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신들린 가위와 집요한 손가락 본문
"와! 신문이다."
소미가 아침신문을 반기는 까닭은 두 가지다.
하나는 <광수 생각>이라는 만화 때문이다. 거의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도
꼭 읽어달라고 졸라댄다. 그래도 지금은 좀 나아진 편이다. 조금 더 어려서
책 읽어주는 맛을 막 알기 시작했을 땐 그날 치 광수 생각을 한 스무 번씩은
읽어줄 정도였다. 신문을 조금만 부스럭거려도 읽어달라고 했으니 정말 괴로울
지경이었다.
글씨를 모르면서도 책 속 이야기를 알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끝없는 욕구,
그러면서 시도 때도 없이 책 읽어주기를 요구하는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일은
당해보지 않고는 그 괴로움을 모른다. 그땐 이미 '에구 내 새끼, 책을 좋아하니
공부도 잘 하겠다'하고 대견한 생각이 들었던 마음은 온데 간데 없다. 그래서
요즘 엄마들이 애저녁에 한글을 떼게 하려고 그 야단인지도 모르겠다.
둘째는 신문 사이에 끼워진 서너 장의 광고지 때문에 환호한다.
소미는 지금 만 33개월을 넘겼는데 약 4개월 전에 내가 가위를 주며 정식
으로 가지고 놀게 했다. 요즘 어린이용 가위는 우리 국민학교 다닐 때 문구용
가위와 견주지 못할 정도로 성능이 좋아, 많이 위험하지만 그래도 몇 가지
주의를 주고 쓰게 했다. 한두 번 다치기도 하겠지 하면서.
요즘 한창 가위질에 신들린 소미는 늘 "엄마, 오릴 것 좀 주세요"라는 말이
주요 대사가 되어 버렸다. 나는 처음부터 광고지를 주었다. 늘 서너 장씩 올
뿐 아니라 이런저런 그림이나 사진이 인쇄되어 있어서 소미도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근래에는 풀까지 맡겨버렸더니 장난감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날도 있다. 가만히 곁눈질로 보니, 그림대로 오린 것들을 자기가 다시 자리잡아
큰 종이에 붙이는 것이 요즘 주 활동(?)이다. 신사복 입은 아저씨, 양념
통닭, 피자 한판 들이 주루룩 붙어있다.
그런데 문제는 소은이다. 내가 소미를 야단치고 소미와 싸우는 일이 잦은
까닭도 소은이 때문이다. 소은이도 신문이며 휴지 같은 종이를 너무 좋아해서
소미가 광고지를 코 빠뜨리며 오리고 있을 때, 어느 틈엔가 기어가서 가위를
잡으려 한다거나 아주 쬐끄맣게 오린 종이 조각을 꼼질꼼질 집어서 홀랑
입 속에 넣고 오물거리기 일쑤니 내가 눈 돌릴 틈이 없다.
어제는 내가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 돌아보니 소은이의 한 손에는 가위가
들려있고 다른 한 손으론 딱풀을 집어들고서 "옴냐옴냐"거리며 빨고 있는
게 아닌가. 너무 놀라서 그 자리를 뜬 소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소미, 너 또야? 정말 너 엄마하고 한 약속 안 지킬 거야? 이제 가위하고
풀 안 쓸 생각이면 다 정리해서 저기 통 속에 담으라고 했잖아. 소은이
좀 봐라. 아이구, 클 날 뻔했다."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하고는 지킨 적이 없다. 심지어는 나를 빤히 보며
"엄마가 치워" 하기도 하니 정말 끓어오른다.
"안 되겠다. 오늘은 가위하고 풀 그만 써. 벌이야. 내일 줄 거야. 알았지?"
그러고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올려버렸다.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엄마, 과위(가위를 더 어렵게 발음한다) 주세요.
이제 오려도 되죠?" 그런다. 나한테 혼이 나면 한동안은 소은이가 자기 옆에
가려고 자세만 취해도 질색을 한다.
"아앙, 엄마, 소니(소은이를 빨리 발음하면 이렇게 된다)가 와요. 안돼. 위허매에-.
소나, 빨리 엄마한테 가…… 안 되겠다."
그러더니 무언가를 오렸다. 피자 광고지에 있는 페트병 콜라 사진을 재빠르게
샤샥 오리더니 소은이에게 주며 하는 말.
"소나, 이거 콜라 먹고 놀고 있어. 인제 오지 마. 알았지?"
소은이는 엎드린 자세에서 그걸 받아들고는 다시 벌렁 들어누워 만족스런
얼굴로 콜라 한 병(?)을 입으로 가져간다.
요즘 날마다 이런 풍경이 우리집을 꽉 채운다. 내가 부랴부랴 아주 작은 종이까지
치우고 돌아서면 소미는 또 오려대고 소은이는 기어다니며 집요한 손가락으로
탐색을 한다. 뭐 간식으로 먹을 거 없나 하는 듯.
소은이가 힘을 준다. 응가를 할 모양이라 나는 서둘러 기저귀를 벗겼다.
요즘은 약간 된 변을 이틀에 한번씩 보기 때문에 처음에 조금 힘을 줄
때 기저귀 벗기고 누이면 똥 기저귀 빨래를 안 할 수 있다.
"소미야, 광고지, 광고지 한 장만 소은이 엉덩이 아래에 깔아줄래?"
"싫어요. 나 그러면 오릴 거 없단 말예요."
"어우, 빨리. 싸겠다. 착하지? 다른 거 좋은 거로 줄게. 응?"
그제야 한 장을 내민다. 휴우!
소은이가 힘을 주고 시원하고 이쁘게 광고지 위에 응가를 했다. 정말이지
광고지는 그냥 버릴 게 없다. 우수한 재활용품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소미가 아침신문을 반기는 까닭은 두 가지다.
하나는 <광수 생각>이라는 만화 때문이다. 거의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도
꼭 읽어달라고 졸라댄다. 그래도 지금은 좀 나아진 편이다. 조금 더 어려서
책 읽어주는 맛을 막 알기 시작했을 땐 그날 치 광수 생각을 한 스무 번씩은
읽어줄 정도였다. 신문을 조금만 부스럭거려도 읽어달라고 했으니 정말 괴로울
지경이었다.
글씨를 모르면서도 책 속 이야기를 알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끝없는 욕구,
그러면서 시도 때도 없이 책 읽어주기를 요구하는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일은
당해보지 않고는 그 괴로움을 모른다. 그땐 이미 '에구 내 새끼, 책을 좋아하니
공부도 잘 하겠다'하고 대견한 생각이 들었던 마음은 온데 간데 없다. 그래서
요즘 엄마들이 애저녁에 한글을 떼게 하려고 그 야단인지도 모르겠다.
둘째는 신문 사이에 끼워진 서너 장의 광고지 때문에 환호한다.
소미는 지금 만 33개월을 넘겼는데 약 4개월 전에 내가 가위를 주며 정식
으로 가지고 놀게 했다. 요즘 어린이용 가위는 우리 국민학교 다닐 때 문구용
가위와 견주지 못할 정도로 성능이 좋아, 많이 위험하지만 그래도 몇 가지
주의를 주고 쓰게 했다. 한두 번 다치기도 하겠지 하면서.
요즘 한창 가위질에 신들린 소미는 늘 "엄마, 오릴 것 좀 주세요"라는 말이
주요 대사가 되어 버렸다. 나는 처음부터 광고지를 주었다. 늘 서너 장씩 올
뿐 아니라 이런저런 그림이나 사진이 인쇄되어 있어서 소미도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근래에는 풀까지 맡겨버렸더니 장난감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날도 있다. 가만히 곁눈질로 보니, 그림대로 오린 것들을 자기가 다시 자리잡아
큰 종이에 붙이는 것이 요즘 주 활동(?)이다. 신사복 입은 아저씨, 양념
통닭, 피자 한판 들이 주루룩 붙어있다.
그런데 문제는 소은이다. 내가 소미를 야단치고 소미와 싸우는 일이 잦은
까닭도 소은이 때문이다. 소은이도 신문이며 휴지 같은 종이를 너무 좋아해서
소미가 광고지를 코 빠뜨리며 오리고 있을 때, 어느 틈엔가 기어가서 가위를
잡으려 한다거나 아주 쬐끄맣게 오린 종이 조각을 꼼질꼼질 집어서 홀랑
입 속에 넣고 오물거리기 일쑤니 내가 눈 돌릴 틈이 없다.
어제는 내가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 돌아보니 소은이의 한 손에는 가위가
들려있고 다른 한 손으론 딱풀을 집어들고서 "옴냐옴냐"거리며 빨고 있는
게 아닌가. 너무 놀라서 그 자리를 뜬 소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소미, 너 또야? 정말 너 엄마하고 한 약속 안 지킬 거야? 이제 가위하고
풀 안 쓸 생각이면 다 정리해서 저기 통 속에 담으라고 했잖아. 소은이
좀 봐라. 아이구, 클 날 뻔했다."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하고는 지킨 적이 없다. 심지어는 나를 빤히 보며
"엄마가 치워" 하기도 하니 정말 끓어오른다.
"안 되겠다. 오늘은 가위하고 풀 그만 써. 벌이야. 내일 줄 거야. 알았지?"
그러고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올려버렸다.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엄마, 과위(가위를 더 어렵게 발음한다) 주세요.
이제 오려도 되죠?" 그런다. 나한테 혼이 나면 한동안은 소은이가 자기 옆에
가려고 자세만 취해도 질색을 한다.
"아앙, 엄마, 소니(소은이를 빨리 발음하면 이렇게 된다)가 와요. 안돼. 위허매에-.
소나, 빨리 엄마한테 가…… 안 되겠다."
그러더니 무언가를 오렸다. 피자 광고지에 있는 페트병 콜라 사진을 재빠르게
샤샥 오리더니 소은이에게 주며 하는 말.
"소나, 이거 콜라 먹고 놀고 있어. 인제 오지 마. 알았지?"
소은이는 엎드린 자세에서 그걸 받아들고는 다시 벌렁 들어누워 만족스런
얼굴로 콜라 한 병(?)을 입으로 가져간다.
요즘 날마다 이런 풍경이 우리집을 꽉 채운다. 내가 부랴부랴 아주 작은 종이까지
치우고 돌아서면 소미는 또 오려대고 소은이는 기어다니며 집요한 손가락으로
탐색을 한다. 뭐 간식으로 먹을 거 없나 하는 듯.
소은이가 힘을 준다. 응가를 할 모양이라 나는 서둘러 기저귀를 벗겼다.
요즘은 약간 된 변을 이틀에 한번씩 보기 때문에 처음에 조금 힘을 줄
때 기저귀 벗기고 누이면 똥 기저귀 빨래를 안 할 수 있다.
"소미야, 광고지, 광고지 한 장만 소은이 엉덩이 아래에 깔아줄래?"
"싫어요. 나 그러면 오릴 거 없단 말예요."
"어우, 빨리. 싸겠다. 착하지? 다른 거 좋은 거로 줄게. 응?"
그제야 한 장을 내민다. 휴우!
소은이가 힘을 주고 시원하고 이쁘게 광고지 위에 응가를 했다. 정말이지
광고지는 그냥 버릴 게 없다. 우수한 재활용품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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