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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학교

눈과 귀가 즐거운 나들이

M.미카엘라 2009. 2. 23. 02:28

 

볼로냐 국제 그림책 원화전

2009. 2. 21 토요일 조선일보미술관

 

이탈리아 고대도시 볼로냐에서 매년 개최되는 그림책 원화(일러스트) 공모전에 입상한 작품전시회란다. 작년 3월엔 세계 54개국 2598명이 응모해서 99명이 입상했다는데 서울에서도 99명의 작품 모두가 전시되었다. 작은 조카가 직장에서 얻어다 준 티켓으로 이 전시회를 알게 된 우리는 큰조카네 두 아이와 함께 만나 구경했다. 그런데 그림을 감상하는 아이와 어른의 차이가 좀 있다.

 

어른들은 그림 앞에 바싹 다가가 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 이건 뭐로 그린 거야?

- 야야, 이거 봐. 이제 보니 활자로 그린 그림이야. 대단하다.

- 이건 뭘 말하자는 거야? 난해하네.

- 이건 아이들 책 그림치곤 너무 안 예쁘다.

- 이야~ 이거 애들이 무슨 말인지 알겠냐? 어른도 이해 못하겠는데....

 

아이들은 재료나 기법엔 관심이 없다. 굳이 똑 떨어지게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 와하하~ 이 강아지 좀 봐. 바람 불어서 이게 뒤집어졌어.

- 고양이가 너무 불쌍해.

- 이 악어 성질 되게 급하네. 딸기랑 딸기주스랑 저렇게 같이 먹냐.

- 이 아기 늙어 보이는데 그래도 귀여워, 그래서 아기 맞아.

- 할머니였어? 할아버진 줄 알았네. 할머니라고 생각하니까 더 웃기다. 그치?

 

애들은 왔다리갔다리 설렁설렁 보는 것 같은데 핵심파악은 더 잘한다. 어른은 꼼꼼히 보는데 어떤 걸 더 보고 싶은 것인지 불만이 많다. 이렇게 눈높이가 달라서 원... 그런데 나 역시 썩 신통한 상상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거 알았다. 그리고 어른이 상상력을 키우는 법을 생각해봤다. 가끔은 밥 안 되고 돈 안 되는 쓸데없는 생각도 좀 하면서 뒹굴뒹굴 느릿느릿 시간을 보내볼 일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살짝 죄악시하는 현대사회가 어느덧 상상력의 무덤을 크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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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군 60주년 기념 뮤지컬 <마인 MINE>

2009. 2. 22. 일요일 3시 고양어울림누리

 

출연자 95%(?)가 군인인 특별한 뮤지컬을 봤다. 양동근, 강타, 재희. 입대한 인기 연예인 셋을 주인공으로 세운 육군 주관의 이 뮤지컬을 남편이 가자고 했을 땐 사실 별로 기대 안 했다. 그냥 뭐랄까 너무 교훈적, 애국적 성향이 짙은 관제작품 냄새가 나지 않을까 싶었고, 내가 좋아하는 양동근이 있었지만 그도 군인인 이상 얼마나 자유롭겠나 싶어 그 연기가 아깝겠지 하고 지레짐작했던 거다.

 

하지만 아니었다. 생각보다 훨씬 공들여 잘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시시각각 여러 장소를 멋지게 표현한 무대미술이 훌륭했고, 힙합음악 몇 곡을 뺀 거의 모든 음악을 군악대가 직접 반주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 전 육군 장병을 대상으로 한 공개오디션에서 선발된 40명의 군인들의 노래와 연기가 일품이었다. 오히려 한때 인기그룹 H.O.T 멤버였던 강타의 연기와 노래가 주인공을 맡기엔 그 중 가장 쳐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끼와 재능이 넘치는 청년들에게 국방부에서 제대로 판을 벌려줬구나 싶었다. 총소리, 지뢰 터지는 소리, 일사불란한 훈련모습 등은 배우들이 현역병사다보니 더 실감이 난다. ㅎㅎ

 

양동근의 연기는 역시 배반하지 않았다. 주인공의 모습이 본래 그의 모습인 듯 너무나 능청스럽게 자연스럽다. <네 멋대로 해라>이 고복수, <수취인불명>의 창국, <와일드카드>의 방제수에서 그의 진면목을 보았다. 사실 군에도 안 간 시절이니 꽤 어린 나이인데, 어떻게 그렇게 세상풍파 다 겪은 사람처럼 속 깊은 연기를 해내는지, 양동근의 연기엔 어떤 (배우에게 칭찬이 되는) ‘징그러움’이 있다.

 

<MINE>은 2000년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이종명 중령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군인 아버지와 신세대 아들의 갈등과 화해가 주된 줄거리지만 강요된 애국심이나 반듯한 교훈적인 메시지를 과감히 덜어냈다는 점이 미덕이다. 요즘은 예술작품이 그렇게 노골적이면 사람들이 대번 피식댄다. 한마디로 촌스럽다는 말이다. 말하지 않고 느끼게 해주거나 그냥 잔잔히 스미게 해주는 것도 조심스럽게 표현해야 한다.

 

소미소은이도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멋진 춤과 노래엔 홀랑 빠져 들었다. 춤콩쿨에서 우승하고 아버지 곁을 떠나려던 아들이 유학을 포기하고, 다시 아버지 앞에 깜짝 나타난 걸 보고 소은이가 한 소리 해서 크게 웃을 뻔했다.

“안 갈 줄 알았어. 보통 저런 데선 안 가.”

 

 

 

 

 

 

뮤지컬 끝나고 커튼콜 공연. 모두 군복입으니까 무슨 회식하고 한 판 노는 것 같다.

강타, 너무 멋낸다. 원래 군인들 강타처럼 모자챙 저렇게 꺾어쓰면 혼난단다.

양동근이 쓴 게 맞다더라.  그러나 휴가 나오면 헌병 피해서 살짝살짝 저렇게 멋낸다지 아마?

- 군인 아내의 들은 풍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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