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뼘 성장드라마
까분다~ 본문
요즘 우리 애들은 초절정 능청과 넉살을 자랑한다.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다 큰 어른이 된 듯한 말투로 사정없이 까부는 품이 그렇다
“솜솜, 엄마 바쁘고 힘들어. 이런 건 좀 말 안 해도 알아서 해주라.”
“어이~구 그랬쪄요 우리 재형이? 힘들었쪄요? 많이 힘들었쪄요? 에구 가엾어라.”
약간 혀 짧은 소리를 하며 매우 안쓰러워 기꺼이 들어주겠단 표정으로 내 궁뎅이를 토닥토닥 때리기까지 한다.
자기 아빠한테도 마찬가지다. 인형놀이 하느라 방을 온통 의자와 수건, 보자기로 다 꾸며놓아 발 딛을 틈 없게 되어버리자, 남편이 이제 그만 정리 좀 하라고 했더니 정색을 하면서 이런다.
“어허~ 우리 찬용이 그러면 혼나요~ 우리가 아직 할 일이 남았대두. 어허~”
이런 식이다. 이건 말투는 직접 좀 봐줘야 얼마나 기가 찬지 알 수 있는데 동영상을 찍을 수도 없고 우리 부부는 실소만 한다. 아이들이 워낙 쾌활하고 유머러스해서 잔뜩 물이 오른 장난기 어린 말투와 그에 딱 맞는 표정이 얼마나 웃기는지 모른다.
“어이~구 우리 재형이, 피곤하면 짜증부리지 말고 내 침대 가서 눈 좀 붙이셔요.”
“어이~구 우리 찬용이 착하지? 내일 개천절이라 베토벤 바이러스 본방송 볼 거니깐 뭐라지 마셔욤.”
“어이~구 그랬쪄요 우리 재형이? 그렇게 화났쪄요? 내가 가서 떼치(야단)해줄게.”
“어허~ 우리 재형이 그러면 안 돼요. 딱 한 개만 더 먹는 대두… 낼 안 먹을게. 어허~ 이 닦을 거니까 걱정 마시고.”
나는 그냥 어이없다는 표정이거나 같은 말투로 응수해주면서 깔깔 웃고 만다.
“어이~구 우리 솜손이 고마버요~ 그럼 내 30분만 눈 좀 붙이리다. 전화 좀 받아주시게.”
“네에~ 손손이가 가서 떼치 해주세요. 마구마구 떼치 해주세요~”
푸힛~ 이 정도면 유치찬란하다. 그런데 그럴수록 애들은 내 이런 반응에 열광하며 뒤로 넘어간다.
나는 아이들의 이런 말에서 묘한 위안을 받는다. 그 순간만은 응석을 부리고 기대는 마음이 된달까? 저런 넉살과 능청, 여유는 어디서 나오는 건지…. 소은이가 제 아빠한테 까부는 수위가 좀 높다 싶으면 적당히 커트하거나 제재하는 소미의 절제력도 귀여워 돌아서서 킥킥댄다. 요것들이 크네 안 크네 해도 쑥쑥 잘 크고 있구나. 이거 아예 자리 깔고 누워서 아기짓 좀 해볼까.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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