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들의 말, 말, 말! (17) 본문
<포도>
아직은 좀 더울 때였다. 큼직한 포도를 먹다가 남겨둔 게 있어서 식구들한테 일단 그것부터 내놓았다. 근데 다들 동작 빠르게 다가오질 않았다.
“빨리 포도에 달라붙어, 어서! 이거 오늘은 다 먹어야 돼.”
그랬더니 소은이가 정색을 하며 한마디 한다.
“엄마는 우리가 무슨 초파린 줄 아세요? 달라붙게?”
<이쑤시개>
식사 후, 뭘 하려는지 이쑤시개 하나를 챙겨든 소미에게 말했다.
“솜솜, 엄마도 이쑤시개 하나만 갖다 줘”
자기 손에 들고 있던 이쑤시개를 반으로 잘라 한쪽을 내밀었다.
“재활용이예요.”
“우잉? 그럼 이거 어디다가 썼던 거 주는 거야?”
“아니요. 이쪽만. 엄마 드린 건 아니예요.”
그랬는데 소은이가 옆에서 시니컬한 말투로 끼어든다.
“칫, 그게 재활용이야? 반땡이지.”
<통화는 간단히>
외출했다가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내 핸드폰을 소은이한테 건네주며.
“소은아, 아빠한테 전화 드려. 이제 집으로 간다고.”
띠리링~ 띠리링~
“아빠, 저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출발~”
그리고는 툭 끊는다.
<걱정>
얼마 전, MBC스페셜에서 가수 ‘비’의 성공스토리를 보여준 적이 있다. 어머니와 너무나 불행했던 청소년기를 보낸 이야기를 아이들과 우연히 함께 보게 되었는데, 다 보고난 뒤 소미가 진지하게 물었다.
“엄마,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가난하고 힘들게 살면서 너무 불행했었는데, 나는 그럼 이렇게 행복하니까 성공하기 어려운 거예요?”
<아는 경찰>
우리 네 식구와 언니가 한 차를 타고 어디를 가다가 말끝에 언니와 나는 어린 시절부터 알던 ‘경찰아저씨’ 이야기를 했다. 살면서 경찰이 필요한 불미스러운 일이 안 일어나면 좋겠지만 그래도 경찰 한 사람 알면 좀 좋지 않겠냐, 뭐 그런 말을 했다. 그러면서 언니는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참! 나 아는 경찰 또 있다. 재형이 너두 알지? OO경찰서 조사계 △△△. 나 정말 발 넓지 않냐?”
뭐 이러면서 낄낄대는데 가운데서 그 말을 듣던 소미가 한 마디해서 다 뒤로 넘어갔다.
“내가 아는 경찰은 박정금하고 강건우뿐인데…”
소미가 아는 경찰.
어째 이모가 아는 경찰보다 훈훈한 걸...ㅎㅎㅎ
<자동차 이름>
언니가 에어컨만 켜면 시동이 꺼지는 고약하게 낡고 시끄러운 차를 버리고 아주 이쁜 노란색 경차 한 대를 새로 뽑았다.
“솜손, 이모 자동차 이름 ‘삐약이’야. 알았지? 계란노른자로 하려니까 너무 길어서 그냥 삐약이로 하기도 했어. 너네도 그렇게 불러줘.”
소은이는 냉큼 그 말 이렇게 받는다.
“계란노른자? 그럼 우리 차는 흰자?”
<비유>
주말에 양평 쪽을 달리다가 몽글몽글한 느낌으로 아름답게 물든 산을 바라보며 내가 말했다.
“어머 얘들아, 수다 좀 고만 떨고 저 산 좀 봐. 너무 이쁘지 않니?”
“네 엄마. 근데 산이 꼭 곰팡이 핀 브로콜리 같아요.”
헉! 이 대략난감 표현의 주인공은 소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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