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요리일기 본문
소은이가 학교에 다녀와서 속상했던 이야기를 한다. 요리에 관심 있고 좋아하는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들이 소은이를 추천하자 선생님이 “소은이 넌 니가 먹을라고 요리하는 거지? 니가 요리한 거 니가 반 이상 먹지?” 하시더란다. 나는 웃으며 ‘소은아, 그건 선생님이 농담하신 거야’라고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소은이 얼굴을 보니 그런 소리가 안 나왔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그건 나한테 농담이라고 할 수 없다고 아이가 먼저 그러는데 할 말이 없었다. 자꾸 몸이 통통해져서 고민인 소은이에겐 예민한 말이기 때문이다.
나? 마카롱! 깊은 역사를 가진 프랑스 과자라궁~ 달콤한 가나슈가 샌드된 초코과자인데 첫작품이라 좀 이쁘진 않아! ㅎㅎ
“에효, 무진장 속상했겠다. 우리 소은이가 요리하는 걸 얼마나 좋아하고 남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데. 선생님이 아직 손재주도 많고 마음도 따뜻한 우리 소은이 잘 모르셔서 그런다. 선생님 그러시면 일년 동안 우리 소은이 핸드메이드 쿠키를 한번 맛보지 못할 위험이 있는데…. 소은아, 다음에 또 선생님이 그 비슷한 말로 속상하게 하시면 그땐 네 생각 말씀드려. 괜찮아. 엄마가 보니까 너희 선생님 남자분이라 말씀이 좀 거치셔도 아이들 그런 말은 잘 들어주실 분 같더라.”
나는 검은깨 쿠키! 버터도 달걀도 들어가지 않은 저칼로리 과자라 엄마와 이모에게 인기만발이야~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애들은 이럴 때 내가 막 더 흥분하며 ‘그래? 선생님 너무 하시네. 엄마가 말씀드려야겠다. 쫌만 기다려봐’ 그러면 그거 싫어한다. ‘아니예요. 그냥 제가 말씀 드릴게요’ 보통 그런다. 그래서 내가 그걸 이용해 종종 오버액션을 하는데 이번엔 오버액션 안 해도 말하겠다는 의지가 굳다. 속이 많이 상한 걸 알 수 있다.
반죽을 짤주머니에 넣고 요렇게 하는 거 무진장 재밌당~
소은이는 이제 6학년이 되었다. 부엌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늘어나고 조리도구들을 좀 능숙하게 다룰 줄 알게 되면서 요리에 대한 꿈이 모락모락 커진다. 말하는 것도 전보다는 조금 구체적이다.
“엄마, 나 조리고등학교 갈까?”
“내 롤모델은 누구로 할까? 고든 램지는 너무 무섭고 괴팍해. 난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이 좋은데…”
“르 꼬르동 블루(프랑스의 유명한 요리전문학교)에선 제이미 올리버가 조롱거리라는데 그렇게 엉터리예요? 그럼 어떻게 그렇게 유명해졌어요?”
“마카롱은 재료도 까다로운 거 없고 만드는 과정도 쉬운 것 같은데 너무 예민해요. 제과제빵은 엄마들이 감으로 재료 넣어도 맛있는 한식이랑 달라. 조금이라도 계량이나 조리법을 달리하면 거의 실패하는 것 같애요.”
최근엔 요리일기를 써보라는 내 권유를 흔쾌히 받아들여 그거 쓰는 재미를 붙였다. 언니가 도톰하고 표지가 단단한 예쁜 노트를 사주었는데, 거기다 요리에 대해서 뭐든 자유롭게 쓴다.
“엄마, 진짜 여기다 아무거나 내 맘대로 써도 되죠?”
설레는 얼굴로 방에서 빠꼼히 얼굴 내밀고 다시 확인하더니, 그 다음부터는 신문에서 레시피도 스크랩하고 이것저것 열심히 쓴다. 나하고 자기 이모만 보여주는데 그것도 자세히 안 보여주고 대강 보여준다. 근데 학교 간 사이 내가 좀 자세히 봤다. 궁금한 걸 어쩌나? ㅋㅋ
첫 장은 케이블TV 요리채널에서 요리사 이야기를 본 소감을 썼다. 그리고 신문에서 오린 ‘퐁당 쇼콜라’ 레시피를 붙였다. 요거 조만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암튼 자기 꿈을 키워가는 소은이가 아주 귀엽다. 뭐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해지는 소은이가 되길… 그걸 지켜보는 나도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