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누가 욕심쟁이라고 했던가! 본문
소은이는 욕심이 많다. 그런데 오늘은 남 잘 챙기는 인정 많은 소은이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내가 오늘 굳이 이런 칭찬을 하려는 까닭은 두 가지다. 먼저 최근 보여준
두 가지 에피소드에서 소은이의 예쁜 성정을 엿보았기 때문에 퍽 기뻐서 팔불출이라고
놀려도 맘껏 자랑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또 오늘은 소은이의 두 번째 생일이다. 난
그녀에게(?) 미역국과 이 칭찬을 선물하고 싶다.
한 사나흘 전, 나는 평소에는 어린이 시간만 끝나면 꺼버리던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지방방송국을 불러 화젯거리가 될 만한 이야기를 소개하거나 여러 가지 특산물을
소개하는 고향 냄새 물씬 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그날은 김제에서 자두 수확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굵고 빨간 자두를 따는 모습, 선별하는 모습, 출하를 한 후 동네
사람들끼리 모여 자두화채를 만들어먹는 모습이 입에 침이 고이도록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나는 "맛있겠다, 우와! 진짜 맛있겠다. 정말 자알 익었다"하며 침까지 꼴깍 삼켜가며
연신 혼잣소리를 했다. 방에서 제 언니와 놀던 소은이는 장난감 가지러 나왔다가
내가 하는 소리에 멈춰 서더니 그대로 같이 보기 시작했다.
"소은아, 맛있겠지? 저건 자두라고 그래. 저거 아주 맛있다."
그랬더니 소은이가 한꺼번에 이런 말을 좔좔 쏟아냈다.
"먹고 시퍼. 사주세요 엄마. 언니도 멕여(먹여) 주꺼에요. 젓갈로(젓가락으로). 젓갈로
멕여 주꺼에요."
언니를 먼저 챙기는 이 먹보의 마음씀씀이가 예뻐서 이 에미가 자지러질 지경인데,
거기다 자다가 봉창을 두드려도 유분수지 얼토당토않게 자두를 갑자기 웬 젓가락으로
먹여주겠다는 말인가. 나는 혼자 깔깔대며 박장대소를 했다. 나만 웃긴 건가 해서
언니에게 전화해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언니도 "갑자기 웬 젓가락은?"하면서 낄낄댔다.
하긴 소은이에게 젓가락을 사준 게 아주 최근이다. 아기 때부터 내가 먹여주는 밥은
잘 먹지도 않고 숟가락질을 일찍부터 혼자 하려고 애쓰다가 남들보다 빨리 하더니,
이젠 젓가락 내놓으라고 밥상 앞에서 졸라대었다. 어린아이용으론 소미 것 하나뿐인데
늘 그걸 호시탐탐 노리다가 언니가 한눈 파는 틈을 타서 가져다가 연신 헛손질이지만
젓가락질을 했었다. 그래서 그랬나? 제 젓가락이 생긴 감격과 감동이 거기까지 이어진
건가? 암튼 그런 일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 작은딸은 피 섞인 제 언니만 챙기는 게 아니었다. 소은이는 이웃에
사는 선재(21개월)와 채구(15개월)하고 아주 친해서 거의 날마다 잠깐씩이라도 본다고
봐야 옳다. 선재하고는 눈만 마주치면 못 말릴 정도로 치열하게(?) 싸우지만 안 보면
그리운 사이일 정도도 미운정 고운정이 담뿍 들었다. 채구는 자기보다 한참 어리다는
생각이 드는지 아주 예뻐하고 좋아하는데 근래에는 채구가 만만찮게 은근과 끈기로
도전해옴에 따라 이제 이 세 아이는 3파전 분쟁으로 치닫는 현실을 맞았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낮에 모두 함께 점심을 먹을 일이 있었다. 소은이는 밥을 먹다말고
옆 좌석으로 슬그머니 가서 예닐곱 살쯤 먹은 언니 무릎 앞에서 돌아올 줄 몰랐다.
그 언니가 맛있는 사탕을 한 통이나 통째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언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사탕 하나를 꺼내 소은이에게 주었다. 나는 "언니, 고맙습니다"하라고
시키고는 그 언니의 엄마 같아 보이는 여자와 눈인사를 했다.
그런데 소은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보니 내참, "선재꺼도, 채구꺼도"이러면서
끈질기게 손을 내밀며 언니를 난처하게 하는 게 아닌가. 그 언니는 막 사든 사탕통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어린아이에게 세 개씩이나 베풀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암, 쉽지 않고 말고! 그애도 아직 어린데….
나는 처음엔 이리 오라고 말로만 그랬다. 그러면 올 줄 알았건만 계속 선재꺼, 채구꺼를
외치는데 참말로 미안해졌다. 선재엄마가 "소은아, 선재는 안 먹어도 돼. 그냥 와.
소은이가 선재 챙겨줘서 고마워" 이러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번쩍 들어 안고
돌아오니 징징댔다. 그러면서 슬슬 또 옆으로 가다가 더 이상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딱 두 개만 더 주면 되는데… 언니 쪼끔만 더 써라 응?'하는 퍽 안타까운 표정으로
빤히 그 언니를 쳐다보는 데서 그쳤다.
선재엄마는 소은이가 늘 선재를 때리고 꼬집고 하는 것만 보다가 저리도 선재를
챙기니 감동이 물결(?)인 듯 보였다. 나는 늘 소은이가 먼저 선재를 쥐어뜯고 때리고
하는 게 늘 미안해서 어쩔 줄 몰랐었는데, 이 사건으로 그 미안함이 조금이나마 상쇄되는
것 같았다.
소은이는 요즘 이렇게 뭘 줘도 같이 나누어먹을 사람을 생각해낸다. 어딜 가자 해도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을 말한다. 어떤 때는 한 개 남은 사탕을 반으로 깨뜨려 나누어먹자
해도 울지 않고 오히려 흔쾌히 허락한다. 이제까지 욕심 사나운 전형적인 둘째라고
했던 말을 슬그머니 거두어야겠다. 마음이 넓고 성격 좋은 둘째라고 공공연히 말하며
그 좋은 마음씨를 길러주어야겠다.
지금은 7월 4일 밤 3시.
2년 전 이 시간, 나는 점점 잦게 거세지는 진통을 느끼며 배를 싸쥐고 병원 갈 채비를
했다. 요렇게 착하고 예쁜 우리 소은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태 중에서 저 역시도
애를 쓴 시간이었다.
*막 태어난 소은이.
*백일 무렵의 소은이. 정말 대변신을 한 얼굴이다.
*생일케잌 앞에서 선재, 소은이, 소미, 채구. 비키니 입은 사진은 아직 안 나왔다.



하려고 한다. 내가 오늘 굳이 이런 칭찬을 하려는 까닭은 두 가지다. 먼저 최근 보여준
두 가지 에피소드에서 소은이의 예쁜 성정을 엿보았기 때문에 퍽 기뻐서 팔불출이라고
놀려도 맘껏 자랑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또 오늘은 소은이의 두 번째 생일이다. 난
그녀에게(?) 미역국과 이 칭찬을 선물하고 싶다.
한 사나흘 전, 나는 평소에는 어린이 시간만 끝나면 꺼버리던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지방방송국을 불러 화젯거리가 될 만한 이야기를 소개하거나 여러 가지 특산물을
소개하는 고향 냄새 물씬 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그날은 김제에서 자두 수확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굵고 빨간 자두를 따는 모습, 선별하는 모습, 출하를 한 후 동네
사람들끼리 모여 자두화채를 만들어먹는 모습이 입에 침이 고이도록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나는 "맛있겠다, 우와! 진짜 맛있겠다. 정말 자알 익었다"하며 침까지 꼴깍 삼켜가며
연신 혼잣소리를 했다. 방에서 제 언니와 놀던 소은이는 장난감 가지러 나왔다가
내가 하는 소리에 멈춰 서더니 그대로 같이 보기 시작했다.
"소은아, 맛있겠지? 저건 자두라고 그래. 저거 아주 맛있다."
그랬더니 소은이가 한꺼번에 이런 말을 좔좔 쏟아냈다.
"먹고 시퍼. 사주세요 엄마. 언니도 멕여(먹여) 주꺼에요. 젓갈로(젓가락으로). 젓갈로
멕여 주꺼에요."
언니를 먼저 챙기는 이 먹보의 마음씀씀이가 예뻐서 이 에미가 자지러질 지경인데,
거기다 자다가 봉창을 두드려도 유분수지 얼토당토않게 자두를 갑자기 웬 젓가락으로
먹여주겠다는 말인가. 나는 혼자 깔깔대며 박장대소를 했다. 나만 웃긴 건가 해서
언니에게 전화해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언니도 "갑자기 웬 젓가락은?"하면서 낄낄댔다.
하긴 소은이에게 젓가락을 사준 게 아주 최근이다. 아기 때부터 내가 먹여주는 밥은
잘 먹지도 않고 숟가락질을 일찍부터 혼자 하려고 애쓰다가 남들보다 빨리 하더니,
이젠 젓가락 내놓으라고 밥상 앞에서 졸라대었다. 어린아이용으론 소미 것 하나뿐인데
늘 그걸 호시탐탐 노리다가 언니가 한눈 파는 틈을 타서 가져다가 연신 헛손질이지만
젓가락질을 했었다. 그래서 그랬나? 제 젓가락이 생긴 감격과 감동이 거기까지 이어진
건가? 암튼 그런 일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 작은딸은 피 섞인 제 언니만 챙기는 게 아니었다. 소은이는 이웃에
사는 선재(21개월)와 채구(15개월)하고 아주 친해서 거의 날마다 잠깐씩이라도 본다고
봐야 옳다. 선재하고는 눈만 마주치면 못 말릴 정도로 치열하게(?) 싸우지만 안 보면
그리운 사이일 정도도 미운정 고운정이 담뿍 들었다. 채구는 자기보다 한참 어리다는
생각이 드는지 아주 예뻐하고 좋아하는데 근래에는 채구가 만만찮게 은근과 끈기로
도전해옴에 따라 이제 이 세 아이는 3파전 분쟁으로 치닫는 현실을 맞았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낮에 모두 함께 점심을 먹을 일이 있었다. 소은이는 밥을 먹다말고
옆 좌석으로 슬그머니 가서 예닐곱 살쯤 먹은 언니 무릎 앞에서 돌아올 줄 몰랐다.
그 언니가 맛있는 사탕을 한 통이나 통째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언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사탕 하나를 꺼내 소은이에게 주었다. 나는 "언니, 고맙습니다"하라고
시키고는 그 언니의 엄마 같아 보이는 여자와 눈인사를 했다.
그런데 소은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보니 내참, "선재꺼도, 채구꺼도"이러면서
끈질기게 손을 내밀며 언니를 난처하게 하는 게 아닌가. 그 언니는 막 사든 사탕통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어린아이에게 세 개씩이나 베풀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암, 쉽지 않고 말고! 그애도 아직 어린데….
나는 처음엔 이리 오라고 말로만 그랬다. 그러면 올 줄 알았건만 계속 선재꺼, 채구꺼를
외치는데 참말로 미안해졌다. 선재엄마가 "소은아, 선재는 안 먹어도 돼. 그냥 와.
소은이가 선재 챙겨줘서 고마워" 이러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번쩍 들어 안고
돌아오니 징징댔다. 그러면서 슬슬 또 옆으로 가다가 더 이상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딱 두 개만 더 주면 되는데… 언니 쪼끔만 더 써라 응?'하는 퍽 안타까운 표정으로
빤히 그 언니를 쳐다보는 데서 그쳤다.
선재엄마는 소은이가 늘 선재를 때리고 꼬집고 하는 것만 보다가 저리도 선재를
챙기니 감동이 물결(?)인 듯 보였다. 나는 늘 소은이가 먼저 선재를 쥐어뜯고 때리고
하는 게 늘 미안해서 어쩔 줄 몰랐었는데, 이 사건으로 그 미안함이 조금이나마 상쇄되는
것 같았다.
소은이는 요즘 이렇게 뭘 줘도 같이 나누어먹을 사람을 생각해낸다. 어딜 가자 해도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을 말한다. 어떤 때는 한 개 남은 사탕을 반으로 깨뜨려 나누어먹자
해도 울지 않고 오히려 흔쾌히 허락한다. 이제까지 욕심 사나운 전형적인 둘째라고
했던 말을 슬그머니 거두어야겠다. 마음이 넓고 성격 좋은 둘째라고 공공연히 말하며
그 좋은 마음씨를 길러주어야겠다.
지금은 7월 4일 밤 3시.
2년 전 이 시간, 나는 점점 잦게 거세지는 진통을 느끼며 배를 싸쥐고 병원 갈 채비를
했다. 요렇게 착하고 예쁜 우리 소은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태 중에서 저 역시도
애를 쓴 시간이었다.
*막 태어난 소은이.
*백일 무렵의 소은이. 정말 대변신을 한 얼굴이다.
*생일케잌 앞에서 선재, 소은이, 소미, 채구. 비키니 입은 사진은 아직 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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