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달라진 판세-우리 모두 놀라다 본문
아이들은 크면서 여러 번 변한다. 서서히 달라지기도 하지만 갑자기, 어느 날부터
달라져서 놀라게 하는 일도 적지 않다. 특히 어린 아기 적에 갑자기 달라지면
엄마들은 무척 당황해서 병원에라도 가봐야 하는 건 아닌가 노심초사하게 된다.
이번 이야기는 이렇게 갑자기 달라져 우리 모두를 당황시키고 있는 이웃집
선재 이야기다. 선재는 우리 소은이의 '으르렁 단짝(?) 친구'로 참 순하고 둥글둥글한
게 피부도 하얘서 너무 이쁘다.
나는 선재를 보면 '아기 백곰'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전에도 이런 말을 썼더니
선재 외할머니가 그걸 아시고는 좀 언짢아하셨다고 했다.
"곰이 뭐냐? 곰이."
하긴 곰이라고 하면 어른들은 '미련하다'는 생각을 먼저 떠올리시니 거슬릴
일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탐스럽고 귀엽고 순한 모습에 '백곰'이 저절로
생각났다.
어쨌든 '아기 백곰' 선재가 요즘 수상하다. 일전에 두어 번인가 소은이와 선재가
쌈닭 같이 자주 싸운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최근 그 판도에 큰 변화가
있다. 이제까지는 싸우긴 싸워도 소은이가 일방적으로 먼저 괜히 싸움을 걸거나
트집을 잡아 덤비는 형세였다. 순한 선재는 소은이한테 확확 밀어 부치지도
못하고 징징 울거나 좀 잡아당기거나 가볍게 미는 정도가 전부였다.
소은이는 선재가 뭘 좀 잘못하다가 자기를 툭 건드려도 그대로 달려들어
얼굴을 쥐어뜯고 등을 꼬집고 발로 차고 하기 일쑤였다. 최근엔 "야, 이 녀석아!"
이러면서 눈을 아래로 깔고 입술을 쭈욱 내밀고 씩씩거렸다. 선재는 힘이 장사지만
늘 그런 소은이한테 '음메, 기죽어!'하는 형상이었고, 거기다 더 어린 채구까지
이 형을 우습게 보고 달려들어 무엇이든 뺏으려 들고 하니 참 선재어멈 속이
몰라서 그렇지 시커매지지 않았을까 싶다. 소은이가 선재 얼굴에 상처를 낸
것만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선재가 어느 날부턴가 그 넘치는 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것도 갑자기.
처음엔 느닷없이 소은이를 물기를 몇 번하더니 이젠 소리를 지르며 주먹질에
발길질에 달라져도 그렇게 달라질 수가 없었다. 순대를 같이 먹는데 내가
"선재야, 짜니까 소금 너무 많이 찍지 마" 이랬더니 "야아-!"이러면서 소리를
벅벅 질렀다. 그러더니 순대 찍은 포크를 휙 내던지고는 내 등을 야무지게
퍽퍽 주먹으로 때리는 것이 아닌가.
자기 행동을 저지하거나 금하는 무슨 말을 통 하지 못하게 하고 시비를 걸었다.
소은이에게도 전에 없이 떠다밀고 주먹으로 때리고 하니 천하의 박소은이
황당하고 분해서 앙앙대며 울었다. 선재엄마가 선재를 잡아 떼어내니 상체는
제 어미에게 끌리면서도 다리로는 발길질을 막 해댔다. 이젠 소은이나 채구는
만만치 않는 '새로운 선재'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선재는 제 외갓집에 가서도 어른들에게 못되게 굴어서 엄마가 혼을 냈더니
벽을 보고 분해서 입만 앙 다물고 씩씩 삭히고 있더란다. 못하는 소리 없이
입이 똑 뚫린 소은이에 비해 선재는 말이 늦되다. 쉬운 말만 하거나 긴말도
아주 조금 비슷하게 흉내내 발음하는 정도. 그런 아이가 벽을 쳐다보고 그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나는 선재가 그래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 애를 하도 자주 보고 제
엄마 다음으로 잘 안다고 생각하니까 이제는 내 마음이 반 이상 부모가 된 것
같다. 전혀 그런 행동을 안 하던 아이가 제 속의 무엇이 그리 하라고 시키는지
신기할 뿐. 정말 이사를 가게 되어 헤어지고 나면 선재나 채구는 제 엄마들보다
더 많이 보고 싶어질 것 같다.
선재엄마에게는 너무 야단치지 말라고 했다. 아이가 크는 과정이고 정말 어떤
에너지가 끓는다면 또 언젠가를 잠잠해질 때도 있을 테니까.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오히려 그런 성향을 키워주는 것이 될 것 같았다. 좀 기다리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나는 선재가 하도 귀여워서 꽉 끌어안고서 궁뎅이를 팡팡 두드렸다. "에구,
우리 선재를 뭐가 이렇게 달라지게 했을꼬? 선재야, 뭐가 막 끓어오르니? 잠자고
있던 야성이 꿈틀대?" 했더니만, 또 "야아!"하면서 역정이다. 그래도 귀엽다.
이런 선재 덕분에 소은이의 기가 한풀 꺾인 듯 보인다. 막무가내로 시비를
거는 일이 좀처럼 없었다. 선재가 조금 툭 치는 정도는 그냥 넘어간다. 선재
엄마랑 나는 그게 너무 신기해서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놀라워했다. 서로의
기가 적당히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듯했다.
이런 상황을 내게서 보고 받은(?) 남편은 행여 소은이 기가 꺾이고 풀이 죽을까봐
노심초사했다. 그러면서 대뜸하는 소리.
"음, 이제 보니까 선재아빠가 선재를 교육시켰나보군."
참,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 고만한 애들이 그런 문제를 가르친다고
될 것인가 말이다. 선재엄마도 정색이다.
"언니, 우리 선재아빠가 가르치려고 들었으면 진작에 가르쳤지-이!"
아휴! 어쨌든 소은이와 선재가 좀 잠잠하게 보내는 것 같아서 난 너무 좋다.
애들이 만났다하면 싸우고 소리 지르고 울고 하는 일은 참 성가신 일이기
때문이다. 어제도 내가 집에서 일하는 동안 선재네서 소은이를 몇 시간 동안
봐주었는데 잘 싸우지 않더라고 전해왔다. 어른들이 "어휴! 선재가 정말 이상해졌어!
무서워졌어. 세상에나!"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소은이가 "엄마, 선재가 이상해.
달라졌어" 이러는데 큭큭 웃음이 났다.
그래도 아이들은 또래 친구가 최고인가 보다. 아무리 싸우고 다투고 울어도
소은이는 선재가 좋다고 하고 선재네 집에 가서 놀고 싶어한다. 선재 역시
소은이한테 가자고 잘 그런다고 한다. 어디 외출했다 돌아오면 차에서 내려서
1층인 우리 집을 제 집 오듯 들어오길 잘 한다. 선재네 집은 통로도 다르고
4층인데 말이다.
<끝으로 문제 하나> 그런데 선재는 어떤 장난감을 좋아할까요?
정답-소꿉놀이
특히 아주 조그만 컵에 장난감 주전자로 뭘 따르는 시늉을 하고 그걸 마시는
것을 즐긴다. 혹은 칼로 뭘 써는 것도 좋아한다. 얼마 전 두 돌 생일을 맞았을
때 내가 소꿉놀이를 선물해줬는데 너무 잘 가지고 논다. 이러니 이 겉 다르고
속 다른 아기 백곰이 어찌 안 귀여울 수가 있겠나. 정말 '외강내유' 유선재다.
* 친한 척하고 찍은 선재와 소은이.
달라지기 이전의 선재다.
두번째 사진은 연출하지 않았는데도 소은이의 포즈가 압권이다.
제가 무슨 누나나 되는 양.


달라져서 놀라게 하는 일도 적지 않다. 특히 어린 아기 적에 갑자기 달라지면
엄마들은 무척 당황해서 병원에라도 가봐야 하는 건 아닌가 노심초사하게 된다.
이번 이야기는 이렇게 갑자기 달라져 우리 모두를 당황시키고 있는 이웃집
선재 이야기다. 선재는 우리 소은이의 '으르렁 단짝(?) 친구'로 참 순하고 둥글둥글한
게 피부도 하얘서 너무 이쁘다.
나는 선재를 보면 '아기 백곰'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전에도 이런 말을 썼더니
선재 외할머니가 그걸 아시고는 좀 언짢아하셨다고 했다.
"곰이 뭐냐? 곰이."
하긴 곰이라고 하면 어른들은 '미련하다'는 생각을 먼저 떠올리시니 거슬릴
일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탐스럽고 귀엽고 순한 모습에 '백곰'이 저절로
생각났다.
어쨌든 '아기 백곰' 선재가 요즘 수상하다. 일전에 두어 번인가 소은이와 선재가
쌈닭 같이 자주 싸운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최근 그 판도에 큰 변화가
있다. 이제까지는 싸우긴 싸워도 소은이가 일방적으로 먼저 괜히 싸움을 걸거나
트집을 잡아 덤비는 형세였다. 순한 선재는 소은이한테 확확 밀어 부치지도
못하고 징징 울거나 좀 잡아당기거나 가볍게 미는 정도가 전부였다.
소은이는 선재가 뭘 좀 잘못하다가 자기를 툭 건드려도 그대로 달려들어
얼굴을 쥐어뜯고 등을 꼬집고 발로 차고 하기 일쑤였다. 최근엔 "야, 이 녀석아!"
이러면서 눈을 아래로 깔고 입술을 쭈욱 내밀고 씩씩거렸다. 선재는 힘이 장사지만
늘 그런 소은이한테 '음메, 기죽어!'하는 형상이었고, 거기다 더 어린 채구까지
이 형을 우습게 보고 달려들어 무엇이든 뺏으려 들고 하니 참 선재어멈 속이
몰라서 그렇지 시커매지지 않았을까 싶다. 소은이가 선재 얼굴에 상처를 낸
것만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선재가 어느 날부턴가 그 넘치는 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것도 갑자기.
처음엔 느닷없이 소은이를 물기를 몇 번하더니 이젠 소리를 지르며 주먹질에
발길질에 달라져도 그렇게 달라질 수가 없었다. 순대를 같이 먹는데 내가
"선재야, 짜니까 소금 너무 많이 찍지 마" 이랬더니 "야아-!"이러면서 소리를
벅벅 질렀다. 그러더니 순대 찍은 포크를 휙 내던지고는 내 등을 야무지게
퍽퍽 주먹으로 때리는 것이 아닌가.
자기 행동을 저지하거나 금하는 무슨 말을 통 하지 못하게 하고 시비를 걸었다.
소은이에게도 전에 없이 떠다밀고 주먹으로 때리고 하니 천하의 박소은이
황당하고 분해서 앙앙대며 울었다. 선재엄마가 선재를 잡아 떼어내니 상체는
제 어미에게 끌리면서도 다리로는 발길질을 막 해댔다. 이젠 소은이나 채구는
만만치 않는 '새로운 선재'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선재는 제 외갓집에 가서도 어른들에게 못되게 굴어서 엄마가 혼을 냈더니
벽을 보고 분해서 입만 앙 다물고 씩씩 삭히고 있더란다. 못하는 소리 없이
입이 똑 뚫린 소은이에 비해 선재는 말이 늦되다. 쉬운 말만 하거나 긴말도
아주 조금 비슷하게 흉내내 발음하는 정도. 그런 아이가 벽을 쳐다보고 그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나는 선재가 그래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 애를 하도 자주 보고 제
엄마 다음으로 잘 안다고 생각하니까 이제는 내 마음이 반 이상 부모가 된 것
같다. 전혀 그런 행동을 안 하던 아이가 제 속의 무엇이 그리 하라고 시키는지
신기할 뿐. 정말 이사를 가게 되어 헤어지고 나면 선재나 채구는 제 엄마들보다
더 많이 보고 싶어질 것 같다.
선재엄마에게는 너무 야단치지 말라고 했다. 아이가 크는 과정이고 정말 어떤
에너지가 끓는다면 또 언젠가를 잠잠해질 때도 있을 테니까.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오히려 그런 성향을 키워주는 것이 될 것 같았다. 좀 기다리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나는 선재가 하도 귀여워서 꽉 끌어안고서 궁뎅이를 팡팡 두드렸다. "에구,
우리 선재를 뭐가 이렇게 달라지게 했을꼬? 선재야, 뭐가 막 끓어오르니? 잠자고
있던 야성이 꿈틀대?" 했더니만, 또 "야아!"하면서 역정이다. 그래도 귀엽다.
이런 선재 덕분에 소은이의 기가 한풀 꺾인 듯 보인다. 막무가내로 시비를
거는 일이 좀처럼 없었다. 선재가 조금 툭 치는 정도는 그냥 넘어간다. 선재
엄마랑 나는 그게 너무 신기해서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놀라워했다. 서로의
기가 적당히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듯했다.
이런 상황을 내게서 보고 받은(?) 남편은 행여 소은이 기가 꺾이고 풀이 죽을까봐
노심초사했다. 그러면서 대뜸하는 소리.
"음, 이제 보니까 선재아빠가 선재를 교육시켰나보군."
참,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 고만한 애들이 그런 문제를 가르친다고
될 것인가 말이다. 선재엄마도 정색이다.
"언니, 우리 선재아빠가 가르치려고 들었으면 진작에 가르쳤지-이!"
아휴! 어쨌든 소은이와 선재가 좀 잠잠하게 보내는 것 같아서 난 너무 좋다.
애들이 만났다하면 싸우고 소리 지르고 울고 하는 일은 참 성가신 일이기
때문이다. 어제도 내가 집에서 일하는 동안 선재네서 소은이를 몇 시간 동안
봐주었는데 잘 싸우지 않더라고 전해왔다. 어른들이 "어휴! 선재가 정말 이상해졌어!
무서워졌어. 세상에나!"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소은이가 "엄마, 선재가 이상해.
달라졌어" 이러는데 큭큭 웃음이 났다.
그래도 아이들은 또래 친구가 최고인가 보다. 아무리 싸우고 다투고 울어도
소은이는 선재가 좋다고 하고 선재네 집에 가서 놀고 싶어한다. 선재 역시
소은이한테 가자고 잘 그런다고 한다. 어디 외출했다 돌아오면 차에서 내려서
1층인 우리 집을 제 집 오듯 들어오길 잘 한다. 선재네 집은 통로도 다르고
4층인데 말이다.
<끝으로 문제 하나> 그런데 선재는 어떤 장난감을 좋아할까요?
정답-소꿉놀이
특히 아주 조그만 컵에 장난감 주전자로 뭘 따르는 시늉을 하고 그걸 마시는
것을 즐긴다. 혹은 칼로 뭘 써는 것도 좋아한다. 얼마 전 두 돌 생일을 맞았을
때 내가 소꿉놀이를 선물해줬는데 너무 잘 가지고 논다. 이러니 이 겉 다르고
속 다른 아기 백곰이 어찌 안 귀여울 수가 있겠나. 정말 '외강내유' 유선재다.
* 친한 척하고 찍은 선재와 소은이.
달라지기 이전의 선재다.
두번째 사진은 연출하지 않았는데도 소은이의 포즈가 압권이다.
제가 무슨 누나나 되는 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