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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학교

가을날은 바빠요!

M.미카엘라 2005. 10. 6. 14:50
 

요 며칠 연일 행사가 많았다. 이제 아이들도 서서히 구력이 생기는지, 아빠 엄마를 닮는지 피곤할 법도 한데 잘 따라다니고 잘 지낸다.

 

<학예회>

9월 29일. 목요일. 소미네 학교에서 가을운동회 대신 학예회를 열었다. 일하는 아빠 엄마들 모두 참석하시라고 저녁 6시부터 학교 뒤뜰에 무대를 꾸며 조촐하고 소박하게 시작하니 동네 어르신들, 할아버지, 할머니, 어린 동생들이 많이 구경 왔다. 1부는 학예발표회, 2부는 가족노래자랑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우리는 일찌감치 참가신청해둔 가족이었다. 내가 쑥스럽고 영 내켜하지 않았는데 남편이 애들한테 이 학교에서 이만한 추억이 또 있겠냐면서 안내장을 보고는 망설이지 않고 ‘하자!’ 하니 도리가 없었다. 늘 집에서도 춤추고 노래하며 놀기 잘하는 아이들을 포함한 베짱이 가족이 이쯤이면 물을 만난 건가?

 

그런데 당연히 아이들 눈높이의 동요나 동요에 준하는 대중가요를 준비할 줄 알았던 노래자랑은 예상을 빗나갔다. ‘내가 만일’ ‘어머나’ ‘유리구두’ ‘자옥아’까지… 할아버지도 나와서 춤추시고 할머니도 노래 부르시고 그 분위기는 좋았지만 어째 껄쩍지근…

 

우리는 백창우가 만든 동요 ‘꿈이 더 필요한 세상’을 선곡하여 약 한 달간의 고된 합숙훈련(?)을 통해 연습을 부단히 했다. 학예회 전날은 남편이 위병소 당직근무였는데 세 모녀가 찾아가서 위병소 뒤편에 숨어 한 차례 최종 리허설까지 했다. 시상을 하는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두 아이 삐수니 언니가 만들어준 드레스 입혀서 무대에 오르니(이런 때 안 입으면 언제 입으랴) 우리 차례가 거의 후반부에 있었는데도 모두 시선집중 시키는데 성공했다.

 

소은이가 스타트, 1절 전반부 두 소절은 소은이와 소미가 나누어 각각 한 소절씩 부르고, 2절 전반부 두 소절은 나와 남편이 각각 나누어 부르고, 후렴구는 모두 합창했다. 이 노래 참 좋은데 여기 오신 분들 들려드릴 길이 없으니 아쉽다. 모두 10팀이 했는데 즉석에서 세 팀을 더 신청 받아서 했다. 시상은 없었지만 박수 많이 받고 걱정과 달리 큰 실수 없이 마치고 만족스럽게 끝났다.

 

이튿날 소미 담임선생님이 전화하셨다. 소미네 가족에게 너무 감사드린다고. 어제 오늘 선생님들 사이에서 소미네 식구 이야기가 자자했다고. 그래서 선생님 기분이 너무 좋으셨다는 것이다. 또 가족노래자랑 신청 안 한 걸 후회하는 가족들 이야기가 많이 들려왔다 하셨다. 대중가요를 선곡한 가족이 많아서 선생님들도 당황하셨는데 그래서 내년엔 어린이노래만으로 제한해야겠다 하셨다.

 

요즘 아이들 이야기, 선생님 생각 두루두루 한참을 통화했는데 그 안에서 소미 칭찬을 풍성하게 해주셨다. 소미는 제 할 일 잘하고 야무져서 예쁜 것도 있지만, 어떤 일이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하기 때문에 그게 가장 예쁘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뭘 해보자 하면, 소미는 눈을 반짝이며 '아, 재밌겠다~'하는 말부터 한다는 것이다. 선생님들과 길게 대화해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조심스럽고 어려운 통하였으나 자식칭찬에 헬렐레해 가지고 긴장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흐흐흐, 암튼 엄마들이란.....       

 

그리고 의정부에서 동생네 식구 사진 촬영을 위해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와 준 삐수니 언니에게 정말 고맙다. 요즘 아이들이 ‘이모’를 가장 가깝게 느끼는 친척 1순위로 꼽는다는데 우리 집도 그 안에 들지 싶다. ㅎㅎㅎ

 

       

                                   

                               

 


<임관 10주년>

10월 1일. 군국의 날. 우리 네 식구는 남편의 장교임관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러 경북 영천에 다녀왔다. 나 오늘은 팔불출. 남편의 칭찬만 하겠다.

 

국방의 의무를 다 하고도 결혼 5개월 만에 나를 팽개치고(?) 다시 군에 지원한 남편은 동기들보다 나이가 한참 많았지만 군을 천직으로 알고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노력하여, 한발씩 목표에 다가서는 성실함은 내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다. 뚜렷한 계급사회 안에서 자신보다 한참 나이 어린 선배, 동기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인격도 배울 만하다.

 

결혼 11년 차에 남편의 임관 10주년. 영천으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 그간 보낸 시간이 선명하게 머릿속을 지나갔다. 학교에 현장학습신청서를 내고 함께 간 소미도 아빠의 노고를 함께 하며 의미 있는 국군의 날을 보냈다. 10년차 군인들의 자녀들은 모두 내 아이들처럼 고만고만했는데 아이들을 위한 이동입체영화관, 페이스 페인팅, 풍선아트, 학용품 선물 등을 준비한 주최측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과도 함께 소리 지르고 노래하고 게임하며 즐겁게 보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사관학교시절 동기들과 여흥에 여념이 없는 남편, 가볍게라도 술 한 잔 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 8시쯤 행사가 끝나고 나는 영천에서부터 우리 집까지 잠든 세 부녀를 차에 태우고 운전하여 돌아왔다. 그래도 뿌듯했다. 내가 운전면허 갖기 전에 그렇게 날 태우고 혼자 운전하여 여기저기 가주었으니 이제쯤 내가 갚는다고 생각한다.

 

       

 

                             

 

 

 

<소풍>

10월 2일. 지난 봄, 엉터리 일기예보 때문에 깨진 약속이 있었다. 양주 ‘대장금테마파크’ 가까이 사시는 ‘사과꽃향기’님 가족을 만나려던 일이었는데 드디어 지난 연휴 중에 만남이 이루어졌다. 사과꽃향기님은 22개월 된 눈 동그란 예쁜 동휘 도령과 낭군님까지 모시고 테마파크 입구에서 삐수니 언니와 우리 네 식구랑 상봉했다.

 

22개월. 아빠 엄마 손도 잡지 않으려 하고 호기심 가득하고 두려움 모르고 용감한 이 시기. 동휘 뒤를 따라다닐 아빠 엄마의 고된 하루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사진에서 볼 때와 다르게 작고 귀여운 아기였던 동휘는 우리 식구 모두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그리고 한 가지 특별한 것은 우리들이 사전에 세 아이 모두 한복을 입혀 가자고 약속한 터였는데(소미소은이가 먼저 원했던 일이기도…) 그게 관광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최근 중국 대륙에서 드라마 <대장금>이 방영되면서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말만 들었는데, 그 인기를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실감할 수 있었다. 한복을 입은 세 아이와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 틈에서 우리들 역시 뿌듯하고 즐거웠다. 고풍스러운 건축물 아래서 아이들의 한복 자태는 한결 돋보이며 빛이 났다.

 

                          

 

그렇게 소원하던 대장금 테마파크에서 소미와 소은이는 불편했을 한복을 입고도 수랏간에서 이런저런 신기한 물건에 도취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너무 즐겁게 잘 다녔다. 그리고 두 자매가 철부지 동휘 도령의 인심을 얻기 위해 서로 잘해주고 이뻐해 주었지만, 동휘가 소미에게만 호의적이어서 소은이가 속이 상해서 울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동휘 얘기에 여념이 없었던 소은이 누이의 찢어지는 마음을 동휘는 알랑가 모르겠다.

 

테마파크 앞 잔디밭에서 황홀하게 맑고 아름다운 가을날씨를 만끽하며 준비해온 소풍 가방을 풀고 과일이며 김밥, 떡, 커피 등을 즐기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아빠들은 그 틈에서도 한숨 자고 엄마들은 수다가 늘어지고 아이들은 놀기에 바빴으니 더할 수 없이 평화로운 가을소풍이었다. 그러나 동휘 도령이 보고 싶어서 우리는 가깝게 또다시 만나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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