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달밤에 체조 본문
나는 내가 그다지 뚱뚱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그마한 키에 견주면 좀
통통한 편에 속한다. 현재 몸무게는 두 아이 낳기 전보다 4킬로그램이 늘었는데
최근에는 날씬하게 빼겠다는 생각은 크게 없지만 여기서 더 찌워서는 안되겠단 위기감이
높아졌다. 또 아이 낳고는 통 운동 비슷한 것을 해서 땀을 내본 일이 없는 데다, 요즘은
이제야말로 건강하게 사는 일이 중요하겠다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다. 전부터 새벽에 일어나 조깅을 할까 하는 생각도 많았지만
먼저 일찍 일어나는 일이 고역이라 작심삼일 되기 딱 좋았고 또 달리 뛸 곳도 마땅찮았다.
그런 참에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테니스장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물론 진작부터
집에서 100미터 좀 넘는 거리에 테니스장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몇몇 사람들이
저녁 먹고 날이 어두워진 후 나와서 운동한다는 사실은 몰랐다.
테니스장은 네 개의 코트가 길게 이어져 있어서 직사각형의 테니스장 한 바퀴는
족히 200미터가 될 듯싶다. 길가의 가로등이 높이 환하니 나무 때문에 어둡게 그늘진
곳이 많았지만 그래도 꽤 환했다. 거기서 빠르게 걷다가 달리다가 하면서 한 시간쯤
보내다 온 지 이제 엿새가 되었다. 일찍 일어나야 되는 부담도 없고 저녁 먹은 후
이웃들과 조금은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나와 노는 기분으로 하자니 아주 즐거웠다.
소미와 소은이는 따라 나와서 맨발로 뛰놀며 물 만난 고기처럼 좋아하지만 때때로
찡찡대기도 하고 테니스장 밖으로 나가기도 해서 신경 쓰일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남편이 있을 때는 집에 두고 나온다 결심했는데 이제 그럴 날도 거의 없다. 남편은
곧 교육기관에 입교할 것이고 우리 가족은 주말에나 함께 만날 수 있으니까.
어젠 남편이 서울에 갔다가 늦게 돌아온다 해서 다시 아이들과 운동을 하러 나갔다.
소은이와 채구를 각각 유모차에 태우고 테니스장 쪽으로 슬슬 걸어가면서 꽤 선선한
밤바람이 9월쯤 된 것 같다는 둥, 낮엔 좀 무더워도 밤이 이 정도만 되어준다면 여름도
지낼 만할 것이라는 둥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워밍업으로 두어 바퀴 빠른 걸음으로 돌고 세 번째 바퀴부터 뛰기 시작해서 조금
땀이 날까 말까한데 저쪽 편 어둔 데서 소은이 울음소리가 났다.
"언니, 소은이 똥 쌌나봐요."
채구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달려가 보니 벌써 멀찍이 봐도 한눈에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엉덩이가 불룩하게 한 짐 늘어져 있었다. 소은이는 응가 하겠다고 불러도 듣지
못한 엄마에 대한 야속함과 좀체 하지 않던 실수를 그것도 '큰 것'으로 한 민망함,
아랫도리의 불편함 내지 불쾌함이 뒤범벅된 눈물진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생각해보니
요즘 소은이는 꼭 이 저녁 시간에 응가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저녁밥을 좀 많이
먹었어야지. 갖가지 재료가 든 색깔 고운 볶음밥을 덜 매운 김치와 한 그릇 뚝딱
비웠는데 그 양이 소미 것보다 조금 많았다.
사태수습을 하려고 보니 참 난감했다. 운동 한 시간 하는 중에 뭔 일이 있으랴 싶어
채구 엄마나 나나 몸 하나만 달랑 가지고 나왔으니 이걸 수습할 도구(?)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집에 데리고 가서 씻기려 해도 그래도 대충은 닦아야 유모차에 앉히든 걷게
하든 할 것이 아닌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어른의 그것처럼 응가만 했을 뿐
쉬는 안 했다는 점.
엄마의 기술력을 동원하여 조심스레 바지를 벗기니 그 옷은 말짱했다. 그리고 팬티에
받아진 '그것'이 다리에는 묻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여 벗겨놓고 할 수 없이 집으로
향했다. 소은이의 '뒤'는 채구 엄마에게 부탁하고(주저 않거나 만지지 못하도록) 따라오는
소미를 뿌리치지 않고 잰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손에는 '그것'이 한 짐 든 늘어진
팬티를 들고.
집에 와선 팬티 안에 든 걸 변기에 처리하고 거의 다 써 가는 두루말이 휴지, 검정
비닐 봉지 한 개, 맛있는 거 가져가겠다고 소은이에게 약속했으니 초코우유, 그리고
마실 물을 챙겨서 다시 테니스장을 향해 갔다. 소미는 엄마 너무 빨리 걷지 말라고
했지만 마음이 좀 급해야 말이지 어쩔 수 없이 종종 걸음이 되었다.
거의 테니스장에 가까이 가서 쇠그물망 울타리 안으로 들여다보이는 광경에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너무 웃겨서 그물문을 열자마자 그냥 주저앉아
클클 웃었다. 하필 가로등이 환히 비춰주는 곳에 서있을 일이 뭔지. 채구 엄마가 응가
묻을까봐 조금 접어 올려준 웃옷 탓에 얼레리꼴레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좀 전에
먹은 볶음밥으로 아직도 잔뜩 뿔룩한 배가 그림자를 만들어 부끄러운 곳은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 아래로 오동통한 다리가 쪽 내려왔다. 그런데 그 허벅지가 어찌나 굵은지…
두 다리가 딱 붙고도 모자라 허리 옆으로 이어지는 실루엣까지 불룩할 정도였다.
흙먼지와 눈물로 얼굴은 꼬지지한데 날 보자마자 "엄마!"하고 반겼다. 내가 왜 그리
웃는지는 채구 엄마도 알았던 터라 둘은 한참 낄낄대며 같이 웃었다. 엉덩이를 닦인
후 집에 가자마자 바로 목욕시키자 하면서 그냥 아까 그 반바지를 다시 입혔다.
그러고도 세 아이는 번갈아 가며 계속 귀찮게 했다. "에휴, 오늘은 영 안 되겠다.
이쯤에서 그만 두자"하며 맨손체조로 마무리하고 있는데 또 소은이가 쉬를 하겠다고
했다. 나는 아까 못한 쉬를 지금 하려나 보다 하고 테니스장 한구석으로 데리고 갔는데
이게 웬걸! 쉬를 하면서 또 응가를 하고 거기에다 방귀까지 뿡뿡 뀌는 것이 아닌가!
엉덩이에 힘주는 그 상황에서 소은이 하는 말.
"엄마, 히니가(소은이가), 히니 군데니(궁둥이)가 뿡 했떠요."
나는 너무 웃음이 나서 하마터면 소은이를 안고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다시 닦이고 '고놈'을 휴지로 싸 집어서 봉지에 처리하고 다시 체조를 했다. 초코 우유를
옷에 질질 흘린 소은이는 참으로 못 봐주게 거지꼴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잘 먹고
참지 못할 정도로 잘 싸고 또다시 잘 먹는 건강한 소은이가, 이런 소은이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걸 느꼈다. 꼭 식당 같은 남의 영업집에서 응가하기 잘했던 아기
때가 있었는데 이 씻기 좋은 여름, 그것도 은밀한 밤에, 집 가까운 야전(?)에서 해결한
소은이를 내 어찌 미워할 수 있으랴.
"참, 오늘은 말 그대로 달밤에 체조했네. 아휴, 우리 딸 정말 못 말린다."
이러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유모차를 끌고 돌아왔다. 유모차 한쪽 손잡이엔 꽉 묶은
똥봉지를 달랑달랑 매단 채.
통통한 편에 속한다. 현재 몸무게는 두 아이 낳기 전보다 4킬로그램이 늘었는데
최근에는 날씬하게 빼겠다는 생각은 크게 없지만 여기서 더 찌워서는 안되겠단 위기감이
높아졌다. 또 아이 낳고는 통 운동 비슷한 것을 해서 땀을 내본 일이 없는 데다, 요즘은
이제야말로 건강하게 사는 일이 중요하겠다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다. 전부터 새벽에 일어나 조깅을 할까 하는 생각도 많았지만
먼저 일찍 일어나는 일이 고역이라 작심삼일 되기 딱 좋았고 또 달리 뛸 곳도 마땅찮았다.
그런 참에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테니스장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물론 진작부터
집에서 100미터 좀 넘는 거리에 테니스장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몇몇 사람들이
저녁 먹고 날이 어두워진 후 나와서 운동한다는 사실은 몰랐다.
테니스장은 네 개의 코트가 길게 이어져 있어서 직사각형의 테니스장 한 바퀴는
족히 200미터가 될 듯싶다. 길가의 가로등이 높이 환하니 나무 때문에 어둡게 그늘진
곳이 많았지만 그래도 꽤 환했다. 거기서 빠르게 걷다가 달리다가 하면서 한 시간쯤
보내다 온 지 이제 엿새가 되었다. 일찍 일어나야 되는 부담도 없고 저녁 먹은 후
이웃들과 조금은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나와 노는 기분으로 하자니 아주 즐거웠다.
소미와 소은이는 따라 나와서 맨발로 뛰놀며 물 만난 고기처럼 좋아하지만 때때로
찡찡대기도 하고 테니스장 밖으로 나가기도 해서 신경 쓰일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남편이 있을 때는 집에 두고 나온다 결심했는데 이제 그럴 날도 거의 없다. 남편은
곧 교육기관에 입교할 것이고 우리 가족은 주말에나 함께 만날 수 있으니까.
어젠 남편이 서울에 갔다가 늦게 돌아온다 해서 다시 아이들과 운동을 하러 나갔다.
소은이와 채구를 각각 유모차에 태우고 테니스장 쪽으로 슬슬 걸어가면서 꽤 선선한
밤바람이 9월쯤 된 것 같다는 둥, 낮엔 좀 무더워도 밤이 이 정도만 되어준다면 여름도
지낼 만할 것이라는 둥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워밍업으로 두어 바퀴 빠른 걸음으로 돌고 세 번째 바퀴부터 뛰기 시작해서 조금
땀이 날까 말까한데 저쪽 편 어둔 데서 소은이 울음소리가 났다.
"언니, 소은이 똥 쌌나봐요."
채구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달려가 보니 벌써 멀찍이 봐도 한눈에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엉덩이가 불룩하게 한 짐 늘어져 있었다. 소은이는 응가 하겠다고 불러도 듣지
못한 엄마에 대한 야속함과 좀체 하지 않던 실수를 그것도 '큰 것'으로 한 민망함,
아랫도리의 불편함 내지 불쾌함이 뒤범벅된 눈물진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생각해보니
요즘 소은이는 꼭 이 저녁 시간에 응가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저녁밥을 좀 많이
먹었어야지. 갖가지 재료가 든 색깔 고운 볶음밥을 덜 매운 김치와 한 그릇 뚝딱
비웠는데 그 양이 소미 것보다 조금 많았다.
사태수습을 하려고 보니 참 난감했다. 운동 한 시간 하는 중에 뭔 일이 있으랴 싶어
채구 엄마나 나나 몸 하나만 달랑 가지고 나왔으니 이걸 수습할 도구(?)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집에 데리고 가서 씻기려 해도 그래도 대충은 닦아야 유모차에 앉히든 걷게
하든 할 것이 아닌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어른의 그것처럼 응가만 했을 뿐
쉬는 안 했다는 점.
엄마의 기술력을 동원하여 조심스레 바지를 벗기니 그 옷은 말짱했다. 그리고 팬티에
받아진 '그것'이 다리에는 묻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여 벗겨놓고 할 수 없이 집으로
향했다. 소은이의 '뒤'는 채구 엄마에게 부탁하고(주저 않거나 만지지 못하도록) 따라오는
소미를 뿌리치지 않고 잰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손에는 '그것'이 한 짐 든 늘어진
팬티를 들고.
집에 와선 팬티 안에 든 걸 변기에 처리하고 거의 다 써 가는 두루말이 휴지, 검정
비닐 봉지 한 개, 맛있는 거 가져가겠다고 소은이에게 약속했으니 초코우유, 그리고
마실 물을 챙겨서 다시 테니스장을 향해 갔다. 소미는 엄마 너무 빨리 걷지 말라고
했지만 마음이 좀 급해야 말이지 어쩔 수 없이 종종 걸음이 되었다.
거의 테니스장에 가까이 가서 쇠그물망 울타리 안으로 들여다보이는 광경에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너무 웃겨서 그물문을 열자마자 그냥 주저앉아
클클 웃었다. 하필 가로등이 환히 비춰주는 곳에 서있을 일이 뭔지. 채구 엄마가 응가
묻을까봐 조금 접어 올려준 웃옷 탓에 얼레리꼴레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좀 전에
먹은 볶음밥으로 아직도 잔뜩 뿔룩한 배가 그림자를 만들어 부끄러운 곳은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 아래로 오동통한 다리가 쪽 내려왔다. 그런데 그 허벅지가 어찌나 굵은지…
두 다리가 딱 붙고도 모자라 허리 옆으로 이어지는 실루엣까지 불룩할 정도였다.
흙먼지와 눈물로 얼굴은 꼬지지한데 날 보자마자 "엄마!"하고 반겼다. 내가 왜 그리
웃는지는 채구 엄마도 알았던 터라 둘은 한참 낄낄대며 같이 웃었다. 엉덩이를 닦인
후 집에 가자마자 바로 목욕시키자 하면서 그냥 아까 그 반바지를 다시 입혔다.
그러고도 세 아이는 번갈아 가며 계속 귀찮게 했다. "에휴, 오늘은 영 안 되겠다.
이쯤에서 그만 두자"하며 맨손체조로 마무리하고 있는데 또 소은이가 쉬를 하겠다고
했다. 나는 아까 못한 쉬를 지금 하려나 보다 하고 테니스장 한구석으로 데리고 갔는데
이게 웬걸! 쉬를 하면서 또 응가를 하고 거기에다 방귀까지 뿡뿡 뀌는 것이 아닌가!
엉덩이에 힘주는 그 상황에서 소은이 하는 말.
"엄마, 히니가(소은이가), 히니 군데니(궁둥이)가 뿡 했떠요."
나는 너무 웃음이 나서 하마터면 소은이를 안고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다시 닦이고 '고놈'을 휴지로 싸 집어서 봉지에 처리하고 다시 체조를 했다. 초코 우유를
옷에 질질 흘린 소은이는 참으로 못 봐주게 거지꼴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잘 먹고
참지 못할 정도로 잘 싸고 또다시 잘 먹는 건강한 소은이가, 이런 소은이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걸 느꼈다. 꼭 식당 같은 남의 영업집에서 응가하기 잘했던 아기
때가 있었는데 이 씻기 좋은 여름, 그것도 은밀한 밤에, 집 가까운 야전(?)에서 해결한
소은이를 내 어찌 미워할 수 있으랴.
"참, 오늘은 말 그대로 달밤에 체조했네. 아휴, 우리 딸 정말 못 말린다."
이러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유모차를 끌고 돌아왔다. 유모차 한쪽 손잡이엔 꽉 묶은
똥봉지를 달랑달랑 매단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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