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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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충전소

뜻밖의 고백

M.미카엘라 2019. 1. 21. 01:22


소미가 노르웨이로 떠나기 전 그런 결심을 했다. 이 블로그를 딸에게 공개하리라. 자신의 성장일기를 읽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고 가장 훌륭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겨울이 긴 나라에서, 만나야 할 사람도 약속도 적은 그곳에서, 온통 자기 시간으로 가득한 그곳에서, 누군가 적어놓은 20년 치 자기 삶을 읽는다는 것, 좀 근사할 것 같다. 나는 이 블로그 공개의 타이밍을 잡기 위해 소미를 그 먼 곳으로 보낸 건가?(^^) 나도 모르게 빅피쳐를 그리고 있었던 건가?(^^)

 

미리 말은 했다. 내가 너에게 어느 날 내 블로그 안내메일을 보내겠다. 받아보아라그리고 엊그제는 소은이에게도 말했다. 그랬더니 뜻밖의 고백을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가 자기들 이야기 블로그에 쓴다는 걸 알고 난리치며 성질냈던 때가 생각난다며, 그때 그러고 나서 며칠 후 금방 후회했다는 것이다. 엄마가 내가 이랬어도 그냥 우리 이야기를 계속 써주었으면 좋겠다 했다나? 엄마가 자기 눈치를 보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고. 엄마의 블로그는 엄마 것이고 엄마 일상에 소중한 부분이었을 텐데 쓰라마라 했던 게 너무 미안했다고. 그러면서 괜찮으니까 엄마가 쓰고 싶으면 계속 쓰시라 한다.

아니, 그 이야길 왜 이제야 해?”

 

갑작스러운 고백에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약도 좀 오른다. 정말 눈치 보여서 깨알 기록 못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애들이 기억하고 있다가 검색이라도 하고 찾아 들어올까봐 검색이 되지 않게 설정해놓고, 필명도 양치기로 바꾸고, 애들 앞에선 거실 컴퓨터에서 절대로 블로그 열지도 않았는데.... 중학교는 띄엄띄엄, 고등학교는 몇 편 되지도 않을 것이다. 두 아이가 같은 학교를 다녔던 고등학교 생활도 일반고와 달리 정말 재미있고 별난 이야기가 많았는데.... 내 게으름 탓도 있지만, 눈치를 보며 포스팅 하지 못한 부분 많았다.

 

엄마, 난 엄마가 어릴 때 우리에게 해준 게 다른 엄마들도 다 그 정도는 해주며 아이들을 키우신 줄 알았어. 근데 내가 학교에서 애들한테 내가 클 때를 이야기하면 너네 엄마 정말 대단하시다고 해. 나한텐 사소하거나 그렇게 특별한 편에 속하지 않은 경험인데도 그걸 한 번도 경험 못한 애들도 많더라고.”

 

나는 블로그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블로그 덕분에 내가 너희들이 잘 컸다고 느낄 정도로 키운 거라고.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엄마가 육아에 마냥 지쳐 늘어져있지 않고 뭔가 각성하며 너희들을 기른 면이 있다고 했다.

 

엄마, 난 엄마가 우릴 기른 시간이 즐거웠고 행복했다고 말하는 엄마 덕분에 행복해.”

 

이제 그 행복의 증거를 너희들에게 내밀려고 한다. 너희들이 뽀시래기일 때부터 성장일기를 읽어주신 분들이 보통 많은 게 아니다. 가끔 그 분들과 소통해주기 바란다. 그게 정말 <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의 진정한 시즌2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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