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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손의 솜씨

<예고편> 대장금 시즌2

M.미카엘라 2008. 12. 29. 23:47

 

 

 

무림의 고수들이 즐비한 강호에 칼바람이 분다.

이런! 아직 발도 들여놓지 않았는데 벌써 한바탕 베였다.

때는 디데이 2주 전.

선행학습 시키지 말라는 주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칼을 쥐어줬더니만 사단이 났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2008년 12월 29일.

우리 집 장금이(본명: 박소은)는 '생각시양성소'라고 할 수 있는 

요리학원에 들어가 첫수업을 시작했다.

문화센터에서 하는 ‘방학특강 어린이요리교실’ 이딴 거(?) 아니다.

수도권 교통의 요지에 굵직한 분원을 여러 곳에 둔 명실상부한 요리의 요람이다.

각종 자격증반에 출장요리반도 있고

외식창업아카데미도 운영하고 해외취업 인턴쉽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곳이다.

 

초등학교 3학년짜리 장금이는 이 학원 통틀어 최연소 수강생이다.

기초요리반은 모두 12명.

장금이는 세 명의 언니와  여덟 명의 오빠들 틈에서 배운다.

 

첫 요리는 비빔밥과 생채무침.

오~ 첫 수업부터 선생님께 ‘야무지게 잘 한다’는 칭찬을 두 번씩이나 듣고

가장 먼저 과제를 마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니 이거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다.

(아, 나는 어찌 이리도 잘난 딸을 둔 것이냠.)  

 

         

 

수영은 옷 벗었다 입었다 하기 귀찮아서 하기 싫고,

태권도는 힘들 것 같아서 싫고,

미술은 자기 맘대로 그리는 게 가장 좋기 때문에 배우기 싫고,

학교에서 하는 방과 후 특기적성 프로그램은 놀 시간 없어서 싫고,

피아노는 그냥 그래도 해주어야 할 것 같아서 하긴 하는데....

 

그저 댕굴댕굴 방에서 구르며 언니랑 놀다가 책 읽다가 맛있는 거 먹다가

그러면서 하루 보내는 게 가장 행복했던 그녀가 어느 날부터

요리에 대한 즐거움을 그다지 못 느끼면서

겨우겨우 밥하고 국 끓이는 솜씨 없는 엄마 곁을 맴맴 돈다.

“엄마, 나도 가르쳐줘요. 요리하고 싶어.”

 

그러나 내가 가르쳐줄 뭐가 있어야 말이지.

가정요리의 진수는 ‘감’이 아니더냐.

적당량, 대강 두어 숟갈... 뭐 이렇게 간 봐가며 하는 반찬이 전부인 걸.

그래서 요리학원 가 보겠느냐 했더니 환호성을 지른다.

(오호~ 이런 반응 의외인 걸. 맨날 뭘 하기 전부터 말 많고 걱정 많던 짜슥이…)

 

앞치마를 사고 계량컵과 계량스푼 준비해서 일 주일 전부터 가방 챙겨놓았다.

그래 까짓…, 학원이 꼭 피아노학원, 영어학원, 수학학원만 가란 법 있더냐.

영어랑 수학은 학교에서도 배우지만 요리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다.

배우고 싶으면 스승을 찾아가는 거지.  

 

 

 

 

 

첫 수업 소감.

“엄마, 너무 재밌어서 하루밖에 안 했는데 나 중독 걸렸나봐. 자꾸 하고 싶어요. 맨날 왔으면 좋겠다.”

 

장금이에게 요리란?

마약이다. 단 한 번으로 치명적인 중독이 이어지는. ㅎㅎㅎ

 

비빔밥 먹으러 모두 집으로 모여야 하는 거 아니냐는 바쁜 자기 이모와

불철주야 나라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아빠에게 전화를 넣어,

언니가 저렇게 먹고 싶어하니 이모와 아빠는 휴일 날 해드리겠다 약속한다.

그리고 두 자매는 볼이 미어져라 저렇게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  

 

 

나 이제 해야 할 일이 있다.

부엌에서 슬슬 은퇴 준비해야겠다.

아~ 생각보다 나의 꿈이 빨리 이루어질 것 같다. ***

 

 

 

 

 

          * 흐르는 곡은 우리 장금이 테마. 오르골이 들려준다. 아 참, 장금이의 내일 요리는 '오삼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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