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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말,말,말!

엽기적인 그녀들의 말, 말, 말! (7)

M.미카엘라 2004. 7. 23. 01:17

  <이라크 가는 길>

 얼마 전 자이툰 부대원들이 가까운 곳에서 훈련을 한 적이 있다. 군복이 달라 눈에 띄었다. 날마다 두어 차례씩 아파트 뒤쪽 길로 나와 구보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소미야, 저기 저 군인 아저씨들 봐봐. 저 아저씨들이 이라크 가는 거야.”

 그랬더니 소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와! 저렇게 뛰어서 이라크까지 가는 거예요?”


 <돌잡이>

 소미가 학교에서 뭘 배워왔는지 자기 첫돌 때 돌상에서 무얼 잡았느냐고 물었다.

 “응? 소미? 연필 잡았어. 본래 옛날에는 연필이 아니고 붓이지만. 연필 잡으면 공부 열심히 해서 학자나 뭐 그런 거 된다던데.”

 그때 소은이가 그거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소미가 한참 배우고 들은 대로 설명했다. 실은 오래 사는 거, 돈은 부자 되는 거, 연필이나 붓, 책 등은 공부 잘하게 되는 거라고.

 “엄마, 그럼 나는 뭘 잡았어요?"

 “소은이? 소은이는… 음, 아! 쌀 잡았다. 쌀! 쌀은 돈처럼 부자가 되는 거래. 돈도 있었는데 암튼 쌀이 그릇에 수북이 담긴 거 보고 막 흩트리면서 놀았어.”

 그랬더니 소은이가 안타깝다는 표정이 되었다.

 “아! 차암~”

 “왜에?”

 “아휴, 난 오래 살고 싶었는데… 왜 쌀을 잡았지? 난 오래 살고 싶었는데.”

 

 <이상한 텔레비전>

 이라크에서 김선일 씨 피살 직후, 텔레비전을 보던 어느 날 소은이가 말했다.

 “엄마, 테레비가 고장났나봐. 맨날 계속 계속 김선일 김선일 그러기만 해요.”


 <교육방송을 보다가>

 교육방송에서 만들기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여러 가지 폐품으로 집을 만들어본 후, 진행하던 ‘오빠’가 마무리 멘트를 하는 중이었다.

“집에서 재활용품 쓰레기통에 버리기 전에 잘 골라서 만들어 보세요. 친구들도 살고 싶은 집 생각한 게 있을 게 아니예요?”

 그런데 그 말이 채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소은이가 냉큼 받아서는 짱짱한 큰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지금이 딱이예요. 나는 여기서 오래오래 살다가 이사갈 거예요.”

 

 <대통령 이름>

 나는 저녁상을 차리고 남편은 축구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 와중에 소미가 화이트보드를 가지고 와서 제 아빠보고 ‘도전! 골든벨’을 하자고 졸라댔다. 문제를 내달라는 말이다.

 “소미야 이따가 하면 안 되까? 아빠 지금 축구보고 있잖아.”

 “보세요. 보시면서 입으로 문제만 내시면 되잖아요.. 네? 아빠아~”

 “아이 참,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데… 그러지 말고 축구 끝나면 하자 응?”

 “아빠, 그럼 지금은 딱 한 개만! 네? 딱 한 개만 내주세요오. 네?”

 “음, 그럼… 그럼… 뭐하지?… 아! 우리나라 대통령 이름은 무엇일까요? 됐지? 됐지?”

 남편은 얼른 빠져 나가려고 영 질문에 성의가 없다.

 “아휴 참! 아빠는 그렇게 쉬운 문제를 내시다니…… 자, 됐어요. 그럼 이제 ‘답을 들어 주세요’ 그래야죠 아빠.”

 “응? 그래 그래. ‘소미 어린이! 답 들어 주세요.’”

 그랬더니 거기에 쓰인 답이 바로 이거다.

골든벨, 대통령이름

 

 이걸 본 남편과 내가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를 했더니 소미가 쑥스러운 듯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냥 이름만 쓰면 너무 버릇없는 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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