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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카운슬러로 모십니다!

M.미카엘라 2004. 12. 4. 01:50

고민 1. 

 

저 그거 딱 한 번 보았더랬습니다. 별로 나쁘다 생각하지 않았던 까닭은 그거에 의존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정말 호기심에 정말 잘 맞추나 궁금했었던 겁니다. 딱 한번만 가보자 했고 그 이후도 다시 한번 가볼까 그런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뭐냐구요?……점(占)요. 근데 요즘은 그때 그 점쟁이가 한 말이 자꾸 제 귀를 간질이는 통에 이거 진짠가? 속으로 그럽니다.


여러분은 똑같은 내 자식인데도 그 중에 유난히 여러모로 코드가 잘 맞는 아이가 따로 있지 않나요? 반대로 주는 사랑 똑같고 이쁜 것 똑같은데 이상하게 잘 다투면서 맨날 찌글짜글 어긋나며 뭐가 잘 안 맞는 그런 아이도 있지 않나요? 저희 집이 딱 그렇습니다.


며칠 전 저녁엔 여섯 살짜리 소은이와 씨름했더니 머리가 지끈지끈했습니다. 저와의 관계는 아니구요, 어린데도 부녀지간에 서로 결이 안 맞는 건지 뭔지, 평소에 소은이가 제 아빠와 트러블이 너무 잦습니다(반대로 남편과 소미는 더할 수 없는 찰떡궁합입니다). 전에도 아침에 애들 깨우는 풍경 때문에 남편과 싸운 적이 있었던 거 말씀드린 적이 있을 겁니다. 그때 여러분께서는 그래도 행복해 보인다, 사랑하는 한 모습이다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지만 저는 그런 일을 자주 접하면서 이번에도 그 스트레스를 어찌할 줄 몰랐습니다. 사실 어른이 조금 너그러우면 되는 건데 오늘은 정말 남편한테 화가 납니다.


문제는 아빠가 들고 나는 때 텔레비전을 본다거나 해서 아이가 제대로 인사를 하지 않을 때일 경우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오늘도 그 경우입니다. 소은이는 삐뚜뚜름하게 의자에 앉아서 만화에 눈을 준 채 인사는커녕 미동도 안 합니다. 제가, 소은아 아빠한테 인사해라 해도 죽어라고 제 아빠에게 눈길도 안 주고 요지부동입니다. 속된 말로 ‘개기는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주 이래서 속을 뒤집습니다.

 

저는 좀체 안 자는 저녁잠을 조금 자고 난 아이가 잠이 덜 깨서 그런 것이라 남편이 이해해주길 바랬습니다. 그 상황은 저라면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남편은 저래가지고 큰일이다, 버릇이 없다는 듯이 골을 내면서 저녁약속 때문에 휭 나가버렸는데, 저는 또?… 이러면서 확 속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텔레비전을 끄고 아이를 잡고 말했습니다. 처음엔 아빠를 나쁘게 말하기엔 아이도 평소 약속한 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아빠를 이해해라, 너도 약속 안 지켰다, 네가 자주 그러는데 그랬을 때 아빠도 속이 상한 걸 알아라, 하기만 했지요.


그런데 소은이가 어떤 애냐면 맨날 자기는 아빠보다 엄마를 더 좋아한다, 난 우리 아빠 안 좋아한다, 난 엄마 편이다 이러면서 큰소리치고 다니는 아입니다. 제가 놀라며 너 그 말 정말이냐? 하면서 정색을 하면 “설마 제가 그러겠어요 엄마? 농담이예요”이러다가도 “진짜예요” 이러기도 합니다. 늘 2% 이상이 부족하고 두 사람의 결이 반대로 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늘 이런 식으로 삐딱한 아이에게 남편은 서운한 맘이 있습니다. 아이가 눈치 없이(아이니까) 계속 뻗대고 반항하면, 그저 그냥 참아주지 못하고……이 짜식 너 그렇게만 해봐라……다시는 아무것도 안 사준다. 소미언니만 사줄 거다… 이제 어디든 언니만 데리고 간다… 화다닥… 이렇게 되는 겁니다.


어른과 콩만한 아이의 알력과 다툼은 참으로 유치할 때가 많지만 이 유치한 긴장감을 늘 중재해야 하는 제 입장은 자주 피곤하고 속이 상합니다. 입으로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남자는 아빠다 그러면서 안기고 뽀뽀하면서도 자주 그렇게 겉 따로 속 따로 놀며 어깃장을 놓는데 누구보고 참으라고 해야 옳겠습니까? 이거 어른이 참아야 하는 거 맞죠? 어른이 왜 어른인데……


그런데도 저는 결국 그날 아이를 잡았습니다. 여행가방에 옷가지며 칫솔치약 등을 넣어주고 대전 할머니 집에 가서 살라 했습니다. 아빠가 싫어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인사도 하지 않는다면 어찌 한 집에서 살겠냐 했습니다. 엄마가 절대 안 사주는 거를 아빠는 잘 사준다고 그때만 아빠 좋다, 아빠가 사랑스럽다 하는 딸이 딸이냐 했습니다. 인사 하나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했습니다.


‘할머니 집에 보내지 마세요’하면서 우는 두 아이를 곁에 두고 저도 퍼질러 앉아 울면서 참 이게 무슨 코미딘가 했습니다. 그 점쟁이가 아빠와 작은 딸이 서로 끊임없이 투덕댈 사이라 엄마가 중간에서 힘들겠다 했으니 일단 그 점쟁이 용타 했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어려 아빠가 권위로 누른다 하면 그대로 눌리겠지만 조금 머리 굵어지고 제 주장이 더 커지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소은이 이름을 보고 점쟁이가 입을 떼서 한 첫말이 “열 아들 안 부럽겠다”였습니다. 부언 설명으로 열 남자 머리 꼭대기에 올라설 아이다, 리더가 되지 않고는 성에 안 찬다, 세상 어디다 데려다놔도 제 몫 다 찾으면서 살 아이다, 크게 키워라 하여 기분이 솔솔 좋았는데,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이 그것이었으니 그때도 이런 상황이 적지 않았던 터라 뜨끔 놀랐었습니다.


아이구, 머리야. 멀미가 나는 것 같이 그 저녁은 몸이 괴로웠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이제 둘이 그러면 제가 차라리 슬그머니 나가서 바람이나 쐬고 있겠다 했습니다. 둘의 갈등이 원만하게 회복되면 전화해라, 그러면 들어오겠다 했습니다. 소은이가 아빠를 사랑하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소은이가 조금 그런다고 해서 천하에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니 조금만 너그러운 아빠가 되어달라 했습니다. 소미에겐 그렇게 관대하고 너그러우면서 왜 소은이에겐 그렇게 못하냐 했습니다.


소은이는 성인이 되도록 어느 한때도 좀체 수월하거나 만만하지 않을 아이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그렇게 퍽하면 사이가 틀어지는데도 아빠와 성격이나 기질이 더 많이 닮은 아이가 바로 소은이입니다. 식성도 너무나 비슷합니다. 떡국에 김가루를 곤죽이 되도록 넣어서 히히대며 먹는 사이가 그 두 부녀입니다. 너무 이른 걱정에 어이없으실지 모르지만 저는 소은이의 사춘기가 벌써 겁이 납니다.


편지, 흐흐* 소미가 잠들고 남편도 아직 들어오지 않는 시간. 그 난리를 치른 후 자기와 말 한 마디 하지 않는 제게 소은이가 방에서 꿍쩍꿍쩍 뭘 만들고 써서 내민 것입니다.

 

 

 

 

 

 

 

 

 

 

 

고민 2.

 

난리 그 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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