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선생님께 본문
선생님께.
지난 3월 초. 2학년이 시작된 첫날 소미는 집에 오자마자 깡충깡충 제 손을 잡고 뛰었습니다.
“엄마, 오늘 정말 기쁜 날이예요. 우리 담임선생님이 누가 되셨는지 아세요? 제가 ‘저 선생님이 우리 선생님 되셨으면 좋겠다’하고 속으로 생각했던 3학년 선생님이 우리 담임선생님이 되셨어요 글쎄. 전 정말 복 받은 애예요.”
이랬던 소미는 자주 선생님의 소식을 집에 가지고 왔습니다.
그 후 열흘 쯤 지났던가요? 또 제게 이런 말을 들려줍니다.
“엄마, 우리 선생님은 엄마하고 비슷한 점이 있으세요.”
“뭔데?”
“우리 선생님도 예쁜 잔에다가 차 마시는 걸 참 좋아하신대요.”
그리고는 스승의 날이 가까워오자 소미는 선생님께 선물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소미, 선생님 선물 생각해둔 거 있어?”
“있잖아요 엄마. 고민하실 거 없어요. 우리 선생님은 예쁜 잔에 차 마시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니까 찻잔 선물하면 좋아하실 거예요.”
“에이, 예쁜 잔에 차 마시는 거 좋아하시는 분인데 그런 건 좀 많이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
“그래두요 엄마. 저도 예쁜 잔 선물하고 싶어요.”
그래서 빨간 카네이션 꽃이 예쁘게 그려진 뚜껑 있는 머그잔을 고르게 된 거랍니다. 소미가 선생님께 드린 편지에도 그런 이야기가 조금 있는 줄 압니다. 저는 사실 그 선물을 보내면서도 잔이 없으시지도 않을 텐데, 괜히 유용하지 않은 짐 하나 더 드리는 거 아닌가 했습니다. 그랬는데 어제 소미가 학교에서 돌아와 밝은 얼굴로 이야기했습니다.
“엄마, 우리 선생님이 제가 선물한 그 잔을 잘 쓰고 계신 거 봤어요. 선생님이 저한테 ‘소미야, 잔 잘 쓰고 있어. 고마워’ 그러시기도 했거든요.”
너무 행복하고 뿌듯한 표정의 아이 얼굴을 보고 저 역시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 마음 그대로 담아 그냥 감사의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이 가볍게 하신 말씀 한 마디로도 아이들은 이렇게 행복하고 마음의 키가 한 뼘쯤 쑥 크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지만 그래서 더 따뜻한 학교에서 좋으신 선생님들과 만난 소미는 세상에서 자기 학교가 가장 좋은 학교인 줄 압니다. 제 동생에게 “학교가 얼마나 좋은 곳인데. 너도 가보면 알아”하고 으스댄 적도 있습니다. 학교를 즐거운 곳으로 알게 해주신 선생님께 저는 참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6학년 때까지 이 학교를 내내 다니고 싶다는 소미의 바람은 아빠의 직업 탓에 이루어지기 어렵겠지만, 이 학교처럼 어디를 가도 학교가 즐거운 곳이고 가고 싶은 곳이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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