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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손의 솜씨

상장: 위 어른은...

M.미카엘라 2008. 11. 26. 11:34

 

 

 

 

 

이상하게 피곤해서 저녁 상을 치우고 초저녁부터 그냥 쓰러졌다. 애들도 아직 깨어있고 회식했던 남편이 10시쯤 이제 들어간다고 전화했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도 안 되게 대답을 하고는 남편이 오기 전에 다시 까무룩했다. 내가 남편보다 빨리 잠드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좀 미안하여, 남편 들어온 소리에 일어서려 하니 '나 신경쓰지 말고 그냥 계속 자' 한다. 나는 다시 염치 없이 내처 잤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남편이 "이거 봤어?" 한다.

"뭔데? 아, 그거 봤어. 소미에 이어 소은이도 상 받아왔더라구."

어제 소은이가 <생활문쓰기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는데 그거 보여주는 줄 알았다.

"아니, 이거..."

아하~ 그게 아니었다. 아이들이 제 아빠에게 주는 상이었다.

 

어젯밤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여니 잘 보이는 곳에 놓여있더란다. 세 여자가 집안의 가장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쿨쿨 잤는데, 두 아이가 깜찍하게 만든 상이 세 여자 대신 남편을 기쁘게 맞은 것이다. 내가 자는 동안, 남편이 들어오기 전 만들어두고 잠든 귀여운 딸들. 내 미안함까지 대신 보상해준다. 

   

2008년 5월 8일부로 담배를 피지 않는 남편은 '이제 절대 안 핀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참는 거다'라고만 한다. 아이들은 이런 아빠의 자세에 불안을 느끼며 이제 다시 안 피겠다는 다짐의 말을 자주 요구한다.  그리고는 아빠의 완전한 금연을 간절히 원했던 만큼 이렇게도 응원을 한다. 나도 몰랐다. 100일까지는 기억하고 격려하고 치하했는데...  

 

그래. 계속 응원해야 한다. 힘들수록, 어려울수록 계속 응원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남편을 응원하고, 자식을 응원하고, 친구를 응원하고, 잘하는 사람을 응원하고, 못하는 사람도 응원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응원하고.... 그게 요즘 이것저것 많은 것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이 시대에 우리들이 절대 흔들리지 않고 가져가야 할 삶의 자세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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