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들의 말, 말, 말! (2) 본문

그녀들의 말,말,말!

엽기적인 그녀들의 말, 말, 말! (2)

M.미카엘라 2002. 3. 2. 14:37

<무당벌레에게>
우리 집은 어디서 그렇게 들어오는지 무당벌레가 베란다에서 많이 보인다. 1월초에 이사왔을 때부터 그들은 제일 먼저 우리를 맞았다. 바퀴나 개미같이 해충은 아니지만 여름엔 더 많아진다니 걱정이다. 어디 무당벌레 집이 있나? 한겨울에 무슨 무당벌레냐? 이러면서 성가셔 하는 중에, 소미가 막 거실로 들어온 아주 조그만 새끼 무당벌레를 손등에 올려놓고(소은이는 기겁을 하고 싫어한다) 찬찬히 들여다보며 이런 말을 했다.
"얘, 이제 엄마 아빠도 오시지 마라 그러구 너도 얼른 집에 가라 응?"

 

 

<고래밥을 먹으며>
우리 딸들은 '고래밥'이라는 과자를 아주 좋아한다. 하루는 그걸 먹으면서 소미가 심심한 목소리로 한다는 말.
"엄마, 고래밥을 왜 우리가 먹어요? 고래 줘야지."

<인사>
소은이가 내게 잠옷을 입고 인사를 했다.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그러더니 방으로 들어가 소미와 한참을 조잘대다가 다시 언니에게도 잠자는 인사를 했다.
"언니, 안녕히 주무셔라."

<보답의 말>
둘이 한 인형을 가지고 싸우기 일보직전, 소은이가 극적으로 양보를 했다. 인형을 받아들며 소미가 감격스런 목소리로 하는 말.
"소은아, 고마워. 그런데 이 은혜를 어떻게 갚지?"
(어휴, 인형 하나에 무슨 은혜씩이나?)

<이유>
소은이는 제가 원하기도 해서 아직까지 내가 안고 머리를 감긴다. 그런게 며칠 전 그날은 웬일인지 서서 그대로 고개를 수그리고 감겠다고 했다. 아휴, 이쁜 것! 맘 변하기 전에 얼른 감겨야지 해서 손이 바빴다. 그런데 안고 감길 때는 잘 몰랐던 뒤통수가 어쩜 그렇게 동그랗게 많이도 톡 튀어나왔는지 아주 새삼스레 놀랐다. 물을 묻히고 만지니 더 나온 것 같이 느껴지는지 몰랐다.
"하이고, 우리 히니는 어쩜 이렇게 뒤통수가 많이 나왔냐아? 아주 뽈록해. 완전 짱구네. 그치 짱구야?"
"어우! 나 짱구 사탕 많이 먹어서 그래. 뭐."
당연한 걸 몰랐냐는 듯한 그 말투가 너무 웃겼다. 하긴 소은이는 겨우내 '짱구사탕'을 세 봉지 정도는 먹었을 거다.

<영화도 못 봐>
내 무슨 복에 아이들 노는 통에 영화를 본다고 빌려왔는지, 영화 <봄날은 간다>를 반도 못 보는 동안 자리에서 몇 번을 일어났는지 몰랐다. 내가 앉은 의자 옆에 기대고 서서 계속 부스럭거리며 시끄럽게 구는 소미에게 조용히 좀 하라고 했더니 "오줌 마려우니까 시끄럽게 하는 거예요" 한다. 그럼 얼른 화장실 같다 오지 뭐 하고 서있느냐고 야단을 하니 그제야 냉큼 달려갔다.
다시 영화를 보는데 조금 있다가 남자주인공이 사과를 깍아먹는 장면이 나왔다. 그런데 뜬금 없이 소미가 팩 토라진 소리로 말했다.
"엄마 미워!"
"왜에? 또 갑자기이?"
"우리는 사과도 안 깍아주구…"
아이고 내 팔자야! 다시 정지화면 해두고 또 일어났다. 내가 미성년 딸들을 두고 이 어른 영화를 지금 보는 게 아닌데…. 야들아, 내가 고마 잘못했다. 이 사과 마이 무라!

<말도 안 되는 소리>
정월대보름에 오곡밥을 먹으며 소미가 말했다.
"엄마, 나도 쥐불놀이하고 싶다."
내가 그 말을 받을 사이도 없이 소은이가 톡 튀어나와 받는 말이 걸작이다.
"난 안하고 싶어. 옷이 다 저지잖아(젖잖아)."
으잉? 쥐불놀이 하는데 왜 옷이 젖는 거지? 불장난하니까 오줌싼단 말인가?

<온천에서>
먼저 한 주는 소미가, 그 다음 주는 소은이가 남편을 따라서 남탕을 처음 다녀왔다. 남편이 전하는 말에 따르면 소미는 의외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아빠 같은 아저씨들 몸에 관심 없이 제 할 일만 하고 놀더라 했다. 그런데 소은이는 탕에 들어가니까 눈이 동그래져서 이 사람 저 사람을 휘휘 둘러보고 구경(?)했다고 한다. 거기다가 "아빠, 알라꼴라리!"이러더라나?하긴 소은이는 내가 옷 갈아 입을 때도 그런다.
그런데 이 말을 가만히 옆에서 듣고 있던 소미가 소은이에게 다가가 타이르듯이 하는 말.
"소은아, 식구끼리는 알라꼴라리 하는 거 아니야. 알았지?"
식구끼리는 그런 걸로 놀리는 거 아니라는 말로 이해는 되는데 그럼 남들끼리 알라꼴라리 하나?(^*^)

'그녀들의 말,말,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산하여라!  (0) 2002.06.17
딱 걸렸네!  (0) 2002.05.09
사용법을 알려드립니다  (0) 2002.02.15
밥상 위 교리문답?  (0) 2001.09.07
유쾌한 히니 어록(語錄)  (0) 2001.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