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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울타리

솜솜, 중학교에 가다!

M.미카엘라 2010. 3. 3. 10:24

  

드디어 소미가 중학생이 되었다. 교복을 입으니 작은 키가 한결 커 보이고 성숙한 느낌이 물씬 난다. 한 달 전부터 사놓은 교복을 이리 입어보고 저리 입어보고, 이모들이 사준 가방과 구두를 이리 저리 어깨에 메어보고 신어보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3월까지 내복을 입는 아이가 스커트 아래 달랑 타이즈 한 장만 신고 추울까 싶어 걱정인데 아랑곳하지 않는다. 일단 시작은 씩씩하고 활기차고 긍정적이다. 그래도 입학식에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내 친구 말을 듣고 가볼까 했더니 소미는 손사래를 친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그냥 친구와 만나서 잘 다녀올 테니 걱정 마시란다.

 

내 손을 한 발 더 벗어난 느낌이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첫아이가 교복 입은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난다는데 난 별로 그렇지는 않다. 그냥 아이를 보니 나도 가슴 설렌다. 빛나는 열네 살의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가슴이 조금 뻐근해지는 기분은 느낀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나이고, 무슨 꿈이든 아직 크고 뽀사시할 때 아닌가. 호기심도 많고 관심사도 다양해지고 이성에게 가슴도 설레고 그러면서 겁도 낸다. 그런저런 모습이 다 이쁘고 귀여울 때다.

 

주말엔 내 중학교 때 은사이신 미루 선생님이 집에 다녀가셨다. 어느새 훌쩍 자라 중학교 입학을 코앞에 둔 아이 모습을 보고 나만큼 감회가 깊으신 얼굴로 축하금을 전하며 격려를 해주셨다. 교복 예쁘다고 칭찬해주시니 소미 얼굴이 기쁜 미소가 묻어난다. 나는 12년 전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데리고 선생님과 여주 신륵사와 목아박물관에 함께 갔던 때를 추억하며, 이제 중학교 교감선생님이신 선생님의 조언을 들었다.

 

선생님이 댁으로 돌아가신 후 뒤늦게 하지 못한 말이 생각나 문자를 드렸다.

<선생님. 생각해보니 제가 딱 소미만 할 때 선생님 만난 거네요. 그 생각하니 갑자기 맘이 찡해져요.>

 

깡총하게 자른 단발머리, 교복자율화를 앞둔 세대로 정직하게는 1년 제대로 교복을 입고 2학년 땐 요일을 달리해 교복과 사복을 섞어 입었던 중학생 시절이 생각난다. 내게 좋은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모두 거기 있다. 아직 성함도 또렷이 기억난다. 학교에서 일어난 생생한 에피소드도 중학생 시절이 가장 많다. 학교 진입로를 따라 있던 과수원과 학교 건물 뒤 저만큼 아래로 강을 둔 학년당 3학급이었던 작은 시골중학교의 정서는, 마흔을 넘긴 지금 내 모습에도 3할 정도가 남아있다. 오히려 중소도시로 진학한 여고시절은 오래 애틋하게 추억할 일이 많지 않다.

 

저녁엔 절친한 중학교 동창생의 부친상 때문에 많은 중학 동창들을 만났다. 이제 모두 40을 넘긴 아저씨 아줌마들이다. 그래도 그 입에서 가끔 ‘넌 하나도 안 변했다’는 얼토당토 않는 말들이 나오는 걸 보면 이 맛에 옛 친구들을 만나는 거지 싶다. 학교 때 공부를 잘했든 못했든, 말썽꾸러기였든 범생이였든 지금 둘러보면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하다. 모두 중학생활을 아련하고 아름답게 추억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깊은 고민을 가지고 살면서 하나 이상의 행복으로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 같았다.

 

뭘 하든 무슨 꿈을 키우든 소미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중학생활을 이끌고 행복한 소녀가 되길 바란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중학시절이 부모와 아이 모두 심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라는 말을 들어서 긴장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욕심을 줄이고 평소처럼 대화를 많이 하며 지낸다면 크게 어렵지 않으리라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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