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두 세대를 아우르는 동요 '별' 본문
이제 만 31개월이 조금 지난 첫딸아이 소미는 일요일 아침마다 제 아빠와 실랑이를 벌이곤 한다. 천주교 신자인
우리들이 성당에 가야 할 시간인데, 소미는 어제도 의자에 깊숙히 앉아서 시선을 한 곳에 붙들어 둔 채 이렇게 말하는 거다. "아빠, 소미는 집에 있을 게요." 너무 얌전하게 말하는 걸 보고 우리 부부는 '또 시작이군'하는 뜻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웃었다. 소미가 제일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막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애의 정신을 쏘옥 빠지게 하는 프로는 KBS 1TV에서 오전 10시 15분 경에 하는 <열려라 동요세상>이다. 녹화를 해두었다가 일주일 동안 몇 번씩 보면서도 심하다싶을 때는 결국 한바탕 울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선 득달 같이 '나는 성당에서 내내 이 생각만 했다구요'하는 것처럼 빨리 보여달라고 보챈다. 나도 이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애들 아빠는 "하도 보니까 이젠 누가 잘 부르는지 조금 귀가 열리는 것 같다"고 한다. 가사가 자막으로 나오니까 배우기 좋다. 소미는 들리는 대로 따라서 제법 잘 부르는데 웃기게 부를 때가 종종 있다. <축구 이야기>라는 동요에 "재도전 재도전이야"라는 부분이 있는데 "개도전 개도전이야"라고 불러서 우리를 웃긴다. 나는 이수인 선생님이 곡을 쓰신 <별>이라는 동요를 좋아한다.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어릴 때부터 좋아하고 잘 부른 노래다.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이 노래를 부르면 가슴이 뭉클하고 목이 메이는 게 눈물이 찔끔 날 때도 있으니 참 그 기분을 설명할 도리가 없다. 머리 속을 휘저어 찾아봐도 특별한 사연 같은 게 있지도 않은데 말이다. 그런데 그 속을 소미에게 들키고 말았다. 녹화 비디오를 안 보고 저 혼자 놀다가도 엄마, 이 노래 불러봐 저 노래 불러봐 하길 잘 한다. 그러면서 속으로 제 나름대로 익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조금 가사를 또박또박하게 부른다. 참고로 나는 목소리가 쉰 듯 거칠어서 노래를 좋아해도 어디서 자신있게 잘 못한다. 조금이라도 높은 소리는 치사량에 가까워 소리를 낮은 키로 팍 꺽고 만다. "엄마, 별 노래 불러봐." 그 후, 비디오에서 <별>을 부르는 초대 성악가가 나오니까 "엄마,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애? 가슴이 무크(뭉클)해?"그런다. 그 끝에 "소미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애" 한다. 진짜 눈물이 날 리 없겠지만 엄마 흉내가 내고 싶은 모양이려니 한다. 요즘 소미는 <별>을 끝까지 다 부른다. 자기도 이 노래가 좋다나. 그건 과장이 아닌 듯 싶다. 혼자서도 부르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우리 모녀가 세대를 넘어 동요 한 곡으로 튼튼하게 묶였구나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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