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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정원

하늘에서 내리는 30개의 피자

M.미카엘라 2008. 12. 6. 15:02

 

‘전술훈련평가’

 

나는 이게 뭔지 잘 모른다. 뭘 평가하는지, 평가기준이 뭔지, 몇 개의 부대들을 두고 평가하는지 하나도 모르고 뭐 주부가 알 필요도 없는데, 암튼 일 년에 한 번씩 하는 아주 중요한 부대평가에서 남편이 이끈 부대가 1등을 했단다. 기분이 삼삼한 남편, 사기충천한 70명의 병사들로 요즘 부대 분위기가 좋은가보다.

 

그런데 거기다가 내 친구 미옥이가 축하한다고 피자 30판과 콜라 20병을 투하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30개의 피자들이 하늘에서 낙하산처럼 둥둥 떠 내려오는 것 같은 이미지가 그려지는데,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이 축하선물이 미옥이 마음+하느님 빽이 작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주에 가톨릭 세례를 받는 이 친구는 세례받기 전에 하느님이 좋은 일 한번 하라고 하는 것 같다며 내게 부담 갖지 말라고 했다. 말도 이쁘게 하는 친구다. ㅎㅎ

 

나의 대학동기인 미옥에게 소미아빠는 친구의 남편이지만 그냥 친구라고 해도 무방하다. 나로 인해 알게 되었지만 내가 남편을 만난 햇수나 미옥이가 남편과 인사하고 친구가 된 햇수나 별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거의 동성친구처럼 편한 사이인지라 남편은 이 쌈박한 커리어우먼에게 농담 10% 진담 90% 정도로 ‘피자나 좀 쏘라’ 했던 모양이다. 친구가 그 자리에서 흔쾌히 그러마고 승낙했고 어제 전격적으로 피자잔치를 했다고 한다. 병사들은 1등의 부상처럼 대장 친구가 쏘는 피자에 환호성을 지르고 하루 종일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피자 30판. 병사들 칭찬하고 사기 올려주자고 들면 뭐 ‘대장님’이 살 수도 있다. 남편이 사겠다고 하면 나도 말리지 않는다. 아무리 남편이 애써도 잘 따라주지 않는 부대원들이 있다면 그런 좋은 성과가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피자선물은 내 주머니에서 돈이 안 나가는 문제를 떠나, 비록 남편은 자기 새끼들(병사들) 먹이느라 피자를 한 조각도 입에 대지 않았지만 그의 어깨에 큰 힘을 얹어주었기 때문이다. 월급쟁이 군인에게 확실한 스폰서가 되어준 친구가 고맙다.

 

 

 

 

나는 이런 고마운 선물을 ‘기브 앤 테이크’로 계산하고 싶진 않다. 그 친구에게 눈에 보이게 되갚지 않아도 또 다른 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베풀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좋은 선물은 돌고 돌아 또 다시 내 친구에게 다른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문자메시지로 ‘고맙다. 넌 복 받을 겨~’라고 보냈던 것도 이런 의미를 담았다. 이 친구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일 많이 만들어주어 덕을 착착 쌓았으니 하느님이 그 축복을 오래오래 나눠주시리라 믿는다. 그녀가 세례 받으며 청한다는 한 가지 기도. 꼭 이루어 주십사 하고 나도 함께 기도한다. 친구야!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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