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들의 말, 말, 말! (19) 본문
<욕>
농수산물도매시장에 가서 이런저런 과일을 사고 있는데 소은이에게 문자가 왔다.
지금 아파트앞에서
싸움났어요
아저씨둘이 막
욕하면서 싸웠어...
ㅋㅋ 밖에 나가지마
안 나가요.
씨땡, 개땡땡, 미땡땡 이라고
욕하고 갔어.
우하하하~ ㅋㅋㅋㅋ
또싸워~ 우잉~ 아찌들
시끄러워~ 왜 싸우지?
귀막어! 차암~ 왜 그러시냐들...
한참 후,
지금은 그쳤다
<계약>
“엄마, 나 언니랑 계약 하나 했어요. 내가 언니 중간고사 공부한 거 나한테 설명해주면 그거 들어주는 값으로 과목당 5백원씩 받기로 했어요.”
“그래? 설명하고 돈 주는 게 이상하지만, 완전히 이해해서 남에게 설명하는 게 크게 공부가 된다긴 하더라.”
“(소미가 급 후회하는 듯) 아, 5백원....너무 비싼가?”
“그럼 엄마가 지원해줄게 5백원. 주요 다섯 과목 하면 2천5백원. 그럼 되지?”
“안 돼요 안 돼! 언니는 용돈 받는데 엄마가 주면 그게 무슨 소용이야. 재형재단은 돈 쓰지 마세욧!”
며칠 후,
“언니, 오늘 나한테 또 한 과목 설명해봐. 들어줄게.”
“안 해. 넌 이해를 못해서 안 되겠어. 너무 몰라서 계속 질문해대니 진도가 안 나가. 질문도 정도껏 해야지.”
“오늘은 국어 해. 국어는 쫌 자신 있어.”
“싫어.”
“에잉~ 한번 해봐 응? 내가 잘 이해해보께. 언니 공부를 위하여!”
“날 위해주는 게 아니라 용돈이 필요한 거지?”
<염장>
남편이 부대에서 핸드폰으로 벚꽃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었다.
내가 솜손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며 혀 짧은 소리로 자랑을 했다.
“얘들아, 우리 자기가 집에 있는 나한테 이런 사진두 보내줬따~ 우리 자기 대따 멋찌징?”
그랬더니 소미가 대번 정색을 하며 하는 말.
“아휴 엄마도 참… 지금 싱글들 앞에서 뭐하시는 거예요?”
<낱말 뜻>
소미가 공부하다가 나와서 물었다.
“엄마, ‘주. 전. 부. 리’가 뭐예요?
“주전부리? 음… 한마디로 하면 군. 것. 질!”
“이잉~? 군것지~일?”
“응, 군것질.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어른들은 군것질이라고 안 하시고 주전부리라고 많이 그러셔.”
“으하하~ 난 또 아주 심오하고 깊은 뜻이 있는 말인 줄 알았어.”
<카드>
남편 생일 다음날. 언니가 쓴 아빠의 생일카드를 읽던 소은이가 나한테 묻는다.
“엄마, 엄마는 아빠한테 카드 쓰셨어요?”
“아니. 엄마는 선물하고 미역국 끓여서 상 차리고 그랬는데…”
내가 말꼬리를 흐리자 소은이가 정색을 하며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아휴~ 엄마! 집 한 채를 선물해도 마음이 담긴 카드가 없으면 꽝이예요. 고무줄 없는 팬티라구요.”
“으하하하~~ 듣고 보니 그러네. 카드가 빠지면 허전하지. 맞아. 어쩐지 선물하면서도 이상하게 허전하다 했당~”
나는 공식적인 대답은 요렇게 했지만 속으론 이렇게 말했다는....
‘손손! 엄마는 집 한 채 선물 받는다면 까이 꺼 카드는 없어도 용서할 수 있어! ㅎㅎ’
<수박>
오빠가 토종닭을 잡겠다고 해서 오랜만에 형제들끼리 모여 작은오빠네 집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낼 때였다. 뒤뜰 큰 나무 아래 만들어놓은 평상에서 닭백숙을 먹고 놀다가, 언니가 수박을 자를 때였다. 폼이 영 시원치가 않다. 수박이 크기도 큰데다 오래된 부엌칼이 진짜 무식하게 크고 무거운데 비해 잘 들지는 않는 모양이다. 끝까지 힘을 주지 못하고 중간이후부터 칼을 비틀듯이 해서 수박을 잘랐다.
“아후~ 진짜 수박 자르기 이렇게 힘들긴 처음이네.”
“잘 좀 해봐봐...”
내가 말했더니 옆에 있던 소은이가 말했다.
“이모는 수박을 자르는 게 아니라 수박을 찢어.”
<신빙성>
언니와 극장에서 영화 보느라고 소은이가 전화한 걸 못 받았다.
“극장? 아, 그랬구나. 그럼 어서 오세요. 끊어요.”
“아니, 왜 급하게 끊어? 무슨 할 말 있었던 거 아냐?”
“엄마, 나 바빠. 여론조사 해야 돼서. 그럼 끊어요~”
세상에나, 유권자 되려면 아득히도 먼 무권자 주제에 감히 여론조사 전화에 응하다니…
집에 와서 물으니 자기가 다 알아서 했으니 걱정 말란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엄마, 우리 반 태훈이는 집에 엄마가 계셔도 자기가 다 한대요.”
아, 이렇게 초딩들이 활약하는데 여론조사 이거 믿어야 돼? 말아야 돼? ㅋㅋ
'그녀들의 말,말,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엽기적인 그녀들의 말, 말, 말!(20) (0) | 2011.06.19 |
---|---|
선물보다 귀한 (0) | 2010.11.19 |
엽기적인 그녀들의 말, 말, 말! (18) (0) | 2010.03.12 |
인생은 게임이 아니야 (0) | 2009.02.06 |
엽기적인 그녀들의 말, 말, 말! (17) (0) | 2008.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