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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손의 솜씨

두 가지 색 '감사'

M.미카엘라 2006. 5. 9. 01:27

 

 

 

 <내겐 너무 반듯한 그녀>

 우리 소미는 유머러스한 아이다. 적어도 집에서는 동생보다 훨씬 재롱둥이고, 유쾌하고 발랄하며 뒤끝이 없는 아주 귀여운 아이다. 평소의 소미를 아는 사람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굉장한 ‘쇼쇼쇼’를 우리 식구는 자주 본다. 그 광경을 설명하자면 길지만 창의력과 순발력으로 꾸며지는 춤과 노래, 말들은 배꼽 잡게 웃게 만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든다.

 그런데 어버이날 소미의 편지는 내 가슴을 딱 막히게 하고 아리게 했다. 편지를 읽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디다 더 보태고 뺄 것 없이 성실하고 반듯하고 감사편지로는 거의 빈틈이 없는 알맹이. 지금도 충분히 효녀인데, 지금도 그 정도면 충분히 말을 잘 듣는 딸인데, 그래서 조금 더 헐렁해도 좋은데, 조금 더 편안해도 되는데, 왜 그런지 반듯한 네모 안에 갇혀 안쓰럽게 느껴진다.

 나만 그럴까? 그런데 남편도 소미의 편지를 읽자마자 첫 반응이 “아~ 너무 이래도 안 되는데…”였다. 우리가 부모여서 과잉반응을 보인 것일까? 어떤 모습이 진짜 우리 소미일까? 오늘은 그런 것들이 궁금해졌다.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어 가슴 한 구석이 찌릿하게 계속 저린다.

 

 

 

 

 

 

엄마께...

엄마! 저 소은이에요.

엄마 우리를 키워주셔써 감사합니다.

아침마다 힘들게 헤서 죄송해요.

엄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그리고...

내일 반쪽머리 해주시면 안돼요? 제발요. 사랑해요♡

그리고 오늘 골라주신 바지 정말 마음에 들어요.

                                           2006년 5월 8일 소은올림

 

*주 1: 반쪽머리= 뒤로 머리를 묶을 때 머리칼 모두를 한데 묶지 않고 대강 반쪽으로 나눠 위쪽만 묶는 여성스러운 스타일

*주 2: 오늘 골라주신 바지= 얇고 시원한 하얀색 칠부바지


 

 

<내겐 너무 못 말리는 그녀>

 아, 우리의 작은 딸은 감사의 카드 중간 중간 또 뭔가를 제안하고 타협을 요구한다. 내가 두 손 들었다. 아침마다 무엇으로 자신이 엄마를 힘들게 하는지 너무 잘 안다. 치마를 입을지 바지를 입을지, 머리를 반쪽 머리를 할지 양쪽으로 묶을지, 긴 소매를 입을지 짧은 소매를 입을지… 좀체 타협이 안 되는 아침.

 이제 훨씬 너그러워지기로 하자. 아주 특별하고 독특한 취향, 살려준다. 말도 안 되는 패션감각, 그것도 눈 감아준다. 여러 사람이 의견을 모은 한 가지 생각보다 자기의 생각이 더 중요한 아이. 그 생각에 더 많이 귀 기울여주고 아주 나쁘지 않으면 그 생각을 되도록 실천할 수 있게 해주자. 당장 그렇게 해주자. 반쪽머리? 까짓, 내일 그거 해준다. 오후 되면 산발이 되어버리는 그 머리 내 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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