고 빵집을 나왔다.
"히니, 엄마가 안 된댄다. 그냥 가야겠다."
이런 제 아빠 말이 들리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소은이가 "앙∼"거리며 떼를
쓰며 몸을 뒤로 제쳤다. 남편이 쓰러질 것 같은 소은이를 잡는다고 손을 잡아
끌었는데 그게 사단이 나고 말았다. 남편이 소은이 손목에서 툭 소리가 났다고
했는데 그 뒤 소은이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아야야∼ 아야야∼"하고 울어댔다.
손목이 삐끗한 모양인지 도통 손을 못 대게 하며 펑펑 울어대는 게 아닌가.
남편은 갑자기 표정이 확 180도로 달라지더니 엄청난 사고를 만난 사람처럼
낯빛이 울그락푸르락 했다. 그나 나나 잠깐 뼈가 놀란 것이겠지 하면서 나아지길
기다린 건 마찬가지였는데, 남편은 소은이가 계속 울자 대번에 나를 향해 화를
퍼부었다.
"그냥 사달랄 때 사주지, 뭐 그까짓 걸 안 사줘서 이 난리야."
아니, 아무리 놀라고 속상하고 화가 나도 그렇지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어디 갖다 붙일 때가 없어 그런 식으로
화를 내는가 말이다. 굳이 따지자면 아이 손을 잡고 있었던 사람은 남편 아닌가.
그리고 더 따지자면 아예 애들 데리고 고모네 집으로 들어갔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아닌가.
나는 이미 난 사고에 대해서 네 탓이네 내 탓이네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누가 어떤 사고를 쳤던 간에 사고를 자초한 사람은 얼마나 몸둘 바를 모르고
황망하고 미안하고 속상하고 죄스럽겠는가. 나는 그걸 조금 헤아리다 보니
아무리 내가 속이 상해도 함부로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라고 말하지
못한다. 설사 그 사람이 아주 가까운 남편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날도
나는 남편 탓을 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게 말했는데 아직도 이 모양으로 마누라 탓만 하는가 싶은 게 은근히
부아가 끓고 마음에 상처가 되었다. 일단 그 앞으로 우연찮게 시누이와 아주버님이
나오셔서 나는 꾹 참았다. 거기다 왜 이리 화를 내느냐고, 화내지 말라고 다독일
수 있었던 내가 너무 놀라울 정도였다.
고모가 어르고 달래서 빵가게 옆 수퍼에서 이것저것 맘에 드는 걸 사주겠노라
비위를 맞췄지만 소은이는 반대편 손으로 하나만 받아들고 한 손은 여전히
쓰질 못하고 울었다. 주먹을 쥐었다 펴보라고 고모부가 시켰더니 조금 구부리는
듯하다가 다시 울면서 "못 해겠어, 히니는 못 해겠어"만 되풀이하였다.
결국 어머님께는 왔단 인사도 못 드리고 소미와 옷가방만 고모편으로 올려
보내고 가톨릭 성모병원 응급실로 내달았다. 소은이를 안고 차에 탔더니 출발도
하기 전부터 남편이 또 한번 역정을 내었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조금의 짬도 주지 않고 한 마디 퍼부었다. 차안이 다 울릴 정도로 아주 큰
소리로 해버렸다. .
"왜 이렇게 화를 내? 누군 화낼 줄 몰라서 바보 같이 이러고 있는 줄 알아?
그래, 이제 화를 내서 어쩌겠다는 거야? 애들 기르다 보면 별 일이 다 있는 거
아직도 몰라? 그렇게 난리를 하고 싶어?"
남편은 한 마디도 안 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뭐라 한 마디 했을 터인데 내가
워낙 불같이 화를 내니 그냥 듣고만 있었다. 나는 병원을 갈 때까지 남편과는
말을 안 하고 소은이만 달랬다.
그런데 소은이는 그 와중에 나에게 안겨 울먹이는 소리로 입을 가만히 두질
않았다.
"도넌니(도연이 언니) 집에 왜 안 가요? 엄마? 히니는 도넌니 집에 가고 싶은데.
도넌니 집에 가믄 히니는 이제 안 아픈데. 엄마 도넌니 집부터 가요 네?"
그러다가 차가 요철을 만나 살짝 흔들 하면 "아야야∼아파요 엄마, 이잉"
이러면서 병원까지 갔다. 나는 속으로 실소하면서 '네가 아주 큰 일을 당한 건
아니구나. 정말 뼈라도 부러졌으면 이럴 수는 없겠지'했다.
남편은 병원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릴 즈음엔 마음을 조금 풀고 평상시처럼
말을 걸어왔다. 나는 싸울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역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받고 응급실 접수창구로 갔다. 사람이 많았다. 환자도 보호자도 많았다. 한참을
기다리는 중에 자지러지게 우는 소은이 소리가 들려왔다. 제 아빠가 손이라도
건드린 모양이라 생각했다.
한참을 기다려 팔 천 얼마 되는 진찰료인가 접수비를 내고 돌아오니 소은이가
제 아빠 품에서 나와 응급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안 아프냐고 물었더니
"엄마, 안 아파요, 다 났어요. 성생님이가 히니 다 나게 했어요" 이랬다. 남편을
쳐다보니 놀랍게도 벌써 고쳤다는 것. 정형외과 전문의의 손을 쓸 필요도 없이
일반 의사가 소은이 팔을 어찌 한번 확 접게 했다가 펴니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남편의 전언에 따르면 소은이는 의사가 팔을 비틀듯 하며 접자 까르륵 자지러지게
넘어가는 소리로 울었다, 딱 넘어가는 소리가 그치고 한번 큰 숨을 쉬고 나서는
다시 찡그리고 울면서 한다는 소리가 "이제 안 아퍼요. 다 났어요. 갠차나요"라나?
아까 그 자지러지는 소리가 들렸을 때 고쳤던 모양이었다.
거기 있던 의사, 간호사, 수녀님까지 뭐 이런 별난 애가 다 있느냐는 얼굴로
크게 웃었다고 한다. 나는 너무 신기하고 거짓말 같았다. 고 사이에 요렇게
멀쩡한 손목으로 돌려놓다니.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건 물론이고 아까 고모가
사준 핸드폰 과자까지 그 아팠던 손으로 들고,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그렁한
눈으로 종횡무진 응급실을 까불락거리며 돌아다녔다.
그런데 또 기가 막힌 일은 다시 돌아간 수납창구에서 3만원이 넘는 돈을
치료비로 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간단하게 약도 하나, 주사도 한 대 없었던
치료가 3만원이 넘다니. 응급치료비가 좀 비싸다는 건 알았지만 세상에. 이
저녁에 한 30분만에 모두 4만원을 넘게 썼다.
그러나 아무리 간단해도 우리 식구 중 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나, 의사니까
그렇게 금방 간단하게 고치지, 그 돈 하나도 안 아깝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도 여유를 되찾고는 이젠 정말 뒤로 넘어가며 떼쓰면 아예 더러운 바닥에
눕는 편이 나을 테니 그냥 손을 놓아버리겠다고 소은이에게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그런 소리를 한들 눈 하나 깜짝할 소은인가 말이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의사 성생님'이 자기를 고쳐준 이야기를 하고 또 하는데
두서라곤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고 무슨 무용담처럼 자랑삼아 말했다. 덕분에
나는 시누이가 차려준 밥상을 송구스럽게 받아먹기만 하고 돌아왔다.
요즘은 소은이는 날마다 문 밖에서만 살려고 한다. 허락도 안 했는데 "금방 오께,
엄마"그러면서 남의 집에 놀러갔다 오겠다고 나선 길에 엎어지고 넘어지고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며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오늘도 소은이는 어제 이미
한번 피를 본 무릎팍을 또 깼다. 피가 흐르고 울고불고 약 발라달라며 들어오는데
얼굴은 얼마나 더러운지 눈물 자국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런데 약 발라주니
또 나간다.
<오늘의 교훈 하나>
한 번 안 된다고 했는데 뒤로 넘어가며 계속 떼쓰는 아이는 그 요구를 끝까지
들어주지 말되, 일으켜 세우겠다고 손을 잡지 말라. 그냥 놓아 버리고 모른 척
내버려 두라. 손목 삔다.
집에서 가족모임이 있었다. 남편은 우리를 데리러 내려왔다가 다시 의정부로
올라갔다. 시누이네 아파트 앞에 도착하니 어느새 시간은 저녁 6시를 넘기고
있었다.
나는 오후 내내 종종걸음 하면서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했을 시누이에게
미안하여 마음이 조급해지는데, 남편은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빵가게에서
케이크나 하나 사자고 했다. 내가 혼자 가서 얼른 하나 사 가지고 나오면 되련만
차에서 내린 남편과 아이들은 같이 가자며 줄래줄래 따라왔다.
큼직한 모카 케이크를 하나 사고 돌아서려는데 딱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손으로 집기 좋은 자리에 형형색색 유혹적인 막대사탕이 풍성하게 진열된
곳에서 두 아이가 날 쳐다보았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면 지나쳤지 이를
두고 그냥 지나칠 아이들이 아니었다. 양손에 하나씩 죄 꺼내 들고는 나를
애원하듯 한번 쳐다보고 제 아빠에게 지원사격 요청하듯 한번 쳐다보고 그러는
게 아닌가. 남편은 아이들 옆에 쪼그리고 앉아 "엄마, 히니가 이 사탕 먹고
싶대요" 이러면서 애들 말투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안 된다고 했다. 고모 집에 들어서자마자 밥 먹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도훈이, 도연이는 어쩌라고. 사 가지고 가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서로 그거 뜯어서 빨아대느라 밥은 멀리 도망가버릴 게 뻔했다. 나는
단호하게 안 된다는 점을 다시 말하고는 졸라대는 아이들을 두고 케이크만
들고 빵집을 나왔다.
"히니, 엄마가 안 된댄다. 그냥 가야겠다."
이런 제 아빠 말이 들리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소은이가 "앙∼"거리며 떼를
쓰며 몸을 뒤로 제쳤다. 남편이 쓰러질 것 같은 소은이를 잡는다고 손을 잡아
끌었는데 그게 사단이 나고 말았다. 남편이 소은이 손목에서 툭 소리가 났다고
했는데 그 뒤 소은이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아야야∼ 아야야∼"하고 울어댔다.
손목이 삐끗한 모양인지 도통 손을 못 대게 하며 펑펑 울어대는 게 아닌가.
남편은 갑자기 표정이 확 180도로 달라지더니 엄청난 사고를 만난 사람처럼
낯빛이 울그락푸르락 했다. 그나 나나 잠깐 뼈가 놀란 것이겠지 하면서 나아지길
기다린 건 마찬가지였는데, 남편은 소은이가 계속 울자 대번에 나를 향해 화를
퍼부었다.
"그냥 사달랄 때 사주지, 뭐 그까짓 걸 안 사줘서 이 난리야."
아니, 아무리 놀라고 속상하고 화가 나도 그렇지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어디 갖다 붙일 때가 없어 그런 식으로
화를 내는가 말이다. 굳이 따지자면 아이 손을 잡고 있었던 사람은 남편 아닌가.
그리고 더 따지자면 아예 애들 데리고 고모네 집으로 들어갔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아닌가.
나는 이미 난 사고에 대해서 네 탓이네 내 탓이네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누가 어떤 사고를 쳤던 간에 사고를 자초한 사람은 얼마나 몸둘 바를 모르고
황망하고 미안하고 속상하고 죄스럽겠는가. 나는 그걸 조금 헤아리다 보니
아무리 내가 속이 상해도 함부로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라고 말하지
못한다. 설사 그 사람이 아주 가까운 남편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날도
나는 남편 탓을 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게 말했는데 아직도 이 모양으로 마누라 탓만 하는가 싶은 게 은근히
부아가 끓고 마음에 상처가 되었다. 일단 그 앞으로 우연찮게 시누이와 아주버님이
나오셔서 나는 꾹 참았다. 거기다 왜 이리 화를 내느냐고, 화내지 말라고 다독일
수 있었던 내가 너무 놀라울 정도였다.
고모가 어르고 달래서 빵가게 옆 수퍼에서 이것저것 맘에 드는 걸 사주겠노라
비위를 맞췄지만 소은이는 반대편 손으로 하나만 받아들고 한 손은 여전히
쓰질 못하고 울었다. 주먹을 쥐었다 펴보라고 고모부가 시켰더니 조금 구부리는
듯하다가 다시 울면서 "못 해겠어, 히니는 못 해겠어"만 되풀이하였다.
결국 어머님께는 왔단 인사도 못 드리고 소미와 옷가방만 고모편으로 올려
보내고 가톨릭 성모병원 응급실로 내달았다. 소은이를 안고 차에 탔더니 출발도
하기 전부터 남편이 또 한번 역정을 내었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조금의 짬도 주지 않고 한 마디 퍼부었다. 차안이 다 울릴 정도로 아주 큰
소리로 해버렸다. .
"왜 이렇게 화를 내? 누군 화낼 줄 몰라서 바보 같이 이러고 있는 줄 알아?
그래, 이제 화를 내서 어쩌겠다는 거야? 애들 기르다 보면 별 일이 다 있는 거
아직도 몰라? 그렇게 난리를 하고 싶어?"
남편은 한 마디도 안 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뭐라 한 마디 했을 터인데 내가
워낙 불같이 화를 내니 그냥 듣고만 있었다. 나는 병원을 갈 때까지 남편과는
말을 안 하고 소은이만 달랬다.
그런데 소은이는 그 와중에 나에게 안겨 울먹이는 소리로 입을 가만히 두질
않았다.
"도넌니(도연이 언니) 집에 왜 안 가요? 엄마? 히니는 도넌니 집에 가고 싶은데.
도넌니 집에 가믄 히니는 이제 안 아픈데. 엄마 도넌니 집부터 가요 네?"
그러다가 차가 요철을 만나 살짝 흔들 하면 "아야야∼아파요 엄마, 이잉"
이러면서 병원까지 갔다. 나는 속으로 실소하면서 '네가 아주 큰 일을 당한 건
아니구나. 정말 뼈라도 부러졌으면 이럴 수는 없겠지'했다.
남편은 병원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릴 즈음엔 마음을 조금 풀고 평상시처럼
말을 걸어왔다. 나는 싸울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역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받고 응급실 접수창구로 갔다. 사람이 많았다. 환자도 보호자도 많았다. 한참을
기다리는 중에 자지러지게 우는 소은이 소리가 들려왔다. 제 아빠가 손이라도
건드린 모양이라 생각했다.
한참을 기다려 팔 천 얼마 되는 진찰료인가 접수비를 내고 돌아오니 소은이가
제 아빠 품에서 나와 응급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안 아프냐고 물었더니
"엄마, 안 아파요, 다 났어요. 성생님이가 히니 다 나게 했어요" 이랬다. 남편을
쳐다보니 놀랍게도 벌써 고쳤다는 것. 정형외과 전문의의 손을 쓸 필요도 없이
일반 의사가 소은이 팔을 어찌 한번 확 접게 했다가 펴니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남편의 전언에 따르면 소은이는 의사가 팔을 비틀듯 하며 접자 까르륵 자지러지게
넘어가는 소리로 울었다, 딱 넘어가는 소리가 그치고 한번 큰 숨을 쉬고 나서는
다시 찡그리고 울면서 한다는 소리가 "이제 안 아퍼요. 다 났어요. 갠차나요"라나?
아까 그 자지러지는 소리가 들렸을 때 고쳤던 모양이었다.
거기 있던 의사, 간호사, 수녀님까지 뭐 이런 별난 애가 다 있느냐는 얼굴로
크게 웃었다고 한다. 나는 너무 신기하고 거짓말 같았다. 고 사이에 요렇게
멀쩡한 손목으로 돌려놓다니.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건 물론이고 아까 고모가
사준 핸드폰 과자까지 그 아팠던 손으로 들고,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그렁한
눈으로 종횡무진 응급실을 까불락거리며 돌아다녔다.
그런데 또 기가 막힌 일은 다시 돌아간 수납창구에서 3만원이 넘는 돈을
치료비로 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간단하게 약도 하나, 주사도 한 대 없었던
치료가 3만원이 넘다니. 응급치료비가 좀 비싸다는 건 알았지만 세상에. 이
저녁에 한 30분만에 모두 4만원을 넘게 썼다.
그러나 아무리 간단해도 우리 식구 중 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나, 의사니까
그렇게 금방 간단하게 고치지, 그 돈 하나도 안 아깝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도 여유를 되찾고는 이젠 정말 뒤로 넘어가며 떼쓰면 아예 더러운 바닥에
눕는 편이 나을 테니 그냥 손을 놓아버리겠다고 소은이에게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그런 소리를 한들 눈 하나 깜짝할 소은인가 말이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의사 성생님'이 자기를 고쳐준 이야기를 하고 또 하는데
두서라곤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고 무슨 무용담처럼 자랑삼아 말했다. 덕분에
나는 시누이가 차려준 밥상을 송구스럽게 받아먹기만 하고 돌아왔다.
요즘은 소은이는 날마다 문 밖에서만 살려고 한다. 허락도 안 했는데 "금방 오께,
엄마"그러면서 남의 집에 놀러갔다 오겠다고 나선 길에 엎어지고 넘어지고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며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오늘도 소은이는 어제 이미
한번 피를 본 무릎팍을 또 깼다. 피가 흐르고 울고불고 약 발라달라며 들어오는데
얼굴은 얼마나 더러운지 눈물 자국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런데 약 발라주니
또 나간다.
<오늘의 교훈 하나>
한 번 안 된다고 했는데 뒤로 넘어가며 계속 떼쓰는 아이는 그 요구를 끝까지
들어주지 말되, 일으켜 세우겠다고 손을 잡지 말라. 그냥 놓아 버리고 모른 척
내버려 두라. 손목 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