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들의 말, 말, 말! (6) 본문
<노래>
오후에 FM라디오를 틀어놓고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금 있다가 박인수와 이동원이 부르는 <향수>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얘들아, 이 노래 아빠가 젤 좋아하는 노래야. 근데 아빠가 없어서 아쉽다.”
그랬더니 소은이가 딱 받는 말.
“나도 이 노래 좋아해요. 아빠랑 저랑 수준이 똑같애서 그래요.”
<회오리는 황사?>
소은이에게 옷을 입히다가 창밖을 보니 저 멀리 산 아래서 막 세찬 흙바람이 선명하게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었다. 나는 소은이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소리쳤다.
“와! 소은아. 저기 좀 봐. 저기 흙바람. 저렇게 부는 거 봤어?”
그랬더니 소은이 왈.
“와! 진짜아~ 그럼 저기가 중국이예요?”
<일기예보>
소미가 뉴스 말미에 나오는 일기예보를 보면서 내게 물었다.
“엄마, 날씨가 아직 오지 않았는데 뉴스 사람들은 왜 날씨가 오는지 안 오는지 알아요? 하느님한테 물어봐요?"
<엽기적인 그녀>
소은이가 제 귀를 만지작거리다가 툭 하는 말.
“엄마, 귀는 왜 말랑말랑해요? 나 이 귀 뜯어서 갖고 놀구 싶다.”
<궁금해!>
소은이에겐 자기 손바닥만한 동그란 거울이 있다. 그걸 한참 동안 들여다보던 소은이가 참 이상하다는 말투로 물었다.
“엄마, 전요, 이게 너무 이상해요. 어떻게 이 쪼꼬~만 거울 안에 내 얼굴이 쏙 들어가는 거예요? 내 얼굴이 한번에 다 보이잖아요. 그러구두 옆에 조금 남는데, 난 이게 참 이상해요.”
“……” (누가 아시면 대답 좀!)
<아는 척>
소은: “언니. 이제 나도 글 읽을 줄 안다 뭐!”
소미: “정말? 읽어봐!”
소은: “이 신문에 있는 거 읽을 줄 알아! (‘한겨레’라고 쓰여 있는 신문의 제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거 뭐라고 쓴 거냐면… ‘신, 문, 지!’”
<이상한 문제>
나는 가끔 두 아이를 데리고 <도전 골든벨!>과 비슷한 퀴즈 놀이를 한다. 애들이 너무 좋아해서 한 며칠 계속 하다보니, 두 아이 수준에 맞춰 문제를 만드는 일이 점점 어렵고 고민되기 시작했다. 하나 문제를 낼 때마다 시간을 끌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보니 한번은 소은이가 내게 엄만 별 걸 다 걱정한다는 듯이 말했다.
“포도긴 포돈데 포도같이 생긴 거. 엄만 그런 것도 생각 못하구, 바보 엄마.”
“으잉? 그래서 그게 답이 뭔데?”
“연두색 포도!”
그랬더니 소미가 깔깔 웃었다.
“으이그~ 연두색 포도가 뭐냐? 청포도지. 그리구, 포도긴 포돈데 포도같이 생긴 거? 그거 너무 이상하다.”
<애들 앞에선…>
무슨 일 때문인지 까닭 없이 남편이 한숨을 좀 쉬었다. 그랬더니 소미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한마디 하는데 촌철살인이다.
“아빠, 왜요?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드세요?”
<침대에 누워서>
잠들기 전 애들이랑 남편이 침대에 누워서 뭐라고 뭐라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때 소은이가 갑자기 제 다리를 번쩍 공중으로 들어올려 발꿈치를 만지면서 하는 말.
“아빠, 여기 좀 만져보세요. 꺼칠꺼칠해요. 어른이 될꺼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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