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골라, 골라, 골라! 본문
소미는 요즘 "엄마 내가 골를래" 하고 말하기를 너무 좋아한다.
내게 읽어달라고 할 책을 고르겠다고 말하는 것은 기본이고, 사탕통 속의
색색 가지 사탕 중 하나를 고를 때는 거의 환희에 찬 표정이다. 또 껌 한 통을
뜯어서 한 개를 빼주려고 할 때도 예외 없이 "엄마, 내가 골를래" 하는데
고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얼마 전 가위질을 허용하고 난 뒤엔, 손에 들린 가위가 거의 신들린 것처럼
이것저것 오려대는 통에 잘 봐야 사고를 막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구슬꿰기 끈을 산 지 이틀만에 국수 만든다고 똑똑똑똑 끊어놓고, 한번은 소은이
머리를 잘라주겠다고 가위를 들이대 기절초풍한 적도 있다. 이 가위도 노란
손잡이와 연두색 손잡이 두 개를 높은 데 두었다가 달라면 꺼내주는데, 그때마다
"엄마, 엄마, 내가 골를래. 두 개 다 줘봐" 한다. 그러고는 두 손에 하나씩
들고 흐뭇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보며 웃음짓고는 가늠해보는 듯한 표정으로
가위를 이쪽저쪽 살핀다.
똑같은 가위가 색깔만 다른데 저렇게 재미가 날까 싶다. 어른과 너무
다른 모습 하나가 여기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실실
났다.
직장인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무슨 옷 입을까, 옷은 많아도 입을 게
없네 한다. 점심엔 오늘은 또 뭘 먹지? 한다. 널린 게 밥집이고 분식집이고
패스트푸드점인데 말이다. 주부들은 끼니때마다 또 뭘 해 먹지? 장보러
가봐야 맨날 그게 그거야, 살 게 없어 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똑같은 두 개 중 하나를 고르는 일도 "세상에 이런
즐거움이?"하는 표정으로 눈을 굴린다. 세상에 모든 것들이 얼마나 신기하고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겠단 얼굴이다. 하지만 우리는 애어른 같은 아이들에게서,
어른들처럼 놀라운 호기심과 삶에 대한 넘치는 기쁨이 다 삭아 없어진 표정과
말투, 행동거지를 본다. 순전히 어른 탓이기 십상인데 나쁘게는 "완전히
애늙은이다"하고 좋게는 "성숙하다. 의젓하다"고까지 말한다.
거기다가 우리들은 아이처럼 표현이 다소 커서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놀라고
슬퍼하고 염려하는 어른을 보면, 철딱서니 없다며 좀 시샘 비슷한 냄새를
드러내고야 만다. 나도 그러니 별 수 없이 팍 삭은 어른 대열에 끼고 말았다.
나도 그 어린 시기를 지나왔고 애를 둘씩이나 키우면서도, 아이를 이해하는데
여전히 인색하고 어른 잣대를 들이대기 일쑤라 소미가 알게 모르게 에미
때문에 속 많이 상했으리라.
아이들은 대부분 이닦기를 싫어한다. 소미도 그런 쪽인데, 어떤 날은 스스로 신통하게
이닦고 자겠다고 하다가도 어떤 날은 반항이 제법 거세다.
"그냥 잘래. 안 딲아. 이 안 딲을 꺼야. 안 할 꺼야. 안 해∼."
"충치도깨비가 와도? 진짜 올 텐데?"
이래도 안하무인이면 나는 욕실 문을 열어놓고 소미가 쓰는 치약 두 개를
손에 들고 말한다.
"자, 소미가 골라. 뭘로 할래? 어린이 치약? 텔레토비 치약?"
딱 그러기만 하면 대번에 울음을 그치고 눈이 동그래진다.
"응, 엄마, 어디 한번 줘봐. 소미가 골를게."
그런데 웃기는 건 소미는 늘, 언제나, 똑같이 텔레토비 치약만 고른다는
것이다.
에휴, 딸아, 이담에 신랑감도 잘 골라야 한다?
♬ 소은이의 건강을 염려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젠 거의 다 나았어요. 후유증으로 약간의 설사 증세만 있습니다.
다시 '방글이' 소은이로 돌아왔지요.
내게 읽어달라고 할 책을 고르겠다고 말하는 것은 기본이고, 사탕통 속의
색색 가지 사탕 중 하나를 고를 때는 거의 환희에 찬 표정이다. 또 껌 한 통을
뜯어서 한 개를 빼주려고 할 때도 예외 없이 "엄마, 내가 골를래" 하는데
고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얼마 전 가위질을 허용하고 난 뒤엔, 손에 들린 가위가 거의 신들린 것처럼
이것저것 오려대는 통에 잘 봐야 사고를 막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구슬꿰기 끈을 산 지 이틀만에 국수 만든다고 똑똑똑똑 끊어놓고, 한번은 소은이
머리를 잘라주겠다고 가위를 들이대 기절초풍한 적도 있다. 이 가위도 노란
손잡이와 연두색 손잡이 두 개를 높은 데 두었다가 달라면 꺼내주는데, 그때마다
"엄마, 엄마, 내가 골를래. 두 개 다 줘봐" 한다. 그러고는 두 손에 하나씩
들고 흐뭇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보며 웃음짓고는 가늠해보는 듯한 표정으로
가위를 이쪽저쪽 살핀다.
똑같은 가위가 색깔만 다른데 저렇게 재미가 날까 싶다. 어른과 너무
다른 모습 하나가 여기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실실
났다.
직장인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무슨 옷 입을까, 옷은 많아도 입을 게
없네 한다. 점심엔 오늘은 또 뭘 먹지? 한다. 널린 게 밥집이고 분식집이고
패스트푸드점인데 말이다. 주부들은 끼니때마다 또 뭘 해 먹지? 장보러
가봐야 맨날 그게 그거야, 살 게 없어 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똑같은 두 개 중 하나를 고르는 일도 "세상에 이런
즐거움이?"하는 표정으로 눈을 굴린다. 세상에 모든 것들이 얼마나 신기하고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겠단 얼굴이다. 하지만 우리는 애어른 같은 아이들에게서,
어른들처럼 놀라운 호기심과 삶에 대한 넘치는 기쁨이 다 삭아 없어진 표정과
말투, 행동거지를 본다. 순전히 어른 탓이기 십상인데 나쁘게는 "완전히
애늙은이다"하고 좋게는 "성숙하다. 의젓하다"고까지 말한다.
거기다가 우리들은 아이처럼 표현이 다소 커서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놀라고
슬퍼하고 염려하는 어른을 보면, 철딱서니 없다며 좀 시샘 비슷한 냄새를
드러내고야 만다. 나도 그러니 별 수 없이 팍 삭은 어른 대열에 끼고 말았다.
나도 그 어린 시기를 지나왔고 애를 둘씩이나 키우면서도, 아이를 이해하는데
여전히 인색하고 어른 잣대를 들이대기 일쑤라 소미가 알게 모르게 에미
때문에 속 많이 상했으리라.
아이들은 대부분 이닦기를 싫어한다. 소미도 그런 쪽인데, 어떤 날은 스스로 신통하게
이닦고 자겠다고 하다가도 어떤 날은 반항이 제법 거세다.
"그냥 잘래. 안 딲아. 이 안 딲을 꺼야. 안 할 꺼야. 안 해∼."
"충치도깨비가 와도? 진짜 올 텐데?"
이래도 안하무인이면 나는 욕실 문을 열어놓고 소미가 쓰는 치약 두 개를
손에 들고 말한다.
"자, 소미가 골라. 뭘로 할래? 어린이 치약? 텔레토비 치약?"
딱 그러기만 하면 대번에 울음을 그치고 눈이 동그래진다.
"응, 엄마, 어디 한번 줘봐. 소미가 골를게."
그런데 웃기는 건 소미는 늘, 언제나, 똑같이 텔레토비 치약만 고른다는
것이다.
에휴, 딸아, 이담에 신랑감도 잘 골라야 한다?
♬ 소은이의 건강을 염려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젠 거의 다 나았어요. 후유증으로 약간의 설사 증세만 있습니다.
다시 '방글이' 소은이로 돌아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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