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며칠 전 고전적인 편지를 한 통 썼다. 핸드폰, 이메일, 메신저 등 디지털로 소식전하기가 보편화된 세상 속에서, 하얀 A4지에 손글씨로 글을 쓰고 어설프지만 크레파스로 한 줄짜리 그림까지 그려 넣은 아날로그 편지였다. 받는 사람의 기분을 헤아리기에 앞서 내 기분부터 순해지고 편안해졌다. 선생..

엊그제 비가 한 차례 내리더니 창 밖 저 건너에 있는 산이 한층 아름다워졌다. 살짝 들어간 골짜기에서 언덕 배기로 이어지는 능선이 부쩍 물오른 나무들로 마치 연두색 솜송이가 몽글몽글 한 바구니에 담긴 것처럼 예쁘다. 군데군데 벚꽃이 하얗게 변주를 하고 있으니 정말 환상이다. 해가 설핏 지도..

3. 6. 수요일 소미가 유치원에 입학했다. 대부분의 유치원이 오늘 입학식을 한 것 같은데 날씨가 봄을 시샘하느라 쌀쌀하다 못해 여긴 눈이 왔다. 겨울잠 자는 아기 곰들 마냥 이사온 이후 밤늦게 잠들어 다음날 오전을 온통 푹푹 잠으로 메운 두 딸들을 채비하여 움직이는 일이 어젯밤부터 스트레스가 ..

최근 며칠 간 가을은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낼 만큼 다 드러냈다. 어떤 그림도 어떤 사진도 흉내낼 수 없는 최고의 풍경화였다. 하늘, 공기, 나무, 햇빛은 서로 다른 빛깔을 가지고 있었지만 모두 '맑음'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조화롭게 어울리며 내 가슴을 오래 한 풍경에 젖게 만들었다. 그 눈부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