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육아 잡지 - 무시하는 것과 눈여겨보는 것 본문
무슨 일에건 다 때가 있는 법이다. 그때 아니면 그 일을 하는 일이 의미도 별로
없고 효과도 없다. 육아잡지가 그렇다. 안 보아도
아이 기르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지만
이렇게 꼬물꼬물하게 자라는 자식이 있을 때 보지 또 언제 보겠나 싶어서,
난 요 몇 개월 째
육아잡지를 한 권 골라 달마다 책방에서 사보고 있다. 웨딩
잡지를 결혼 준비할 때 보통 한 두어 달 보는 것처럼 말이다(운이 좋았는지 나는
결혼 전 딱 한번 사본 웨딩잡지 '상품타기'에 응모해 다이아몬드 반지를 탔다.
아주 좋은 건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잡지값 일년
치도 더 뺀 셈 아닌가. 아주
즐거운 추억이다).
보통 잡지는 그 달치가 전 달 말일께 나오는데 이번 6월호는 좀 늦게 산 편이다.
부록으로 아이 그림책을 한 권씩 주는 맛에 소미까지
'엄마 책' 사는 걸 좋아라
한다. 비좁은 동네 서점. 이번에는 책들 사이로 소은이를 업고 소미 손까지 붙들
었다. 제 아빠와
차안에서 늘 기다리더니만 요즘은 밖의 날씨가 좋으니까 잠깐
일보는데도 꼭 따라 나서려고 한다.
책을 사는 즐거움은 잡지도 같다. 예쁜 아기의 얼굴이 큼직하게 박힌 빠닥빠닥하고
흠 하나 없이 반들거리는 표지의 느낌은 언제고 참
좋다. '어째 요즘엔 미운
애기들이 없다니까' 하면서. 소미는 값을 치르기 전부터 '소미 책' 빨리 달라고
성화다. 부록이 한두어
가지 더 보태진 비닐백을 들고 책방을 나서는 발걸음이
조금 흥분되어 있는 걸 느낀다.
나는 내 기준이나 취향, 엉성하지만 나름대로 잘났다 생각하며 가진 육아관대로
잡지를 본다. 그 넘쳐나는 정보와 크고 작은 기사들
중에서 무시하는 것과 눈여겨보는
것을 저마다 따로 갖고서 한 달 동안 짬짬이 곁에 두고 본다.
먼저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내게 스트레스가 되는 기사는 과감히 무시한다. 육아는
고되고 힘겹다. 이쁜 내 새끼지만 신바람이 나기엔
심신이 지친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아이에게 좋은 건 다 모았다는 육아잡지를 보며 형편이 허락지 않는
일에 대해 스트레스까지
받는다면 안 될 일 아닌가.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조기교육에 대해서 둔감한 편 아니면 무심한 편이다.
조기교육의 기준이 좀 모호하긴 하지만 보통 말하는 이른
한글교육이나 영재교육,
창의력을 키우는 신생아 두뇌자극교육 운운하는 열풍 같은 요즘의 조기교육
전반을 말한다. 몬테소리나 삐아제,
프뢰벨 같은 교육학자들이 들으면 기가
차겠지만.
그냥 좀 아이를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적당한 표현이 잘 생각
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팽개쳐둔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 기사들은
주의 깊게 보지 않고 또 조기교육 들먹이며 파는 몇십만 원씩 하는 전집교구는
살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돈은 없어도 아이 것은 과감히 살 수 있는 사람이
엄마 아닌가. 엊그제 책을 팔러 온 어떤 아저씨가 자기는 한꺼번에 500만
원어
치도 팔아봤다나? 믿거나 말거나지만.
또 모유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것 같은 기사는 과감히 무시한다. 8개월쯤 된 아기를
두고 '저는 아직도 젖을 먹이고 있는데요…' 하는
어떤 엄마의 말이 속상하다.
어쩌다 모유에 대한 생각이 이렇게 나빠졌을까 싶은 게. 돌도 안 된 아기가 엄마
젖을 먹는데 무슨 못
먹일 것을 먹인다고 '아직도'라는 표현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밖에도 좀 털어버리는 기사는 있지만 굵직한 것이 이런 것들이다. 모두 내
주관
적이고 개인적인 생각이니 다른 생각을 가진 엄마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서 반대로 읽고 또 읽고 밑줄 그으며 도움을 받는 기사들은 내가 아주 잘못
알고 있는 육아상식을 바로잡는 기사나 본받을 만한
인격을 가진 사회인사들이
젊은 엄마들에게 쓰는 칼럼류, 아이에게 하는 체벌이나 칭찬 같은 생활습관을
바르게 잡아주는 길잡이 기사,
안전사고 응급대치법, 잦은 질병에 대한 민간처방,
엄마들의 생생한 육아현장, 육아지혜를 모아놓은 기사들이다. 아주 요긴할
때가
많아 종이 띠를 붙여서 찾아보기 쉽게 표시해논 것도 있다.
신문보다야 덜하지만 잡지도 결국은 좀 일회성이다. 되풀이되는 기사도 많다. 육아
잡지는 한해 정도 보면 적당할 듯하다. 아이를
기르면서 정식 독서행위라고 할 만한
책읽기는 사실 너무 힘들다. 아이가 하나일 때는 어느 정도 가능했다. 의욕적으로
사놓고도 조금
읽다만 책이 대여섯 권은 족히 넘는 현실에서 잡지나마 짬짬이
보는 일이 그나마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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