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엄마들이 떴다 본문
모두 운전이 되신다. 그런데 이제야 만났다. 강원도 꼬불꼬불 산길부터 고속도로, 서울 시내 복잡한 도로까지 약간 전천후 운전이 되는 내가 그 분들에게 갔다. 아니, 두 분이 사는 안산으로 내가 가는 편이 덜 번거로워 “쓔웅~”가겠다 하며 떠난 길은 설렜다.
두 마리의 새. 블로거 하얀새님과 (따)오기님. 하얀새님이야 이미 오래 전부터 만나고 지낸 사이지만 오기님은 10여 년이 훌쩍 넘는 블친이면서도 만남은 처음이다. 나까지 포함해 이 세 블로거의 공통점은 동갑내기이며, 고만고만한 딸을 둘씩 둔 엄마들이라는 점이다. 아이들 크는 이야기에 서로의 일상을 들여다봐왔으니 당연히 교집합이 되는 대화 소재가 많을 것이고 공감 포인트가 줄을 이을 것이지만 호구조사는 필요 없다. 인물평은 당연하고 인상평도 필요 없다.
여섯 아이 중 제일 막내인 소은이까지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 성인이 된 딸들을 둔 엄마들의 여유가 넘치는 만남은 시간을 뭉텅뭉텅 가져갔다. 서로 딸아이들의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그 꼬꼬마 아기들이 눈부신 20대 청춘이 되어있는 모습을 처음 본 것도 아니면서 신기해했다. 나아가 이제는 간섭할 수 없는 딸들의 의식 변화를 어떻게 볼까, 우리가 그랬듯 다시 엄마의 삶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딸들의 결심을 어떻게 응원해야 하나, 이 딸들은 과연 생각대로 결심대로 살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니 세월을 더 실감했다. 세대 차이가 나쁘지 않았지만 그 아이들이 원하는 세상으로 가려면 좀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할 사회구습이 아직 많다는 점에 동감했다.
우리 셋은 헤어질 때 ‘글과 똑같다’는 말로 만남의 만족감을 대신했다. 오랜 시간 글로 만난 사람들은 마음을 꺼내놓는 일이 훨씬 수월한 것 같다. 블로그의 글이 결국 마음을 꺼내놓는 일이니까. 좀 포장을 한단들 오래도록 소통하다보면 그도 무의미하다. 그 사람의 스타일이 드러나고 가치관도 알게 되고 어떤 땐 무의식까지 드러난다. 그래서 온라인에서도 잘못 하면 오해도 하고 싸움도 일어나고 냉랭한 분위기에 결국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과 헤어지기도 한다. 관계는 온 오프에 달린 일이 아니라 마음씀씀이에 달렸다.
역시 동갑내기의 만남이 참으로 편하다. 하얀새님과 나는 이미 말을 놓았지만, 오기님도 몇 번 더 만나면 곧 그리 될 것이라 생각한다. 차 안 막히는 시간에 가면 우리 집에서 안산까지 1시간. 까짓 껌이다. 사는 동안 뭐 그리 산전, 수전, 공중전은 못 겪어봐도 이제 한 텀 늙느라 아픈 몸과 싸워야 하는 ‘신전(身戰)’을 앞에 둔 나이, 밥과 차 셔틀 해야 하는 수험생 엄마도 졸업했는데 집에만 있으면 뭐하랴. 자주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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