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벌레에게> 우리 집은 어디서 그렇게 들어오는지 무당벌레가 베란다에서 많이 보인다. 1월초에
이사왔을 때부터 그들은 제일 먼저 우리를 맞았다. 바퀴나 개미같이 해충은 아니지만 여름엔 더 많아진다니 걱정이다. 어디 무당벌레 집이 있나?
한겨울에 무슨 무당벌레냐? 이러면서 성가셔 하는 중에, 소미가 막 거실로 들어온 아주 조그만 새끼 무당벌레를 손등에 올려놓고(소은이는 기겁을
하고 싫어한다) 찬찬히 들여다보며 이런 말을 했다. "얘, 이제 엄마 아빠도 오시지 마라 그러구 너도 얼른 집에 가라
응?"
<고래밥을 먹으며> 우리 딸들은 '고래밥'이라는 과자를 아주 좋아한다. 하루는 그걸 먹으면서 소미가 심심한 목소리로 한다는
말. "엄마, 고래밥을 왜 우리가 먹어요? 고래 줘야지."
<인사> 소은이가 내게 잠옷을 입고 인사를 했다.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그러더니 방으로 들어가 소미와
한참을 조잘대다가 다시 언니에게도 잠자는 인사를 했다. "언니, 안녕히 주무셔라."
<보답의 말> 둘이 한 인형을 가지고 싸우기 일보직전, 소은이가 극적으로 양보를 했다. 인형을 받아들며 소미가 감격스런
목소리로 하는 말. "소은아, 고마워. 그런데 이 은혜를 어떻게 갚지?" (어휴, 인형 하나에 무슨 은혜씩이나?)
<이유> 소은이는 제가 원하기도 해서 아직까지 내가 안고 머리를 감긴다. 그런게 며칠 전 그날은 웬일인지 서서 그대로
고개를 수그리고 감겠다고 했다. 아휴, 이쁜 것! 맘 변하기 전에 얼른 감겨야지 해서 손이 바빴다. 그런데 안고 감길 때는 잘 몰랐던 뒤통수가
어쩜 그렇게 동그랗게 많이도 톡 튀어나왔는지 아주 새삼스레 놀랐다. 물을 묻히고 만지니 더 나온 것 같이 느껴지는지 몰랐다. "하이고,
우리 히니는 어쩜 이렇게 뒤통수가 많이 나왔냐아? 아주 뽈록해. 완전 짱구네. 그치 짱구야?" "어우! 나 짱구 사탕 많이 먹어서 그래.
뭐." 당연한 걸 몰랐냐는 듯한 그 말투가 너무 웃겼다. 하긴 소은이는 겨우내 '짱구사탕'을 세 봉지 정도는 먹었을 거다.
<영화도 못 봐> 내 무슨 복에 아이들 노는 통에 영화를 본다고 빌려왔는지, 영화 <봄날은 간다>를 반도 못
보는 동안 자리에서 몇 번을 일어났는지 몰랐다. 내가 앉은 의자 옆에 기대고 서서 계속 부스럭거리며 시끄럽게 구는 소미에게 조용히 좀 하라고
했더니 "오줌 마려우니까 시끄럽게 하는 거예요" 한다. 그럼 얼른 화장실 같다 오지 뭐 하고 서있느냐고 야단을 하니 그제야 냉큼
달려갔다. 다시 영화를 보는데 조금 있다가 남자주인공이 사과를 깍아먹는 장면이 나왔다. 그런데 뜬금 없이 소미가 팩 토라진 소리로
말했다. "엄마 미워!" "왜에? 또 갑자기이?" "우리는 사과도 안 깍아주구…" 아이고 내 팔자야! 다시 정지화면 해두고
또 일어났다. 내가 미성년 딸들을 두고 이 어른 영화를 지금 보는 게 아닌데…. 야들아, 내가 고마 잘못했다. 이 사과 마이 무라!
<말도 안 되는 소리> 정월대보름에 오곡밥을 먹으며 소미가 말했다. "엄마, 나도 쥐불놀이하고 싶다." 내가 그
말을 받을 사이도 없이 소은이가 톡 튀어나와 받는 말이 걸작이다. "난 안하고 싶어. 옷이 다 저지잖아(젖잖아)." 으잉? 쥐불놀이
하는데 왜 옷이 젖는 거지? 불장난하니까 오줌싼단 말인가?
<온천에서> 먼저 한 주는 소미가, 그 다음 주는 소은이가 남편을 따라서 남탕을 처음 다녀왔다. 남편이 전하는 말에 따르면
소미는 의외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아빠 같은 아저씨들 몸에 관심 없이 제 할 일만 하고 놀더라 했다. 그런데 소은이는 탕에 들어가니까 눈이
동그래져서 이 사람 저 사람을 휘휘 둘러보고 구경(?)했다고 한다. 거기다가 "아빠, 알라꼴라리!"이러더라나?하긴 소은이는 내가 옷 갈아 입을
때도 그런다. 그런데 이 말을 가만히 옆에서 듣고 있던 소미가 소은이에게 다가가 타이르듯이 하는 말. "소은아, 식구끼리는 알라꼴라리
하는 거 아니야. 알았지?" 식구끼리는 그런 걸로 놀리는 거 아니라는 말로 이해는 되는데 그럼 남들끼리 알라꼴라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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