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왁자지껄 춘삼월 본문
3월의 산. 쌀쌀한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드는 가운데 어떤 지방은 폭설로 더디 온다는 봄이 실감나지만, 오늘 바라본 우리 집 앞산은 연두색 파스텔 가루를 아주 살짝 뿌려놓은 것처럼 완연하게 물오른 것이 느껴진다. 이렇게 남들보다 설핏한 봄기운을 먼저 느꼈다 하더라도 언제 꽃폈지? 언제 다 졌지? 곧 그러면서 짧은 봄을 아쉬워할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하루가 하는 것도 없이 겅중겅중 지나가기 때문이다.
소미는 2학년이 되었고 소은이는 병설유치원에 입학했다. 두 아이의 3월은 많아진 친구들로 활기차고 행복해 보인다. 소미는 좋아하는 친구들이 한 반이 된 것만으로도 기쁜데 생각지도 않게(소미 표현이다) 친구들의 손으로 반장에 뽑혀 무척 기운이 나는 모습이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에게서 “이제 바쁘시겠네요” “축하한다. 근데 너 클났다. 이제 반장 엄마 너 어쩔래?”하는 인사를 듣고는 아이의 마음과는 달리 걱정이 앞선다. 아이가 학교에서 반장이면 어느 결에 그 아이 엄마도 엄마들의 반장처럼 되어버리는 게 현실이다. 뭘 그리 수선스럽게 할 일이 있나. 1학년 때 하던 대로 하면 되지 뭐.... 하는데 그게 그리 간단치 않다고 충고까지 하는 이 있으니…….
소은이는 겨우내 소미와 소미의 친구, 그러니까 두 언니 졸졸 따라다니며 놀다가 이 아파트 안에서 무려 여섯 명의 친구들과 한 유치원을 다니게 되니 인간관계(?)의 단조로움이 한방에 날아갈 듯 보인다. 이번 주까지는 적응주간이라 10시까지 데려다주고 12시에 데리고 오는데 한번에 다섯 아이를 모아 데리고 돌아오면서 보니 벌써 가방 들어주는 친구가 있다. 유치원에서 나오자마자 “엄마가 가방 들어 주세요”하고 내게 맡기는데 채 받아들 사이도 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가 주우려고 하는데 냉큼 승수가 먼저 집어 둘러매고는 소은이를 따라 뛰어갔다. 남자 아이들 틈에서 멀리 뛰어가는 소은이 뒷모습을 바라보며 올여름 새카맣게 탄 얼굴로 집에 들어오라는 말은 귓등으로 듣고 놀이터에서 살다시피 할 아이 모습이 미리 보인다.
아무래도 좋다. 아이들이 행복하면 됐다. 행복한 아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나고 활기가 넘친다. 그러고 보니 다른 때보다 요즘이 더 예뻐 보인다. 겨우내 오통통한 너구리가 되어버린 소은이 볼을 늘어뜨려 잡고 뽀뽀하고, 살집은 없어도 길쭉하고 단단해지는 소미 다리를 거꾸로 들어 안고 낑낑 놀려주면서, 콩나물 자라듯 쑥쑥 크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 3월에는 더 빛나는 까닭을 알겠다.
유치원과 학교 교실이 와글와글하다. 문밖에 데리러온 아이 엄마, 할머니들로 왁자지껄하다. 봄은 그렇게 더디 오는 듯 보여도, 짧게 머물다 가는 듯 보여도 아이들 속에서는 벌써 그렇게 오고 그 생기로움은 내내 머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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