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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정원

올해의 슬로건

M.미카엘라 2009. 1. 3. 02:24

 

 

 

<기도하는 엄마>

아이들에게 내가 해줄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손에서 놓아야 할 것이 늘어난다.

내 힘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자만을 꺾고 

앞으로 더 겸손해져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기다려주는 시간이 내 끈기보다 길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소미의 눈빛이 간혹 스치듯 낯설게 다가온다.

5학년만 올라가면 아이들이 많이 달라진다는데 그래도 좀 늦은 편인가.

저 멀리서 두려움을 가중시키는 전쟁터 포화소리를 듣는 것처럼

아직 닥친 일은 아니지만 경험도 없고 실체도 없기 때문에 더 긴장하게 된다.

 

아이들의 과실을 참아주지 못하며 화 잘 내고,

나도 못하면서 아이들보고 잘하라는 말을 밥 먹듯이 하고,

엄격하게 선을 긋는 것은 잘 되지만 너그럽게 허용하는 것이 잘 안 되고, 

알아서 판단하고 정리해주고 결론내주는 거 습관이 된 나를 위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성찰하고 반성하고 기도하기.

 

 

 

<경청하는 엄마>

학교에서 돌아와 속상했거나 화난 이야기를 하면 끝까지 다 들어준 후

가장 먼저 마음을 읽어주고 받아주는 말하기.

 

성질 급한 소은이가 조금 참았다 집에 와서 해도 될 말을

하굣길에 굳이 전화로 따따따따 말해도 버럭 하지 않고 잘 들어주기.

 

아무리 바빠도 건성으로 듣고 있다는 생각 들지 않게 조심하기.

경청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차라리 지금 들어줄 수 없는 사정을 말하고

언제쯤 들으면 안 되겠느냐고 양해구하기.

 

그리고,

말할 때는 아무리 할 말이 많아도 한번에 2분을 넘기지 않기.

특히 화났을 때 더 조심.

 

 

 

<책 읽는 엄마>

'2009 내가 읽은 책'이라는 제목을 단 표를 만들었다.

부담 없이 번호, 책제목, 글쓴이, 읽은 날만 적어 넣을 수 있는 표.

 

일단 석 장을 인쇄해서

각각 한 장마다 양재형, 박소미, 박소은 이렇게 이름을 써넣었고

책꽂이 옆면에 쭈욱 세로로 붙였다.

일년 동안 누가 어떤 책들을 얼마나 읽나 기분 좋게 기록해보자는 취지.

 

창피할 수도 있다.

잘하면 선물도 받고 그러는 이런 것 아이들은 좋아하니까 흔쾌히 동의했지만

나는 자칫 내 발등을 찍는 굴욕적 사태를 자초할 수 있다.

내가 요즘 책읽기 형편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 저 책 찔끔찔끔 지문은 묻혀놓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잘 안하고

딴 일에는 시간 휘리릭 잘 쓰면서도 진득하니 길게 책을 읽지 못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오 자히르>를 한 달 동안 읽었으니 말 다했다.

 

내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

딸들 앞에서 최소한의 체면, 아니지.... 빛나는 영광이 있으라! ㅎㅎㅎ

 

아, 그리고 어른 책만 읽지 말고 딸들이 읽는 책도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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