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달걀피자 만들기 본문
요즘 식욕이 왕성해진 소미와 소은이는 무엇이든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것은 다 먹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밥 먹다가도 라면이 먹고 싶다, 떡도 먹다, 삶은 감자도 먹고 싶다, 아주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든다.
엊그제는 교육방송에서 <방학생활 4학년>인가에 어린이들도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선보이고 있었다. 소미는 아주 재미있게 그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잠시 후 낭패였다. 처음부터 “엄마가 잘 봐두었다가 만들어주세요” 했으면 좋았을 것을 다 끝난 다음에 “엄마도 보셨죠? 엄마, 달걀피자 너무 맛있겠어요. 만들어주세요” 이러는 거다.
“어, 엄만 저녁 준비하느라 제대로 못 봤는데…어쩌지? 아, 괜찮아. 교육방송 홈페이지 가면 다시보기 할 수 있을 거야.”
“그래요? 그럼 엄마, 제가 써드릴게요.”
“정말? 만드는 순서대로 쓸 수 있어?”
“그럼요. 걱정 마세요. 제가 다 기억해요. 엄만 만들어 주시기만 하면 돼요.”
소은이랑 재료가 뭐뭐였더라 하면서 한참을 옥신각신 하면서 커다란 플라스틱 ‘다라이’(빨래그릇 용도다)를 엎어놓고 땀을 뻘뻘 흘리며 적었다. A4지 한 장에 빼곡히 적어서 내민 달걀피자 만드는 법은 아래와 같다.
달걀피자 만들기
재료: 소금, 후추 약간, 피망 반쪽, 피자치즈, 버터, 방울토마토, 우유, 달걀, 그릇 2개
그릇 1개에 우유를 넣고 달걀을 다 붓고 석는다. 아주 널븐 그릇에 달걀을 살살 붓고 피망을 얄개 썰은다. 피자치즈도 또 갔이 피망처럼 한다. 아참! 달걀을 한 그릇에 소금과 후추를 약간 간을 해준다. 달걀을 한 그릇에 피망과 피자치즈를 언진다. 아참! 방울토마토도 반쪽 썰어서 달걀에 논다. 후라이팬에 버터를 바른다. 달걀을 후라이팬에 언진다. 익키면 완성! 예쁜 그릇에 담으면 더 좋겠죠?
나는 박장대소를 했다. 한 학기 동안 집과 학교에서 받아쓰기를 그렇게 해도 1학년은 1학년이다. 다른 때도 아직 서툴게 쓰긴 하지만 요리법에서는 그 탁월한 맞춤법의 창의성이 더욱 돋보인다. 그래서인지 안타깝게도 나는 이 레시피를 가지고 아직도 달걀피자를 못 만들었다. 혹시 읽다가 군침이 돌아서 한번 이대로 만들어 드신 분이 계신다면 꼭 제게 가르쳐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