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별명 완전정리 본문
“내 동생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 동생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
“내 두 딸 긴 머리 개구쟁이 내 두 딸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씩~”
소미와 소은이의 별명 이야기.
이거 전부터 한번 해보고 싶었던 건데, 언니 방 댓글들을 보고 그냥 후다닥 오늘 하련다.
어릴 때 부르던 애칭, 한때 맹렬하게 불리다가 사라진 별명, 지금도 부르는 별명, 하는 짓, 한 일에 따라 조금씩 달리 불리던 별명들이 좀 된다.
쏘미쏘미
남편이 소미 어릴 때 부르던 애칭. 때로 발음을 너무 강하게 하다보면 ‘쪼미쪼미’가 되기도 했다.
솜솜 / 손손
아주 어릴 때부터 부른 소미와 소은이의 사랑스러운 별명.
이거 우리 집에서 제일 많이 불린다.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아빠의 귀염둥이 솜솜 한자5급 합격~ 추카해주실 거죵? 아 근데, 저 오늘 왠지 아이스크림 먹고 시포요”하며 문자를 날린다.
솜똘 / 손똘 (큰똘 / 짠돌)
남편은 이상하게 ‘딸’을 어느 순간 ‘똘’이라고 하더니, 지금도 집밖에서 전화로 애들을 호칭할 때 “솜똘 아직 안 왔어?” “짠똘 좀 바꿔봐.” “똘똘이들 아직 안 왔어?” 한다.
솜손
소미와 소은이 두 아이를 한꺼번에 부르는 애칭으로, 남편인지 나인지 누가 먼저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부부는 어느 순간 두 아이 한꺼번에 이렇게 부르게 되었다. 이제 가장 널리 통용되어 자연스럽게 여러분들이 불러주신다. 나는 이 애칭을 보며 각각의 아이 이름을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만 달리 지었어도 조합된 말이 지금하곤 영 다른 분위기였을 터, 이 살짝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나는 이 자매의 애칭이 나는 더없이 좋다.
찹쌀궁뎅이
아이들 더 어릴 때부터 알게 된 미미언니란 분이 두 아이 탱탱하고 작은 궁뎅이 토닥이며 이쁘다고 지어준 별명. 미미언니가 애들 궁뎅이 토닥이며 “무슨 궁뎅이?” 그러면 두 아이가 입을 모아 “찹쌀궁뎅이!”라고 대답할 때가 있었다.
천 데시벨(1000dB)
무게는 킬로그램(kg)으로 나타낸다.
길이는 센티미터(cm)로 나타낸다.
소리는 데시벨(dB)로 나타낸다.
속삭이는 소리는 20데시벨,
일상적인 대화는 60데시벨,
진공청소기 소리는 70데시벨,
지하철 소음기준이 80데시벨,
요란한 음악소리는 90데시벨,
굴착기 소리는 100데시벨,
그런데 우리 소은이는 무려 1,000데시벨, 소리계의 최강포스를 자랑한다.
소미가 등산 갔다가, 숨을 헉헉 쉬면서도
끊임없이 재잘재잘 떠들떠들 산골짜기가 울리도록(ㅎㅎ)
큰 목소리로 말하는 소은이에게 지어준 별명이 처음엔 10,000(만)데시벨이었다.
나중에 책을 보니 제트 비행기도 150데시벨 밖에 안 되길래
내가 기함을 하며 수정을 요청했건만,
겨우 9,000데시벨 줄여서 ‘1000데시벨’로 고정되었다.
그런데 우리 소은이 내 생각엔 65데시벨이 딱이다. ㅎㅎ
우리 65데시벨이 없으면 우리 집 생동감지수는 반으로 뚝 떨어진다.
손금이
블로그계의 언어 연금술사 라일락님이 지어준 ‘요리하는 소은이’를 위한 별명.
손손과 장금이를 결합하신 센스시렸다.
우리 식구도 모두 마음에 들어 하여 남편도 소은이가 요리학원 다녀오면 “우리 손금이 오늘은 뭘 배웠어?” 한다.
보너스로 거기에 대한 손금이의 걸작대답.
“육개장이요. 근데 육개장은 뭐니뭐니해도 장례식장 육개장이 최고예요.”
산타소녀
등산을 즐기는 소미를 보고 늘봄님이 처음 부르신 별명. 정말이지 우리 소미는 산을 잘 타는 소녀,
‘산타소녀’다.
나는 등산을 하면 우리 소미 얼굴 보기 힘들다.
날다람쥐 같이 늘 어른들 A그룹에 껴 붙어 저 만치 앞서 가버리니, 좀 길게 쉴 참에나 한 번씩 얼굴을 본다.
한 달에 한번 등산을 함께 하는 내 중학교 동창생들이 하는 말.
“야, 재형아, 너희 딸 좀 있으면 히말라야 간다고 하겠다야. 정말 산 잘 탄다. 앞에서 만난 어르신들이 이쁘다고 다들 한말씀들 하시더라.”
소미님
우리 집에서 소미의 컨셉은 우아, 로맨틱, 럭셔리, 왕족이다. 이건 순전히 소미가 설정한 컨셉으로 ‘소미님’은 자기가 자기를 지칭할 때 하는 말. 대부분 이 ‘소미님’을 쓸 때는 표정과 말투, 손동작 하나도 무슨 연극처럼 과장되게 아주 느릿하면서도 우아하고 럭셔리한데, 아주 우습고 귀엽다.
“동생아, 공부하다 모르는 거 있으면 이 소미님에게 여쭈어라. 알겠니?”
“이건 소미님 꺼니까 함부로 손대면 안 된다 얘야. 알겠니?”
(내가 뭘 좀 실수하면, 대번에 캐릭터 정돈하고 목소리에 버터 발라,)
“재형아, 너 그러면 못쓴다고 이 소미님이 몇 번 말했니? 그새 또 잊었어? 아휴, 정말 내가 못살아.”
비 올 때 차 세워둔 데서 아파트 통로까지 몇 미터 되는 거리는 후다닥 뛰어오면 될 것을, 한번은 접이우산을 천천히 우아한 동작으로 펴든다. 빨리 그냥 뛰어오라는 소은이와 내 손짓에도 아랑곳없이 우산대를 어깨에 살짝 걸치고는 두 다리 곧게 뻗어 모델처럼 우아하게 천천히 걸으며 말한다.
“소미님이 너희들하고 같니? 아휴, 천박하기는…”
근데 재미있는 건 소은이가 소미에게 뭔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때, 무진장 잘못해서 싹싹 빌어야 할 때, 비굴모드로 전환해야 할 때 ‘소미님’이라고 부른다는 것. 이거 중독성 있어서 나도 가끔 쓰는데 완전히 소미 페이스에 말려든 거다 우리 모두. 쩝!
소은공해
'천 데시벨'이 소은이의 목소리 크기 때문에 지어진 별명이라면,
이 ‘소은공해’는 ‘소음공해’가 변형된 말로
쉴 새 없이 재잘대는 소은이가 피곤해서 소미가 지어준 별명이다.
궁금한 것도 많고, 할 말도 많고, 알려줄 말도 많고,
끼어들어 참견할 일도 많고, 식구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줄 것도 많고
언니가 하는 일, 하는 말 모두 궁금해서 알고 싶어 하고…
그래도 늘 쉬지 않고 말하는 아인 아니다.
기분이 나서 말 봇물이 터지면 그러는 편인데
암튼 우리 소은이 하루 이틀 집에 없으면 너무 쓸쓸하고 고즈넉하다.
소음공해, 대기오염보다 더 강력한 ‘소은공해’가 대번 그리워진다.
저렇게 바구니에 마른 빨래들이 많으면 알아서 개주기도 하고
찌개 데우고 스크램블에그 만들어 밥상 차려놓고
나와 제 언니를 부르기도 하는 착하고 이쁜 딸이다.
에너자이저
울 삐수니 언니가 왕성한 에너지와 스태미너(?)를 자랑하는 자기 조카들을 가끔 이렇게 부른다. 백만 스물 하나, 백만 스물 둘… 하면서 팔굽혀펴기 하던 건전지 광고 캐릭터를 생각해내고는 그 이름 그대로 갖다 썼다. 지난 토요일, 등산복입고 등교해서 학교 마치고 바로 교문에서 아빠 엄마에게 픽업되어 용인의 명산(?) 삼봉산-시궁산 두 봉우리를 볼록볼록 오르내리고, 농구 경기장 가서 열렬히 응원하고, 얼큰한 돼지김치찌개에 밥 한 그릇 뚝딱 먹어치우는 그런 힘이 넘치는 모습들을 보면 ‘에너자이저’가 바로 우리 조카들이라고 한다.
'사랑충전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만 같아라 (0) | 2009.05.22 |
---|---|
최초의 친구, 최고의 친구 (0) | 2009.05.14 |
김연아 따라잡기 (0) | 2009.02.26 |
사제(司祭)의 부모 (0) | 2008.12.17 |
눈과 이 (0) | 2008.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