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앵두야, 우린 알고 있어! 본문
아파트 앞에 애들 손닿기 딱 좋게
앵두나무가 한 그루 있다.
주인이 따로 없는데 우리 딸들이 동작 빠르게 선점했다.
그런데 앵두나무에 병이 있는지
제대로 자라지 못해 빨갛게 익은 것들도
모두 잘고 부실해서 그렇게 먹을 만하지 않다.
그런데도 딸들은 그것들을 후다닥 다 따버렸다.
아직 익지도 않은 앵두까지 모두 따와서
거실에서 신문지에 펼쳐놓고 선별작업을 시작했다.
빨간 건 몇 개 집어 먹으며 맛있다고 재잘대다가
아빠 드린다고 씻어서 냉장고에 넣고,
거의 다 익었는데 아직 2% 부족한 건 지퍼백에 넣고,
아직 익으려면 먼 것이나 익을 생각을 안 하는 것들은
넉넉한 그릇에 담았다.
창밖 화분 받침대에 운동화 널려고 베란다 창을 여는데
행적이 묘연했던 지퍼백 앵두가 여기 있다.
웃음이 난다. 이럴 거면 왜 따가지고…
앵두야, 앵두야, 익어라.
우린 다 알고 있어.
네가 토마토 친구(?)라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