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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울타리

학교생활 결산

M.미카엘라 2009. 12. 15. 02:13

 

 

해마다 중앙행정기관 및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라는 것을 하나보다. 어느 기관이 1위 했나 하는 등수보다 나를 궁금하게 했던 건 어떻게 누가 선정하나 하는 거였다. 기사는 짤막하게 외부민원인과 내부조직인들이 평가한다고 되어있다. 맨 끝에 경찰청은 내부조직인 사이에서 청렴도 최하위로 나왔다고 한다.

 

그 기사를 본 지 이틀인가 지나서 소미와 소은이가 저녁 밥상머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먼저 소미.

“엄마,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이 반 친구들과 1년을 생활하면서 느낀 가장 모범적인 친구 한 명을 추천하라고 하셨는데 제가 제일 많은 표를 얻었어요.”

“우와~ 정말? 이거 시험 1등 했다는 말만큼 기쁜 일인데…. 이게 시험보다 더 중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소미가 그래도 친구들한테 신뢰가 있네. 너무 기쁘다 진짜. 아빠한테 빨리 알려드려야겠다.”

 

다음 소은이.

“엄마, 우리도 그런 거 했는데 종이를 하나 나눠주시고 모두 여섯 명의 친구이름을 쓰랬어요. 1번, 1년 동안 학교생활을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친구 남녀 한 명씩. 2번, 내게 가장 도움을 많이 주었다고 생각하는 친구 남녀 한 명씩. 3번, 나를 좀 힘들게 했던 친구 남녀 한 명씩.”

“맨 마지막 문항은 안 해도 좋을 뻔했다. 근데 설마 그거까지 다 너희들에게 알려주시진 않겠지?”

“우린 아무것도 결과를 몰라요. 우리 선생님은 그런 거 안 가르쳐주세요. 근데 그거 끝나고 친구 두 명이 1번과 2번에 내 이름을 썼다고 저한테 살짝 말해줬어요. 소연이는 ‘소은아, 나는 너 때문에 나쁜 습관을 고치게 되어서 2번에 니 이름 썼어. 고마워.’ 그랬어요.”

“히야~ 우리 딸들 정말 학교생활 걱정 안 해도 되겠구나. 친구들한테 그 정도 말을 들었으면 올해 성공했다 성공했어!”

 

냉장고 문에 학기 초에 나눠준 학사 일정이 붙어있다. 방학식 하는 날 모범어린이 표창이 있다고 적혀있다. 그걸 아는 아이들은 은근히 기대에 차있다. 아이들이 하는 말도 그렇고 지난 학기를 봐도 그렇고 옛날처럼 선생님들이 적당히 임의로 선정해서 주지는 않는 모양이다. 반 친구들의 생각을 가장 많이 고려해서 상을 준다니 기대도 되고 의미가 더 크겠다.

 

나는 방학식날 상을 받아오든 받아오지 않던 이미 충분히 기분 좋다. 받은 거나 진배없다. 친구들의 신임을 받고 작은 것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는 아이들이 고맙고 대견하다. 이런 일을 기록하게 되니 오래 써온 아이들 성장일기에 한층 동기부여가 된다.

 

아, 그리고 또 하나. 이것도 기록해줘야 이 다음에 소은이가 서운하지 않을 것 같다. 소은이가 이번 학기말 시험에서 자기 반 1등을 했다. 과목 수가 적은 초등학생 때, 언니처럼 올백이든 1등이든 한번쯤 해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니(언니의 콧대도 조금은 납작하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섞어) 드디어 해냈다. 이런 거 기록 안 해주면 때때로 자기 흉본 거만 꼬투리 잡아 더 거칠게 불만을 토로할지 몰라 확실하게 기록하련다. ㅎㅎ 그런데 1등 하고도 겸손한 우리 소은이가 한참 귀엽다.

 

“근데 엄마, 우리 반이 제일 공부 못하는 반이예요. 다른 반은 올백이 두세 명이나 된대. 시험이 쉬웠다는데 나는 잘 보던 사회에서 두 개나 틀렸으니 그렇게 잘한 것도 아니예요. 그리고 따져보면 언니가 3개 틀리고 4등 했지만 언니네는 한 과목당 우리보다 다섯 문제가 더 많으니 언니가 사실 더 잘한 거예요.”

 

아이구야~ 분석력 한번 끝내준다. 난 거기까지 생각도 못했구만… 암튼 나는 딸들한테 이제부터 배우면서 살아야 한다. 그것만이 살 길이다. ㅋㅋ

 

오늘 딸 자랑은 여기서 끄~읕!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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