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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울타리

그녀들의 새해는....

M.미카엘라 2004. 12. 31. 18:38
 

아이들이 모두 방학했다. 특히 소은이는 지난주를 끝으로 2년간 다니던 ‘별나라 유치원’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방학식 전날 가까운 떡집에서 꿀떡을 맞춰서 오전에 유치원 선생님께 인사하러 갔었다. 아이가 할 인사가 따로 있고 내가 할 인사가 따로 있는 듯했고, 그동안 맘 푹 놓고 편안하게 유치원에 아이를 보냈는데 그 고맙고 서운한 맘이 소은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후에 돌아온 소은이는 점심시간에 일회용 비닐장갑 끼고 달님반 친구들 식판에 꿀떡을 조금씩 일일이 놔주었다고 했다. 마음이 슬프고 눈물이 나는 걸 꾹 참았다고 했다. 지난 여름엔 달님반의 상진이가 다른 데로 이사 간다고 인사해서 혼자 그렇게 울고 종일 우울해 했다더니만, 암튼 이런 면에선 확실히 소미보다 감성적이고 눈물도 흔하다.


보통 사립유치원은 2주 간의 방학을 끝내면 다시 등원을 하지만 지난 여름방학 때부터 소미의 첫 학교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바람에 어려움이 많았다. 소은이는 2주 동안만 쉬고 다시 아침 일찍부터 자기 혼자 유치원 갈 채비를 해야 하는 싫었다. 억지로 어르고 달랬지만 결국 하루인가 이틀 더 보내고 언니방학과 똑같이 쉬고 말았다. 여름에 그런 형편이었으니 이 추운 겨울방학은 그 모습 안 봐도 어찌 될지 훤한 일이었다.


그런 와중에 12월에 소은이는 2005년 소미네 학교 병설유치원 입학이 허락되었다. 지원자가 많아 추첨을 한다는 소식에 어찌될지 몰라 걱정을 하던 참인데, 학교에 다니는 형제자매가 있는 어린이는 추첨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았다. 소미 덕분에 소은이는 수월하게 고대하던 병설유치원에 다니게 된 것이다.


그동안 소은이는 언니와 같은 차를 다니고 다닌다는 점, 원복을 입지 않고 자유롭게 옷을 입을 수 있다는 점,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언니를 만날 수 있다는 점, 방학도 언니처럼 길~다는 점, 그리고 엄마 돈이 적게 든다(교육비가 적다는 소릴 어른들이 하는 걸 들은 모양이다)는 점까지 두루두루 꼽으면서 병설유치원 가길 기대했다. 지금은 별나라 유치원에 대한 아쉬움보다 새 유치원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그래서 소은이는 1월, 2월 두 달을 그야말로 뻑쩍지근하게 쉬게 되었다. 나는 속으로 ‘그래, 한번 어디 실컷 놀아봐라’ 그러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제 고작 며칠이 되었다고 벌써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작년엔 12월에 했으나) 1월에 하는 ‘별나라 작은 축제(재롱잔치)’ 할 동안만 다닐 걸, 방학동안은 소미 언니 피아노 배우러 안 다녔으면 좋겠다, 빨리 3월 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눈썰매장 가고 싶다…….


또 누가 우리 집에 온다거나 우리가 누구네 식구를 만나러 간다거나 하는 계획이 어른들 사이에 오간다 싶으면, 그야말로 반짝이는 토끼 눈, 쫑긋한 토끼 귀를 해가지고 다시 듣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여 그 날을 손꼽는 즐거움에 산다. 그런데 두 번이나 어른들 때문에 그런 약속들이 무산되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좀체 그 계획이 실행되기 직전까지는 말을 안 하기로 했다. 계획이 연기되었다 하면 또 얼마나 수많은 질문으로 집요하게 나를 괴롭히는지 모른다. 언제 다시 만나기로 했냐, 누구누구 만나기로 했냐, 누구네 집에서 만날 거냐, 몇 시에 만나기로 했냐, 자고 올 거냐, 자면 몇 밤 자고 올 거냐…… 쉬지 않고 퍼붓는 질문공세, 이거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어제 두 아이는 나와 실천하기 딱 알맞은 선에서 가볍게 방학계획을 세우고, 이번 첫 주는 늘 방학이면 그래왔던 것처럼 일단 할머니 댁에 가서 일주일을 보내기로 했다. 이모할머니와 함께 두 분이 얼마나 기다리시는지 모른다. 가서 온갖 가무(歌舞)에 두 할머니 혼을 쏙 빼놓고, 집안을 정신없이 어질러놓을 것이며, 집에서보다 아무래도 텔레비전을 더 많이 볼 것이며, 할머니들이 이것저것 해 먹이는 간식 덕분에 통통하게 살이 오를 것이다.


나는 그동안 소미가 근래 내게 비친 소망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영어를 좀 잘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유치원 때 키 큰 원어민 선생님 때문에 영어에 대한 공포감이나 답답함으로 지레 겁을 먹고 어려워하기만 하던 아이치곤 이즈음의 변화가 반갑고 기쁘긴 하다. 그런데 영어선생님 모시고 공부하고 싶다고도 하는데 나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경제적 부담은 접어두고라도 일단 시작을 한다면 꾸준히 놓지 말고 오래 해야 성과가 있을 것인데, 내내 흥미와 즐거움을 잃지 않게 해야 한다는 부담은 선생님보다도 어느 정도 내가 가져야 할 것 같다. 또 몸이 가늘고 작아서 방학 때는 괜찮지만 개학 후엔 지금 하는 피아노 레슨만으로도 안쓰러울 때가 있다. 피아노 배우는 걸 좋아하는데도 내 보기엔 그렇다. 아직 놀 시간이 더 많아야 한다 싶으니 좀 더 두자 싶은 생각도 커서 이래저래 고민된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나는 새해 벽두부터 받아 안은 오롯한 나만의 시간선물에 즐겁다. 오늘이 올해의 끝 날이고 내일이면 새해라고 별다르게 새로울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마음은 가볍게 가져보려고 한다. 한 해 한 해 가는 시간에 가속이 붙었다고 느끼는 이즈음, 시간을 지혜롭게 쓸 줄 모르고 허비해온 2004년에 대한 반성이 깊은 만큼 2005년은 시간을 잘 쓰고 관리하는 일에 힘을 모아보려고 한다.



***** 소미 소은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것이 지점토로 온갖 것 만들기, 소꿉놀이 세트에 과일, 과자, 피자, 핸드폰 등이 가득하다. 그러다가 최근에 내놓은 대작(?)은 소미의 리본달린 머리띠다. 이쑤시개를 잘게 잘라 톱니 같은 부분을 표현한 게 기발하다. 그런데 이거 원 찔려서 머리가 남아나겠나? ㅋㅋㅋ…

지점토, 소꿉놀이1

 

 

 

 

 

 

 

 

 

 

 

 

 

 

 

 

 

 

 

 

 

지점토, 소꿉놀이2

 

 

 

 

 

 

 

 

 

 

 

 

 

지점토, 소꿉놀이3

 

 

 

 

 

 

 

 

 

 

 

 

 

지점토, 머리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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