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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다이어리야!

M.미카엘라 2010. 1. 1. 23:58

 

 

 

 

 친구가 소미 소은이에게 새 달력과 각각 <연아 다이어리>를 선물했다. 김연아 선수를 컨셉으로 사진과 여러 일러스트, 좋은 글 등이 어우러져 예쁜 스티커들로 꾸며 쓸 수 있는 이 다이어리에 열광적인 환호를 보낸 이는 김연아의 극렬 팬인 소은이였다. 그런데 정작 다이어리를 꼼꼼히 살피고 난 소은이는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엄마, 다이어리가 뭐하는데 쓰는 거예요?”

 

순간 웃음부터 터졌다. 김연아에 환호는 했는데 정작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하는 게 너무 웃긴다. 하긴, 알 리가 없다. 이제 초등 4학년. 일기장 개념밖에 없는 아이가 늘 가방에 넣고 다니며 쓰는 수첩의 진화된 개념인 다이어리의 쓰임새를 알 리가 없다. 여러 가지 칸도 많고 이렇게 저렇게 섹션이 나뉘어져 있고 복잡할 거다.

 

그리고 요즘 다이어리가 좀 다양한가? 나는 수첩은커녕 몇 년 전부터 모든 걸 큼직한 탁상용 달력 하나에서 해결하지만 그래도 다양하고 멋진 다이어리를 보면 사고 싶어진다. 그러다가 최고 난이도를 자랑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시스템 다이어리를 보면 살짝 머리도 아파지지만. 이걸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수첩 공부부터 해야 할 판이다. 어쨌든 부지런하게 끝까지 잘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기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하는 말을 들었으니 요긴한 물건임은 틀림없다.  

 

 

 

 

“이거 쉽게 말하자면 이런 거 저런 거 메모하는 단순한 수첩이 조금 더 발전한 거야.”

“근데 뭐가 이렇게 복잡해요? 여기다간 뭘 쓰고 어떻게 쓰는 거예요?”

“결국 다이어리도 짧은 일기장이야. 근데 단순히 하루를 메모하는 게 아니라 요즘은 미리 어떤 목표를 세우고 계획하고 잘 지켜졌나 체크하고 뭐 그러는 걸로 중요하게 쓰이지.”

“쓰는 법칙이 있어요?”

“아니. 그냥 자기 마음대로 자유롭게 써. 다만 여기 날짜 쓰는 칸이 있으니까 그거 채워 넣고 그 날짜에 자기가 필요한 걸 자유롭게 쓰는 거야.”

“근데 뭘 쓰지?”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 행사나 여러 가지 약속이 있으면 미리미리 적어두고 잊지 않을 수도 있고, 좀 넓은 칸은 한두 줄로 요약한 일기를 쓸 수도 있고, 그날그날 복습한 공부내용, 읽은 책제목 같은 걸 적을 수도 있어. 근데 사실 뭘 쓰든 소은이 맘대로야.”

“매일 요기 아래 있는 조그만 네모는 뭐예요? 빈 밑줄 옆에...”

“응, 빈 밑줄 위에다 그날 꼭 해야 할 일을 미리 생각해서 적어놓는 거야. 예를 들면 토요일에는 ‘실내화 빨기’ ‘주일학교 가기’라고 적어두는 거지. 그리고 그걸 실천했으면 요기 작은 네모 위에다 체크하는 거고. 그러면 자기가 해야 할 일과 실천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있어서 다 실천했을 땐 아주 뿌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걸.”

여기까지 말했을 때 소은이의 눈이 반짝 빛났다.

“아하~ 다이어리가 그런 거예요? 우와~ 재밌겠다.”

“요기 있는 여러 가지 스티커는 그날그날 필요한 걸 떼어서 붙이는 거고. ‘축하해’라고 쓰인 스티커는 친구 생일날에, ‘신난다’라고 쓰인 스티커는 어디 놀러가기로 한 날에 붙이면 되는 거야.”

 

다이어리를 들고 쪼르르 방으로 들어간 소은이가 다시 다이어리 탐구를 하는 모양이다. 간간이 나한테 고개를 내밀고 질문을 했다.

“진짜 내 맘대로 쓰고 꾸미고 그래도 되는 거예요?”

“부담 갖지 말고 맘대로 즐겁게 써봐. 그런 거 잘 기록하면 나중에 봐도 참 재밌다. 엄만 탁상용 달력에 별 거 안 썼는데도 모아두고 요즘에 보면 재밌어. 일기장하고는 또 달라.”

“엄마, 이게 나한테 딱인 물건 같아요. 이상하게 설레고 기분 좋아. 올해 뭔가 신나는 일이 일어날 것 같고 뭔지 모르겠는데 즐거울 거 같아.”

 

흥분했다. 그 새까만 눈동자가 또록또록 빛나며 ‘세상에 이런 재미있는 물건이 다 있다니...’하는 표정이 선명하게 보였다. 다이어리에 재미 붙인 친구들이 있고 다이어리 기능을 어느 정도 아는 소미도 필 받아 둘이 신이 난 새해 첫날이다. 잘 쓰면 참 좋은 물건. 첫인상 좋아 사귀고 싶은 친구처럼 다이어리와 일년내내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너무 귀여운 게 일기처럼 꼭 그날 일은 그날에만 써야 하는 줄 알고, 제야의 종소리 다 듣고 잤으면서도 다이어리 쓴다고 일찍 일어났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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