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입'으로 놀기 본문
“빰빠밤 빠바바밤 빠바바바바바 빠바바바 빰빠밤”
글로 써놓으니 영 아니다. 그러나 암튼 이 해괴한 소리는 소미가 ‘MBC 뉴스데스크’ 시그널
음악을 자기 식으로 입으로 부르는 소리다.
"안녕하세요. 뉴스데스크 박소미입니다. 오늘은 저기 어느 동네에서 LP가스가 폭발했다고
합니다. 그럼 양재형 기자 나와 주세요.”
갑자기 아나운서 흉내를 내면서 ‘LP가스’ 운운 하는 소리도 웃긴데, 냉큼 나를 호명하니
순간 당황해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나오는 대로 말해버렸다.
“아, 네,…네! LP가스가 폭발한 곳은 한 아파트입니다. 가스밸브를 잘 잠그지 않고 외출한
탓에 가스가 샌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사고로 다행이 인명사고는 없고 집만 부서졌습니다.
이상으로 현장에서 양재형입니다.”
가스가 폭발했는데 사람이 죽지 않은 ‘다행스런 뉴스’를 보내고 나니, 이번에 박소미 앵커가
다시 말한다.
“네 ,아주 큰일 날 뻔했네요. 그럼 이번에는 산불이 크게 난 곳을 가보겠습니다. 박소은
기자! 박소은 기자 나와 주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귀염둥이 박소은 기잡니다. 산불이 무지 크게 났습니다. 귀염둥이
박소은 기자였습니다.”
전하는 뉴스의 반을 ‘너무나도 주관적인' 닭살 소개로 채워 넣은 박소은 기자까지. 뉴스를
마친 아이들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깔깔대고 방바닥에서 뒹굴었다.
요즘 추워서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니까 애들이 집에서 아주 몸부림이다. 여자 아이들은 입으로
노는 소리가 아주 재미있을 때가 많은데 이 뉴스따라하기는 한창 그 ‘입으로 놀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소미가 뉴스 시그널음악을 재미있게 듣고 따라하면서 한창 집에서도 차 안에서도
그냥 뉴스놀이다. 남편과 내가 이 참신함을 높이 사며 재미있어하자 더 신이 나서 하는 빛이었다.
그런데 그 뉴스 내용이란 게 늘 나쁜 뉴스뿐이니, 조심을 한다고 하는데도 애들하고 보는
뉴스는 더 가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무슨 폭발사고, 누가 다친 일, 누구끼리 싸운
일투성이다. 사실 우리의 뉴스가 요즘 늘 그런 것뿐이니, 가려보여줄 것도 별반 없긴 하다.
그래서 우습긴 하지만 좋은 뉴스의 예를 들어주고 좀 좋은 것하고 섞어가면서 하라고 알려
주었다.
며칠 후, 또 뉴스놀이를 하는데 여전히 나쁜 뉴스다. 그래서 나는 김을 재다가 갑자기 생각해
낸 일로 한바탕 아이들을 열광시켜 흔들어놓았다.
나는 요즘 착실하게 열심히 김을 재서 먹는다. 작은올케가 준 들기름에 참기름을 조금 섞어서
재는데 참 맛있는데다 워낙 김귀신들이 모여 있는 집이라 꽤 많이 재놓아도 금방 먹어치운다.
사실 포장 김을 사먹다가 도무지 대기가 벅차서 마음잡고 재먹기로 했다.
열심히 한 30장 정도를 재서 굽다가 나는 애들 앞에서 바보가 되기로 했다. 김을 조그맣게
잘라서 앞니 두 개 위에 붙이고 놀고 있는 아이들을 불렀다. 먼저 이를 보여주지 않고 “맹구야!"
하고 불러보라고 시켰다.
“맹구야!”
나는 순간, 눈을 희번덕 뜨고 이를 드러내며 “맹구 없다!” 하면서 바보짓을 했다. 아이들이
자지러지는 웃음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간 건 당연하다. 나는 아주 가끔씩 애들 앞에서 재롱
비슷한 쇼를 느닷없이 해서 분위기를 바꾸는데 이번 쇼는 아주 압권이었던 모양이다. 애들에
게도 김 조각을 하나씩 붙여주었더니 거울을 보고는 이제는 아주 죽겠다는 표정으로 웃어댔다.
‘엄마, 엄마 때메 오줌 싸겠어요“하는 소은이 말에 또다시 와하하하!
그날 저녁, 남편은 밖에서 식사를 하고 우리 셋이 밥을 먹는데, 어찌나 애들이 맹구 흉내에
혼이 쏙 나갔는지 밥을 도통 먹을 수가 없었다. 밥이 칠칠 나오게 웃질 않나 해서 ‘괜히
시작했네’ 했다.
최근엔 뉴스놀이는 다 어디로 가고 아주 맹구놀이만 한다. 누가 놀러오면 아예 김 통을 방에
몰래 가지고 들어가서 연출을 하고서는 '짜잔‘ 나온다. 똑똑하고 유능한 직업의 대명사인
‘앵커’에서 완전히 ‘맹구’로 전락한 두 애들은 김이 떨어지지 않게 윗입술을 잇몸에서
뗀 자세를 유지하려니 입가로 침이 실실 나오고 아주 가관이었다.
그러나 뭐 어떠랴 싶다. 재미있게 느끼기만 하면 다행이다. 요 며칠 너무나 바빴던 탓에 거의
목장의 송아지 방목하듯 팽개쳐두고, 먹는 것도 노는 것도 전혀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했던
터였다. 한 2주 동안 ‘엄마, 이 일 끝나고, 응? 알았지? 끝나고 해줄게’라는 말이 내
입버릇이었다.
아직 어린 탓인지 아이들은 아직 엄마가 놀아주는 것에 열광하고 감동한다. 그래서 긴긴 겨울,
집에서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일부러 찾는 일은 아직 필요할 듯싶다. 그런데 문제는 요것들이
저희들만 그러면 괜찮은데 꼭 누가 놀러왔을 때도 눈치 없이 “엄마도 붙이세요. 엄마도 김
붙이세요. 맹구 삼모녀요! 네?” 이러지만 않으면 좋겠다.

글로 써놓으니 영 아니다. 그러나 암튼 이 해괴한 소리는 소미가 ‘MBC 뉴스데스크’ 시그널
음악을 자기 식으로 입으로 부르는 소리다.
"안녕하세요. 뉴스데스크 박소미입니다. 오늘은 저기 어느 동네에서 LP가스가 폭발했다고
합니다. 그럼 양재형 기자 나와 주세요.”
갑자기 아나운서 흉내를 내면서 ‘LP가스’ 운운 하는 소리도 웃긴데, 냉큼 나를 호명하니
순간 당황해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나오는 대로 말해버렸다.
“아, 네,…네! LP가스가 폭발한 곳은 한 아파트입니다. 가스밸브를 잘 잠그지 않고 외출한
탓에 가스가 샌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사고로 다행이 인명사고는 없고 집만 부서졌습니다.
이상으로 현장에서 양재형입니다.”
가스가 폭발했는데 사람이 죽지 않은 ‘다행스런 뉴스’를 보내고 나니, 이번에 박소미 앵커가
다시 말한다.
“네 ,아주 큰일 날 뻔했네요. 그럼 이번에는 산불이 크게 난 곳을 가보겠습니다. 박소은
기자! 박소은 기자 나와 주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귀염둥이 박소은 기잡니다. 산불이 무지 크게 났습니다. 귀염둥이
박소은 기자였습니다.”
전하는 뉴스의 반을 ‘너무나도 주관적인' 닭살 소개로 채워 넣은 박소은 기자까지. 뉴스를
마친 아이들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깔깔대고 방바닥에서 뒹굴었다.
요즘 추워서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니까 애들이 집에서 아주 몸부림이다. 여자 아이들은 입으로
노는 소리가 아주 재미있을 때가 많은데 이 뉴스따라하기는 한창 그 ‘입으로 놀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소미가 뉴스 시그널음악을 재미있게 듣고 따라하면서 한창 집에서도 차 안에서도
그냥 뉴스놀이다. 남편과 내가 이 참신함을 높이 사며 재미있어하자 더 신이 나서 하는 빛이었다.
그런데 그 뉴스 내용이란 게 늘 나쁜 뉴스뿐이니, 조심을 한다고 하는데도 애들하고 보는
뉴스는 더 가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무슨 폭발사고, 누가 다친 일, 누구끼리 싸운
일투성이다. 사실 우리의 뉴스가 요즘 늘 그런 것뿐이니, 가려보여줄 것도 별반 없긴 하다.
그래서 우습긴 하지만 좋은 뉴스의 예를 들어주고 좀 좋은 것하고 섞어가면서 하라고 알려
주었다.
며칠 후, 또 뉴스놀이를 하는데 여전히 나쁜 뉴스다. 그래서 나는 김을 재다가 갑자기 생각해
낸 일로 한바탕 아이들을 열광시켜 흔들어놓았다.
나는 요즘 착실하게 열심히 김을 재서 먹는다. 작은올케가 준 들기름에 참기름을 조금 섞어서
재는데 참 맛있는데다 워낙 김귀신들이 모여 있는 집이라 꽤 많이 재놓아도 금방 먹어치운다.
사실 포장 김을 사먹다가 도무지 대기가 벅차서 마음잡고 재먹기로 했다.
열심히 한 30장 정도를 재서 굽다가 나는 애들 앞에서 바보가 되기로 했다. 김을 조그맣게
잘라서 앞니 두 개 위에 붙이고 놀고 있는 아이들을 불렀다. 먼저 이를 보여주지 않고 “맹구야!"
하고 불러보라고 시켰다.
“맹구야!”
나는 순간, 눈을 희번덕 뜨고 이를 드러내며 “맹구 없다!” 하면서 바보짓을 했다. 아이들이
자지러지는 웃음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간 건 당연하다. 나는 아주 가끔씩 애들 앞에서 재롱
비슷한 쇼를 느닷없이 해서 분위기를 바꾸는데 이번 쇼는 아주 압권이었던 모양이다. 애들에
게도 김 조각을 하나씩 붙여주었더니 거울을 보고는 이제는 아주 죽겠다는 표정으로 웃어댔다.
‘엄마, 엄마 때메 오줌 싸겠어요“하는 소은이 말에 또다시 와하하하!
그날 저녁, 남편은 밖에서 식사를 하고 우리 셋이 밥을 먹는데, 어찌나 애들이 맹구 흉내에
혼이 쏙 나갔는지 밥을 도통 먹을 수가 없었다. 밥이 칠칠 나오게 웃질 않나 해서 ‘괜히
시작했네’ 했다.
최근엔 뉴스놀이는 다 어디로 가고 아주 맹구놀이만 한다. 누가 놀러오면 아예 김 통을 방에
몰래 가지고 들어가서 연출을 하고서는 '짜잔‘ 나온다. 똑똑하고 유능한 직업의 대명사인
‘앵커’에서 완전히 ‘맹구’로 전락한 두 애들은 김이 떨어지지 않게 윗입술을 잇몸에서
뗀 자세를 유지하려니 입가로 침이 실실 나오고 아주 가관이었다.
그러나 뭐 어떠랴 싶다. 재미있게 느끼기만 하면 다행이다. 요 며칠 너무나 바빴던 탓에 거의
목장의 송아지 방목하듯 팽개쳐두고, 먹는 것도 노는 것도 전혀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했던
터였다. 한 2주 동안 ‘엄마, 이 일 끝나고, 응? 알았지? 끝나고 해줄게’라는 말이 내
입버릇이었다.
아직 어린 탓인지 아이들은 아직 엄마가 놀아주는 것에 열광하고 감동한다. 그래서 긴긴 겨울,
집에서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일부러 찾는 일은 아직 필요할 듯싶다. 그런데 문제는 요것들이
저희들만 그러면 괜찮은데 꼭 누가 놀러왔을 때도 눈치 없이 “엄마도 붙이세요. 엄마도 김
붙이세요. 맹구 삼모녀요! 네?” 이러지만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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