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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정원

얼굴을 생각한다

M.미카엘라 2012. 9. 14. 13:37

 

 

아, 이래서 사람들이 주사 맞는구나! 아, 이래서 어디쯤을 잡아당긴다고도 하는구나!

 

미간에 눈에 띄게 세로 주름이 두 개 생겼다. 아니다. 이렇게 보일 정도면 생긴 지는 좀 된 것이다. 앞 머리칼이 이마를 살짝 덮은 스타일을 오래 하다 보니 잘 몰랐던 건데, 무더운 지난 여름이 이 주름을 알아보게 했다. 앞머리를 위로 올려 핀을 꼽고 제법 자란 머리칼을 작은 꽁지로나마 뒤로 묶어 더위를 달래다보니 아주 잘 보인다. 미간의 주름은 인상이 나빠질 수 있는 주름이라는데 이제 이마를 훤히 드러내는 스타일은 아예 안할 것 같다.

 

얼굴을 생각하게 된다. 사람이 마흔을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20대 때부터 들었는데, 이제 비로소 그 말이 나를 향해 실감나게 다가온다. 나는 그냥 무심한 표정이고 덤덤한 평상의 표정인데도 남들 보기엔 뭔가 심기가 불편하거나 화난 것처럼 보이는구나라고 인식하기 시작한 게 최근은 아니다. 나는 사진 찍히는 줄 모르고 누군가 나를 찍어준 사진을 보면 확실히 내 표정은 굳어있고 별로 부드럽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별 일 없는데도 소미소은이가 가끔 “엄마 화났어요?”하고 물을 때가 있는데 아마 사진 속 그 표정들 중 하나였던 모양이다.

 

이제 ‘얼굴 표정이 밝고 부드럽다’고 남들이 느낄 정도의 표정이 되려면 눈두덩이 위쪽 근육을 일부러 최대 5밀리쯤은 당겨 올려줘야 할 것 같다. 그런데 해보니 의식적으로 이렇게 한다는 게 참 어렵다. 세월은 자연스럽게 근육은 아래로 더 쳐지게 하는데 그걸 거슬러 ‘업'시키는 게 쉬울 리 없다. 언제나 얼굴만 생각하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니까. 이렇게 되기 전에 표정을 만드는 마음을 살뜰히 살펴야 했다. 이게 자기 얼굴을 책임진다는 뜻일 것이다.

 

내게 소중한 두 아이 이야기를 뺀다고 내 삶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동안은 나 아닌 다른 사람 때문에 무수한 바람을 맞고 흔들렸다. 남들 듣기에 말은 항상 흔들리지 않는 신념에 찬 인간처럼 보였어도 말만 그랬다. 내가 잘하면 된다, 내가 노력하면 될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데 안 되는 건 내 노력이 부족한 거다...이러면서 참고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했던 시간이 길었다.

 

그런데 내가 노력해도 아무 소용없는 일도 있었다. 특히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은 너무 어렵다. 내 마음을 바꾸는 게 더 쉽다는 걸 깨닫는데 시간이 좀 흘렀다. 하지만 그 시간이 후회스럽지 않은 건 그렇게 노력한 시간이 비로소 지금의 나를 그나마 자유롭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노력으로 되지 않는 일을 과감히 놓아버릴 수 있는 용기는, 그래도 안으로 눈물을 삼키며 할 수 있는 노력은 최대한 했기 때문에 생겼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요 몇 년 동안은 ‘좀 더 노력했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고 죄책감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젠 그런 생각도 안 하려고 한다.

 

불혹(不惑)이 괜히 불혹인가. 글자 그대로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지 않나? 아직 살아갈 날이 창창하지만 이제 같은 일로는 다시 흔들리고 싶지 않다. 이제라도 내 미간 주름에 책임을 지고 싶다. 다행인 건  ‘안 되는 것도 있다’고 인정하고 마음을 접으면서 더 많은 긍정성을 회복했다. 남편이 문자를 했다. 자기 일이 뭐가 잘 안됐는데 말도 안 되게 나와 애들한테 미안해하며 <우리 힘들어도 조금만 더 참자>한다. 내 대답. <나 옛날이 힘들어서 지금은 안 힘들어. 자기야말로 힘을 내삼! 아자아자~!>

 

그래서일까. 아이러니한 건 미간 주름이 생겼는데도 최근 내 얼굴이 더 밝고 좋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는 점이다. 기분이 좋아져 자꾸 더 웃고 싶어진다. 고마우신 분들이다. 한번 생긴 주름은 어떻게 하겠나.... 더 깊어지지 않도록 마음을 잘 다스리고 다독이며 살아야지 싶다. 나이 들면서 이뻐지는 건 바랄 수 없어도 인상이 신경질적이거나 사나워지고 싶지는 않다.

 

친구가 좋은 화장품을 선물해주었다. 이것도 열심히 발라보련다. ***

 

 

 

당신도 세로 줄이 넘 선명하군요. 그것도 정수리까지....

에효, 여보! 한 잔 받으삼! (졸지 말고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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