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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손의 솜씨

고민이자 선물!

M.미카엘라 2010. 4. 13. 17:10

 

“엄마, 난 요즘 다른 애들은 손톱만큼도 안하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맨날 그 생각이야.”

“뭔데? 큰 고민이야?”

“아니 그냥, 난 이 담에 커서 뭐가 될까.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그런 고민.”

난 속으로 쿡 하고 웃음이 났지만 꾹 참고 진지하게 받았다.

“엄마가 보기에 그 고민 좋은데… 어릴 땐 그런 생각 많이 안 하지만 필요한 거잖아. 그래서 무슨 결론이 났어?”

“결론이 났으면 고민도 안 하지요. 생각을 아무리 많이 해도 모르겠어.”

“아직 모르겠는 게 당연한 거야. 너도 전에 말했지만 이제 열두 살에 뭔가 하나를 딱 정하는 게 어디 쉽겠어? 다 큰 어른도 내가 뭘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어려도 일찍부터 뭔가를 잘하는 애들이 있잖아. 근데 난 잘하는 게 하나도 없잖아요.”

“왜 잘하는 게 없어 우리 소은이가.”

“특별하게 잘하는 거 그런 게 없잖아요.”

“니가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그 대신 좋아하는 건 있잖아.”

“난 그림 그리는 거, 뭐 만드는 거 이런 거 좋아하는데 좋아하면 뭐해요? 잘해야지.”

“좋아하면 열심히 하게 돼서 결국 잘하게 돼.”

“근데 만약 하고 싶은 일을 찾았는데 이미 때가 늦었으면 어떡해요?”

“때가 늦는 경우가 어딨어? 너 이제 겨우 열두 살인데.”

“아니, 자기가 하는 일에서 성공하고 유명한 사람들 보면 다섯 살 때 시작했다, 일곱 살 때 시작했다 뭐 그러잖아요. 김연아도 그러고. 난 내가 하고 싶은 일 찾았는데 이미 늦었으면 어떡해? 그게 걱정이야.”

“너 운동선수 되고 싶어?”

“아니.”

“그럼 피아노나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고 싶어?”

“아니.”

“그럼 됐어. 엄마가 알기론 운동이나 악기 같이 어떤 기술을 어릴 때부터 몸에 익혀야 유리한 직업은 그렇게 많지 않아. 요리만 해도 넌 작년에 굳이 요리학원에 다닐 필요는 없었어. 소은이가 너무 좋아하니까 엄마가 한번 정식으로 배워보게 한 거지. 더 커서 해도 늦지 않아. 지금 좀 시들해진 것 같아도 고등학교쯤 가서 난 그래도 요리가 제일 좋아, 요리할래 하는 마음이 다시 든다면 그때 해도 늦지 않아. 그림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여유를 갖고 생각해.”

“근데 만약 어떤 일을 한 가지 결정해서 하다가도 ‘아, 이게 아닌 것 같애’ 이런 생각이 다시 들면 어떡해?”

“무슨 일에나 다 힘들고 어려운 고비가 있어. 그게 이겨내지 못하고 번번이 좌절하고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는 사람은 어떤 일도 제대로 못해.”

“그럼 안 되겠죠. 근데 어려움도 이겨내면서 열심히 하는데도 자꾸 이거 계속하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이 계속 들면 어떡해요?”

“그럼 어쩌겠어. 그만 둬야지.”

“그럼 엄마 아빠가 실망할 거 아니예요. 엄마 아빠가 뭘 배울 수 있게 돈도 대주고 막 그랬는데 내가 그러면 얼마나 실망하시겠어요? 난 그게 걱정이야.”

“만약 최선을 다해보지도 않고 단순히 힘들어서, 대책 없이, 생각 없이 그런다면 그런 태도 때문에는 실망하겠지. 근데 니가 고민 많이 하고 그렇게 결정한다는데 어쩌겠어. 니가 살 인생인데, 엄마가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리구 엄마 아빠한테 미안하면 그 돈은 벌어 갚아. 그럼 돼. 히히...”

“알았어요. 근데 엄만 내가 뭘 해도 괜찮아요?”

“엄만 니가 즐겁고 재미있게 느끼는 일을 찾으면 좋겠어. 힘든 일이 생겨서 화장실 가서 우는 일은 있더라도, 쉽게 포기할 생각은 잘 들지 않는, 그래서 때때로 내가 이 일을 하길 잘했어, 이 일 하는 게 행복하다 그런 생각이 드는 일. 그런 일을 찾는다면 정말 좋겠어. 금방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아, 나한테 그런 일이 뭘까?”

“무슨 일을 보든 듣든 체험하든 앞으로 너를 잘 관찰하고 너의 반응을 봐.”

“근데 이 쪼끄만 내가 경험할 게 뭐가 있어야지. 맨날 학교만 다니는데.”

“앞으로 시간 많아. 기회는 있을 거야. 너 저번에 무릎팍도사 안철수 편 본 거 기억나지?”

“네.”

“안철수 그 분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시간은 자기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했던 말이 소은이 땜에 갑자기 지금 생각난다. 그러고 보면 우리 소은이는 지금 자기한테 좋은 선물을 하는 거네. 니 고민이 너한테 선물이란 거지.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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