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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학교

냉이를 캐며

M.미카엘라 2005. 4. 14. 00:32
 

“소미야~”

(저쪽에서 자전거 타던 남자아이가 손을 흔든다.)

“누구야?”

“진석이요. 이진석.”

“그래? 몇 학년인데?”

“2학년. 우리 반이예요.”

“너네반? 엄만 본 적이 없는 얼굴인데…. 여기 살아?”

“네. 전학왔어요.”

 (진석이가 다가온다.)

“소미야, 어디 가?”

“응, 냉이 캐러.”

“어디로 가?”

“아빠부대”

 


 

“엄마. 오늘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뭐 먹었게요?”

“급식표 보긴 봤는데 잊어버렸다.”

“냉이무침.”

“어, 그래? 오늘 저녁에도 냉이 무칠 건데 또 먹으면 맛없겠다.”

“아니예요. 그래도 또 먹고 싶어요. 나 원래 그거 좋아하잖아요.”

“엄마도 된장국 끓이는 거보다 고추장에 매콤하게 무치는 게 더 좋아.”

“근데 엄마. 저요 학교식당 조리사 선생님들한테 되게 유명해요.”

“왜에?”

“애들이 잘 안 먹는 걸 저는 ‘많이 주세요’ 그러거든요.”

“어떤 것들인데?”

“우리 학교는 김치가 맛있구요. 오늘 같이 냉이무침이나 나물, 샐러드, 오징어젓 그런 거.”

“하하. 맞아. 우리 소미 그런 거 잘 먹지? 그러면 조리사 선생님들이 뭐라셔?”

“몸에 좋은 거 아는구나, 너 진짜 잘 먹는다, 뭐 그러세요. 이쁜이 왔구나, 그러실 때도 있어요.”

 


 

“소미야~ 나 왔어.”

“어! 진석아. 너도 호미 갖고 왔어? 비닐봉지도 갖고 왔네.”

“와! 진석이네는 호미가 있구나. 우리는 옆집에서 빌려온 건데.”

“아줌마, 냉이가 뭐예요?”

“으응, 냉이는 이거야. 요기도 있다. 요렇게 뽀얀 건 쑥이구. 보면 알겠니? 이렇게 옆에 흙을 좀 파내고, 이렇게 손으로 뽑아.”

“으아~ 혼자 힘들겠다. 난 엄마가 파주고 뽑는 것만도 어려운데. 엄마, 엄마가 진석이 꺼 처음엔 좀 해주세요.”

 



“으악, 벌레…”

“엄마, 어디요 어디?”

“여기, 흐~ 굼벵이야. 나도 놀랬지만 얘도 땅속에 있다가 무지 놀랬겠다.”

“엄마, 냉이 캐느라구 파낸 이 흙들 호미로 좀 덮어주세요. 얘도 더 자게. 그리구 우리가 이렇게 해놓으면 군인아저씨들이 덮어야 할지 몰라요. 그럼 힘들잖아.”

“이 정도는 비오고 그러면 다져져서 괜찮아져. 그래도 우리 소미 맘이 이뻐서 엄마가 꼭 그렇게 해야겠다.”

“그리구 엄마, 진석이가 너무 쪼끔 캤어요. 우리 거 좀 나눠주자.”

“(미적한 목소리로) 우리도 쪼끔인데에~ 이거 물에 데치면 얼마 안돼.”

“또 캐면 되잖아요. 그리고 우린 소은이가 놀아도 둘이 캐잖아요. 엄마랑 나랑. 그러니까 좀 줘요. 아~ 봉지만 흔들어도 냉이 향기가 솔솔 난다~.”

(조금은 무슨 조금. 한 주먹을 듬뿍 쥐어서 두어 번이나 진석이 봉지에 넣어준다.)

“엄마. 난 진석이가 싫었는데 이제 오늘부터 그냥 쉽게 친해진 거예요.”

 


 

다행이다. 소미는 못 느끼고 있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에 진석이는 다른 아이들과 어딘지 달랐다. 장애라고 하기엔 미안하고 또래들과 견주어 보면 뚜렷이 처지는. 그리고 입 주변이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다행이다. 그냥 지금 그대로가 좋다. 소미에게도 진석이에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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